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석을 앞두고 충청도로 성묘를 하러갈 때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낯선 위화감을 느낄 때가 있다. 눈에 익은 서울과 인천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경치를 마주하면서다. 그나마 익숙한 광경은 아파트의 존재다. 그제서야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걸 자각하게 한다. 주변에 도로 혹은 논밭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아파트만 서있는 모습은 이질감이 들다가도 다시금 이곳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지방에서 '나홀로 아파트'로 마냥 서 있는 단지들은 주인 없이 방치되기도 하는 일이 잦다. 이를 반증하듯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7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7833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에서 80.5%를 차지한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 분양 물량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2900가구가 있는 것과 비교해 지방의 경우, 1만3138가구가 쌓여있어 4배 이상 많다.
주택사업자들이 바라보는 분양 전망도 지방은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지방 등 비수도권 9월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대부분 지역에서 100 이하에 머물렀다. 특히 광주(66.7)와 세종(87.5), 전남(64.3), 경북(86.7), 경남(86.7) 등 지역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더 쌓여가는 형국이다. 수도권은 117.9로 100을 웃돈 것과 대조적이다. 100을 초과한다면 분양에 따른 완판이 기대되는 것이고 이를 밑돈다면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높은 것이다.
입주율에서도 차이가 난다. 주산연에 따르면 8월 아파트 입주율은 수도권이 79.2%로 80%에 근접한 반면 지방은 62.3%에 그쳤다. 미분양 물량 증가로 입주계약물량 자체가 떨어지고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금리를 올리자 입주 잔금 완납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지방 아파트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이달 중으로 CR리츠를 본격 도입한다. 지방 미분양 증가와 지역 건설사 도산을 막기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매각하겠다는 거다.
다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방의 아파트 상황을 보면 빈약한 인프라에 주거 시설만 덩그러니 있는 형국이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 속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로 인구 편중이 심화하는데 지방 실수요자 유입에 따른 임대 수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족한 관심 속에 장기간 노후화된 아파트로 머무를 가능성도 높다. 재건축 사업성은 더더욱 떨어질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에는 공급량을 조절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일괄적인 금융 규제 적용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는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다.
반면 정부는 수도권 중심으로는 공급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서울의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만큼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수도권 공급 대책의 효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은 수요의 적절한 조절을 유도하고 집값 상승세 둔화를 이어가는 시장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진단과 같이 상승세가 일부 둔화했으나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통해 가격 급등세가 다시 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공급 활성화를 위한 '협치'가 절실하다.
예고된 인구 절벽에 지방 시장의 미분양을 일거에 해소할 방법은 없는 만큼 공급량을 컨트롤하면서도 일괄적인 금융 정책 적용으로 지방의 수요를 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지금처럼 꾸준하게 공급 확대를 밀고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 아래에 인프라의 확충과 인구 분산을 위한 대계(大計)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