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원 감독 (사진=원픽처스) 다큐멘터리 ‘최보은을 만나다’, 단편 ‘모델’, ’신고’ ‘우리 집에 왜 왔니’, ‘가물치’, ‘수업’ 등 여성을 주제로 한 단편을 꾸준히 만들어 온 박남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이러 간다’ 개봉을 앞두고 박남원 감독 10문10답 인터뷰를 가졌다. ▲ 지금까지 단편영화 작업을 오래했는데, 장편 데뷔가 좀 늦은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에서 연극연출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다가 불교텔레비전(BTN)에 PD로 입사했다.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몇 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다시 일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이 금쪽같은 우리 아들을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느냐고 노발대발해서 타협책으로 영상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대학원은 일주일에 2, 3일만 가면 되니까…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꾸준히 했다. ▲ 영화 ‘죽이러 간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영화인가?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에 대한 영화가 너무 없고 있어도 제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다. 여자 이야기는 여자 감독인 내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죽이러 간다’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작업했다. 그러나 거의 10년간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아줌마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냐” 하는 반응들이었다. 난 ‘죽이러 간다’를 영화로 만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관객들도 보고 싶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후원과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충당했다. ▲ ‘죽이러 간다’의 주요 인물인 여성 4명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 고수, 선재, 미연, 인애 모두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내 아들이 어릴 적에 비만이어서 나나 아들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고수를 창조할 때 제일 먼저 반영했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는 성공한 사업가인 선재였다, 왜냐면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까. (웃음) ▲ 시나리오 작업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 내가 만든 영화는 모두 내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경험한 강렬했던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 주인공인 오정연 씨와 최윤슬 씨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배우 캐스팅에 우여곡절이 있다고 들었다. 원래 고수 역은 모두 알 만한 유명 영화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고수 역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에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더라. 아이가 아프다니까 다 이해가 됐다. 영화 제작 일정을 후원자와 투자자들에게 연기하겠다고, 캐스팅이 안 되어서 제작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고수 역을 찾았고, 대학 후배가 오정연 씨를 추천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제작일정을 연기하고, 영화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조언했지만, 제작일정을 조정할 정신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선재 역 역시 처음엔 다른 배우가 캐스팅돼서 같이 리딩도 했는데, 드라마에 고정 캐스팅됐다고 우리 영화 리딩 시간을 못 맞추더라. 캐스팅 전 출연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죽이러 간다’에 올 인하겠다고 하더니… 그래서 크랭크인 2주일 남겨 놓고 부랴부랴 다시 오디션을 봐서 최윤슬 씨를 캐스팅했다. 윤슬 씨는 배우들과 리딩도 몇 번 못 맞춰 보고, 크랭크인 날 중요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윤슬 씨가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NG를 많이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윤슬 씨가 완벽하게 선재가 되는 거다. 정말 놀랐다. ‘역시 배우구나!’ 하고 감탄했다. 박남원 감독 (사진=원픽처스) ▲ ‘죽이러 간다’가 올 해 씨네퀘스트 영화제 경쟁부문과 오스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서 화제가 되었는데, 오스틴영화제 초청작 발표 이후 미국 제작사와 에이전시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올 해 초에 완성해서 국내 영화제와 코미디 경쟁부문이 있는 해외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했다. 국내 영화제에는 초청받지 못해 심란했는데, 다행히 시네퀘스트 영화제와 오스틴 영화제에 초청받아 반전이 됐다.(웃음) 벤 애플랙 주연의 ‘어카운턴트’ 등을 제작한 미국의 Zero Gravity Management, ‘MULAN’ ‘MY SPY’ 등을 제작한 Good Fear Content, 그리고 여러 언론사에서 스크리너를 요청해오고 있다. ▲여 회장 선재 방에 걸려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선재 방에 걸린 액자 속 그림 3개 모두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다. 칼은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독해 보이는 성공한 CEO 선재 역시 이면엔 따뜻한 가정도 중요시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 ‘죽이러 간다’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배우들이 오디션 볼 때는 ‘죽이러 간다’ 촬영에 올 인하겠다고, 꼭 출연시켜 달라고 하더니 막상 캐스팅된 이후엔 태도가 바뀌는 배우가 많더라. 이런 고민을 영화인 선배들한테 이야기하니까 선배들도 경험했다고 한다. 좀 슬프다. 그리고 ‘죽이러 간다’ 만든다고 내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힘들었다. ▲ 영화 만드는 동안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고 했는데, 국내 극장 개봉을 하게 되어서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속으론 물론 좋아하겠지만, 남편이나 내 아들이나 겉으로 티를 안내는 남자들이다. (웃음) ▲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내가 공포영화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아주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 거다. 기대해 주시라~! 역시 주인공은 중년 여성이다.

