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산업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동반한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역 인구 유입과 주택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 상승 기대감까지 반영되는 모습이다.
■ 울산, AI 기대감 반영…매매가격지수 18주 연속 상승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4주차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2를 기록하며 7월 이후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는 SK텔레콤과 AWS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이 사업을 기반으로 ‘AI 고속도로’ 인프라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SK그룹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약 7만8000명 규모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기대감은 침체됐던 일부 지방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전남 무안군 오룡지구의 경우, ‘힐스테이트 오룡 1단지’ 전용 84㎡가 지난 11월 4억58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올 4월에는 같은 면적이 3억8700만원에 거래됐던 단지다.
오룡지구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서는 전남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의 배후 주거지로 꼽힌다. 해남군은 해당 개발로 약 6조40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1만9500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 AI 산업 배후지 분양시장도 주목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용 확대 기대감은 신규 분양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울산 중구 반구동에서는 한국자산신탁이 시행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태화강 센트럴 아이파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용 84㎡, 704가구 규모로 AI 데이터센터가 조성되는 미포산업단지와 비교적 인접해 있어 배후 주거 수요가 거론된다. 태화강·동천강 인접 입지와 향후 트램 1호선, 도심 재개발 계획 등 중장기 인프라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태화강 센트럴 아이파크 투시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전남 무안군 오룡2지구에서는 문장건설이 ‘오룡2지구 지엔하임(793가구)’을 공급 중이다. 삼성SDS 등이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서는 솔라시도의 주거 배후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행정타운과 광역 교통망 접근성이 강점으로 언급된다.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동에서는 한신공영이 ‘학산 한신더휴 엘리트파크(1455가구)’를 분양하고 있다. 포항은 오픈AI와 삼성이 추진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확정된 지역으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광역 교통망 접근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산업 시설을 넘어 지역 경제와 부동산 흐름을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산업단지나 혁신도시 조성과 유사하게, 일자리 기반이 탄탄한 지역을 중심으로 선택적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단기간 수요보다 중장기 고용과 인구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산업”이라며 “입지 여건과 산업 연계성이 분명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의 회복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