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한편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굿즈 존. 소형 트리·머그·장갑·장식 품목 등 시즌 한정 상품이 ‘체류형 편의점’ 콘셉트를 드러낸다. (사진=내미림 기자)

지난 1일, 서울 성수역 4번 출구 골목을 돌자 네온사인이 시선을 끌었다. ‘이마트24’라는 익숙한 간판 아래 편의점이라기엔 낯선 음악과 조명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자 뷰티 브랜드 어뮤즈 팝업존, 굿즈 매대, 투고(To-go) 카페존이 이어졌다. 보고·고르고·즐기고·머무는 체류형 구조가 자리했다. 상품 구경에만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좌석에 앉아 음료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은 이마트24가 새 슬로건 '올 데이 하이라이트(All day highlight)'를 내걸고 선보인 첫 플래그십 ‘트렌드랩 성수점’이다. '트렌드를 가장 잘 아는 편의점'을 표방하며 Z세대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둔 실험 매장이다. 특히 성수의 ‘힙한 분위기’를 적극 흡수해 MZ세대 유입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매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 '사고 나가는 곳'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매장 안에서는 전통적인 ‘구매 → 퇴장’ 구조가 무너졌다. 방문객들은 계산대 대신 매장 한 바퀴를 먼저 돌고 커피·디저트를 들고 굿즈를 구경하다가 계산대로 향했다. 팝업존 앞 포토존에는 휴대폰을 든 젊은 손님들이 줄을 섰고 SNS에는 해시태그 #이마트24성수 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계산을 끝낸 뒤에도 곧장 출구로 향하지 않고 다시 사진 촬영을 위해 매장 안쪽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흔했다. 마치 ‘나가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다시 들어가는 순간이 새로운 경험’인 공간처럼 소비가 이어졌다.

한 20대 방문객은 “편의점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팝업스토어에 온 느낌”이라며 “사진 찍을 곳도 많고 음료·굿즈 조합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는 “굳이 살 게 없어도 구경하러 오게 되는 곳”이라며 ‘놀러 오는 편의점’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두 사람은 계산을 마치고도 매장 외부 포토존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볼 게 많아 오래 머물게 되는 곳', '편의점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흘러나왔다.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내 애니메이션 굿즈 진열대. 키링·피규어 등 인기 캐릭터 상품이 편의점 매대 한가운데를 채운다. (사진=내미림 기자)

■ Z세대는 즐겁지만…점주는 복잡해졌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주요 3사(CU·GS25·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마트24도 올해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기존 구조로는 돌파가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트렌드랩 성수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실험적 승부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트렌드형 편의점 모델은 점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요구한다. 카페존·굿즈존 운영과 팝업 교체는 추가 인력과 재고·기기 비용을 유발하며 기존 편의점의 ‘빠른 구매’ 속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주는 “잘되면 좋지만 인테리어 바꾸고 장비 들이고 인력을 더 쓰면 그 부담은 결국 점주 몫”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 위험을 떠안는 건 우리”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3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프로토타입 1호점’ 마곡프리미엄점을 열고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의 기준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연 650여 개 신규 점포에 요소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점포 혁신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트렌드랩 성수점은 리브랜딩이 아니라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특화 플래그십”이라며 “전국적인 확산과는 성격이 다르고 서울대빵, 시선강탈버거 등 차별화 상품이 점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계산형 매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고 머무르고 소비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며 점주 부담 완화를 위한 상생 지원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