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최근 원자재 시장의 주인공은 금이 아닌 은과 천연가스다. 금값 상승세가 주춤한 사이 유동성과 산업 수요에 힘입어 은 가격이 급등세다. 천연가스 역시 계절성 요인과 수요 구조 변화가 겹치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5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상장지수상품(ETP) 중 은 레버리지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해당 기간 은 선물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이 47.86% 상승해 수익률 1위를 차지했으며,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47.61%), 'N2 레버리지 은 선물 ETN(H)'(45.72%), 'KB 레버리지 은 선물 ETN(H)'(44.38%)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률 상위 10종목 중 7종목에 은 상품이 자리했다.

반면, 최근 안전자산 선호로 주목받았던 금 상품 수익률은 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 상위 30위권 안에 든 금 상품은 29위인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17.09%)가 유일했다.

이는 은 가격 상승률이 금값 상승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국제 은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8.62달러로 한 달 새 22.00%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은 4232.50달러로 5.44%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유동성과 산업용 수요가 은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때 상승하는 반면 은은 유동성이 팽창할 때 상승 속도가 가속화됐다"며 "그간 정책금리 인하 순횟수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은 가격은 내년 6월까지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연말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하까지 고려한다면 2027년 6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은은 귀금속 특성상 안전자산인 동시에 '산업의 비타민'으로 지칭되는 산업재"라며 "은 가격 슈퍼 랠리에는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유동성 확대와 디베이스먼트(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 전략) 트레이드 성격도 혼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가 일부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금융 시장의 우려보다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투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에 이어 천연가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이 32.35% 올라 수익률 1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C'(32.01%), '한투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31.99%),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31.77%) 등이 11~20위까지 순위를 독식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천연가스 열량 단위(MMBtu)당 5.00달러로 한 달 새 17.09% 상승했다. 2022년 12월 28일(4.68달러)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 성장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최진영 애널리스트는 "겨울철 난방 시즌에 라니냐발 북극 한파까지 겹치며 천연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강화됐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미국 LNG 수출량이 가정용 수요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데이터센터 전력향 수요가 4~5배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등 수요 구조 변화가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계절성 후퇴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 애널리스트는 "천연가스 선물은 내년 1월 말부터 난방 시즌이 끝나는 3월물로 교체된다"며 "이 상황에서 라니냐가 엘니뇨로 전환돼 기온이 올라 가격 하방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