전창원 빙그레 대표. (사진=빙그레)
취임 6년차를 맞은 전창원 빙그레 대표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확대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번 '골든타임' 동안 신사업을 안착시켜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GLC 더케어’와 ‘프롬뉴트리’ 상표를 잇달아 신규 출원했다. 두 브랜드 모두 건강보조식품, 식사대용 파우더, 스낵식품, 차류 및 과일음료, 홍삼음료 등 분류로 등록됐다. 신규 브랜드로 제품군을 넓히며 건기식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2019년 건강지향 통합 브랜드 tft를 론칭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여성 건강 브랜드 ‘비바시티’,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 등을 운영하고며 꾸준히 상표 출원을 하는 분위기다. 이중 단백질 시장 확대에 힘입어 ‘더단백’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현재까지의 판매량 및 매출 등 구체적인 성과는 비공개란 입장이어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건기식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외비에 해당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 “신사업을 담당하는 NC(뉴 카테고리, New Categoty)팀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정체·팬데믹 겹악재 속 실적개선 이끈 ‘소방수’
전 대표는 1985년에 빙그레에 입사한 이래 줄곧 빙그레에서 일해온 정통 ‘빙그레맨’이다. 지난 2019년부터는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빙그레의 사령탑을 맡았다. 그러나 전 대표는 첫 임기부터 어려운 시장 환경을 마주해야 했다. 빙그레 양대 주력 사업인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은 시장 규모가 역성장에 접어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됐다.
이 때문에 전 대표가 우선 주력한 것은 외형성장이었다. 특히 2020년에는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인수하며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 선두에 올랐다. 합병을 통한 브랜드 파워 강화로 정체된 국내 빙과시장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취임사에서 “기존 사업 구조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해 새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를 론칭하고 해외 수출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벌크업’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2019년 8783억원이었던 빙그레 매출은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2020년 9591억원, 2021년 1조1474억원, 2022년 1조267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팬데믹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여파 등으로 2021년 2.3%까지 매년 하락하던 영입이익률도,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며 2022년(3.1%)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빙그레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8%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 성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올해 역시 호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빙그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 65% 증가한 3009억원, 211억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11.9% 성장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빙과업계 성수기인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편중된 사업 구조 여전…신사업 진출 성과는 아직
다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해외 매출이 성장을 거듭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9%까지 늘었지만, 아직 대부분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해외 사업과 달리 건기식 부문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의 국내 성장성이 불투명한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위해 적극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 대표가 취임한 지 6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 구조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 경영성적으로 남고 있다. 여전히 빙그레 매출은 우유 및 유음료, 아이스크림 품목에 기인하고 있고 전 대표 취임 전부터 유지해온 중국, 미국, 베트남 법인 외에는 추가적인 해외법인 설립이나 현지 공장 건설 등 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도 현재로선 계획하고 있지 않다.
빙그레 관계자는 “국내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시장이 저출산으로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기존 주력 사업을 유지하면서 이와 연계한 신사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건기식은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사업 영역인 만큼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탄탄하게 진행하기 위해 아직은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