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를 두고 고심 중이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배당성향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서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는 종합과세(45%)에서 분리돼 14~30%가 부과된다.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최고세율 35%를 제시했지만 해외 평균(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투자자들의 반발로 인해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30%)하는 절충안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시행 시기는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표 구간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로 최종 확정됐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현금 배당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 10% 이상 증가’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주주들에게 분리과세 혜택을 제공하려면 기존 ‘밸류업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주주환원의 양대 축인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중 후자에 더 비중을 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KB금융 23.6%, 신한지주 21.7%, 하나금융 25.6%, 우리금융 28.9% 등 모두 30% 미만이다. 이미 올해가 거의 다 지난 시점에서 ‘배당성향 40%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 조건인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 10% 이상 증가’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올해 배당성향 추정치는 KB금융 23.0%, 신한지주 21.7%, 우리금융 29.6%, 하나금융 25.6% 등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25% 이상’ 조건에 도달했지만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기준선에 미달한다. 시행 시기가 1년 앞당겨지지 않았으면 내년 배당액을 늘려 2027년 분리과세 조건을 충족하면 됐지만 현재로손 추가 배당이 있어야 내년 분리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3분기 3357억원을 포함, 올해 총 1조34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에 부합한다는 전제 하에 연간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2월 계획보다 약 1500억~2000억원의 배당액을 늘리면 ‘배당성향 25%’ 달성이 가능하다.

KB금융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과 관련해 아직 시행령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며 “배당성향 기준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와 대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에 집중해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고도 배당성향 25%를 달성하지 못해 분리과세 혜택을 놓치게 되면 KB금융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과징금과 고환율도 변수다. KB금융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과징금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라 과징금의 600%가 RWA(위험가중자산)로 반영되면 자본 감소와 함께 CET1(보통주자본) 비율이 50bp 이상 하락하게 된다. 고환율에 따른 RWA 증가(외화자산 가치 증가) 효과까지 더해지면 CET1비율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9월말 기준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83%로, 과징금과 고환율로 주주환원 기준인 13% 선이 위협받게 되면 주주환원 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홍콩ELS 과징금의 RWA 반영 유예를 예고한 상태여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리도 KB금융 상황과 비슷하다”며 “당초 계획 대비 1500억~2000억원의 배당을 늘리면 배당성향 25%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 중인데 여러 변수가 있어서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