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를 현행 53%대에서 40% 수준까지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현행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안을 확정했다. 2012년 이후 약가 조정이 없던 4500여 개 품목이 우선 대상이며, 동일 성분 제네릭이 11개 이상일 경우 5%포인트 추가 감액하는 '계단식 인하'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2500억원, 4년간 최대 1조원의 건보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의 일괄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산업 구조상 제네릭 비중이 가장 높은 중소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매출의 70% 이상이 복제약에서 나오는 제약사들이 적지 않은데 약가가 10%이상 하락하게 되면 이들은 존폐기로에 서게 된다.

실제 제네릭 처방액은 전체 약품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공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약품비 25조9000억원 중 제네릭 처방액은 53%인 1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많은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회사 운영자금과 신약 R&D 비용을 마련해 약가 인하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제약사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업계는 약가를 추가로 낮추면 많은 중소업체가 생산을 포기하고 이로 인해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제약사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 퇴출을 피하기 위해 제조 기반 강화, 전문영역 브랜드화, 개량신약 중심의 소규모 파이프라인 구축 등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의 골든타임인 지금 이 시점에서 추가적인 약가인하는 기업의 연구개발 및 인프라 투자, 우수 인력 확보 등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영업조직 정리, 장기적으로는 품목 정리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과 함께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비대위는 “정부는 개선방안의 확정에 앞서 산업계의 합리적 의견 수렴과 면밀한 파급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 수급 안정에 기여한 기업 등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