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섭 리자드 스무디 대표. (사진=김태현 기자)

2일 개최된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에서 국산 인디게임의 성공신화, '셰이프 오브 드림즈'를 개발한 심은섭 대표가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이고,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송곳' 포인트를 강화해야한다는 조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날부터 4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그래비티 조선 서울 판교에서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콘진원의 인디게임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내 인디게임의 성과를 소개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총 35종의 작품이 현장에서 공개된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개회사에서 "인디게임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인디게임에 대한 강화를 정책적으로 추진 중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인디게임을 지원하고, 우수한 게임이 나올 수 있도록 공모전 형태로 지원사업을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첫 세션으로 심은섭 대표가 인디게임 성공사례를 공유했다. (사진=김태현 기자)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는 2일 비즈데이와 3일~4일 퍼블릭데이로 나뉘어 총 3일간 운영된다. 먼저 비즈데이의 첫 순서로 리자드 스무디 심은섭 대표가 '우리를 죽이고 살린 선택들'을 주제로 인디게임 지원사업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심 대표는 대표작 '셰이프 오브 드림즈' 개발을 지난 2023년 1월 시작했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올해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을 수상했고, 글로벌 매출 83억원, 판매량 33만장을 기록했다. 심 대표도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우수 개발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 대표는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으로 '히오스'와 '리스크 오브 레인2'를 들었다. 그는 "이런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달리 사람마다의 취향이 매우 다르다라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들이 '셰이프 오브 드림즈'의 개발에 반영됐다. 심 대표는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그만큼 남들보다 앞선 직관으로 개발에 임할 수 있었고, 동기부여 면에서도 유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성공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서 감을 익히고, 이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가 성장해온 과정도 밝혔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지난 2023년 말 GIGDC에서 대학부 제작부문 금상을 탔다. 이를 계기로 멘토링 프로그램 및 각종 인디게임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완성도를 높여왔다.

심 대표는 "가장 인상깊었던 조언은 혼자 다하려고 하기보다 주변의 도움을 받고, 여러 지원사업에 신청하면서 좋은 퍼블리셔를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인디 부스트 랩'에 참여할 당시, 가장 많은 피드백이었던 '조작의 불편함'을 개선한 사례도 언급했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원래 MOBA 특유의 마우스 이동 방식만을 고집했으나, 이용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WASD 조작 방식을 추가했다.

심 대표는 "그 결과 현재 유저들의 절반 이상이 WASD를 쓰고 있다"며 "저희가 고집을 꺾은 덕에 신규 이용자들의 풀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2일 경기 성남시 그래비티 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5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의 체험 부스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

피드백과 실제 소비자 인식과의 괴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례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말은 거의 나오지 않고, 지인, 가족, 팀원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따라서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 기회를 적극 찾아보라고 전했다. 소규모 그룹의 유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주는 지원사업에 참여하거나, 여러 행사에 부스를 내 시장 반응을 살피면서 인사이트를 얻는 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것.

데모 버전의 경우 목표 플랫폼이 아닌 곳의 출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스팀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지만,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스토브와 같은 다른 커뮤니티에서 게임을 선보이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스팀 플랫폼 자체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심 대표는 "스팀에서는 배너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마케팅이 잘 먹히지 않고, 대신 플랫폼에서의 노출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상점 페이지 공개, 데모 공개, 정식 출시 등 특정 상황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부스팅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언어 지원의 장점도 언급했다. 해당 장르의 대표작들이 어떤 나라에서 인기가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언어를 지원해 보다 많은 위시리스트(찜하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번역의 경우 높은 퀄리티보다도 우선 챗GPT 등의 번역 기능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용자들이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송곳' 포인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맹신해 장점을 깎아내리는 실수를 조심하라고 전했다.

심 대표는 "당시 출시를 앞두고 액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밸런스를 조정했는데, 플레이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파괴적인 재미가 줄어들고 밋밋한 게임이 돼버렸다"고 소회했다. 이후 개발진은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대대적인 개선을 진행했고, 다시 스팀 평가를 '매우 긍정적(92% 긍정적)' 등급으로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심 대표는 "팀의 약점을 객관화하고, 급하게 움직여선 안된다"면서 "개발자의 감이 아닌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2025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 행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컴투스홀딩스, 크래프톤, 토스 관계자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한편,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는 네오위즈·스마일게이트·컴투스·크래프톤 등 우수 인디게임의 성장·퍼블리싱 기회를 모색하려는 국내 게임사들도 함께한다.

올해는 신규 선도기업으로 크래프톤, 컴투스홀딩스, 토스가 합류했다. 이들 기업은 개막식에서 콘진원과 2026년 인디게임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인디게임 생태계 활성화를 약속했다.

콘진원은 민관 협력 기반의 인디게임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 6개 선도기업 외에도 투자 기업과 플랫폼 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주성호 콘진원 게임산업팀장은 "각 사가 가진 역량을 살려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투자·인수·퍼블리싱을 비롯해 대기업들이 가진 노하우가 인디 게임사에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중간다리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