[마주보기] 영화 ‘죽이러 간다’ 박남원 감독 “캐스팅 전‧후 달라지는 배우 태도 슬프다”

박진희 기자 승인 2021.11.04 17:37 | 최종 수정 2021.11.04 17:38 의견 0
박남원 감독 (사진=원픽처스)


다큐멘터리 ‘최보은을 만나다’, 단편 ‘모델’, ’신고’ ‘우리 집에 왜 왔니’, ‘가물치’, ‘수업’ 등 여성을 주제로 한 단편을 꾸준히 만들어 온 박남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이러 간다’ 개봉을 앞두고 박남원 감독 10문10답 인터뷰를 가졌다.

지금까지 단편영화 작업을 오래했는데, 장편 데뷔가 좀 늦은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에서 연극연출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다가 불교텔레비전(BTN)에 PD로 입사했다.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몇 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다시 일을 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이 금쪽같은 우리 아들을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느냐고 노발대발해서 타협책으로 영상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대학원은 일주일에 2, 3일만 가면 되니까…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꾸준히 했다.

영화 ‘죽이러 간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영화인가?

여성, 특히 중년 여성들에 대한 영화가 너무 없고 있어도 제대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다. 여자 이야기는 여자 감독인 내가 제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장편으로 만들고 싶어서 ‘죽이러 간다’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작업했다. 그러나 거의 10년간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아줌마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냐” 하는 반응들이었다. 난 ‘죽이러 간다’를 영화로 만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관객들도 보고 싶어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후원과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충당했다.

▲ ‘죽이러 간다’의 주요 인물인 여성 4명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든 건가?

고수, 선재, 미연, 인애 모두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내 아들이 어릴 적에 비만이어서 나나 아들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고수를 창조할 때 제일 먼저 반영했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캐릭터는 성공한 사업가인 선재였다, 왜냐면 난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까. (웃음)

▲ 시나리오 작업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

내가 만든 영화는 모두 내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경험한 강렬했던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했다.

▲ 주인공인 오정연 씨와 최윤슬 씨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배우 캐스팅에 우여곡절이 있다고 들었다.

원래 고수 역은 모두 알 만한 유명 영화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고수 역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에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서 못하겠다”고 하더라. 아이가 아프다니까 다 이해가 됐다. 영화 제작 일정을 후원자와 투자자들에게 연기하겠다고, 캐스팅이 안 되어서 제작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고수 역을 찾았고, 대학 후배가 오정연 씨를 추천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제작일정을 연기하고, 영화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조언했지만, 제작일정을 조정할 정신적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선재 역 역시 처음엔 다른 배우가 캐스팅돼서 같이 리딩도 했는데, 드라마에 고정 캐스팅됐다고 우리 영화 리딩 시간을 못 맞추더라. 캐스팅 전 출연하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죽이러 간다’에 올 인하겠다고 하더니… 그래서 크랭크인 2주일 남겨 놓고 부랴부랴 다시 오디션을 봐서 최윤슬 씨를 캐스팅했다. 윤슬 씨는 배우들과 리딩도 몇 번 못 맞춰 보고, 크랭크인 날 중요한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윤슬 씨가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NG를 많이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윤슬 씨가 완벽하게 선재가 되는 거다. 정말 놀랐다. ‘역시 배우구나!’ 하고 감탄했다.

박남원 감독 (사진=원픽처스)

‘죽이러 간다’가 올 해 씨네퀘스트 영화제 경쟁부문과 오스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서 화제가 되었는데, 오스틴영화제 초청작 발표 이후 미국 제작사와 에이전시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올 해 초에 완성해서 국내 영화제와 코미디 경쟁부문이 있는 해외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했다. 국내 영화제에는 초청받지 못해 심란했는데, 다행히 시네퀘스트 영화제와 오스틴 영화제에 초청받아 반전이 됐다.(웃음) 벤 애플랙 주연의 ‘어카운턴트’ 등을 제작한 미국의 Zero Gravity Management, ‘MULAN’ ‘MY SPY’ 등을 제작한 Good Fear Content, 그리고 여러 언론사에서 스크리너를 요청해오고 있다.

▲여 회장 선재 방에 걸려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선재 방에 걸린 액자 속 그림 3개 모두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다. 칼은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독해 보이는 성공한 CEO 선재 역시 이면엔 따뜻한 가정도 중요시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 ‘죽이러 간다’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배우들이 오디션 볼 때는 ‘죽이러 간다’ 촬영에 올 인하겠다고, 꼭 출연시켜 달라고 하더니 막상 캐스팅된 이후엔 태도가 바뀌는 배우가 많더라. 이런 고민을 영화인 선배들한테 이야기하니까 선배들도 경험했다고 한다. 좀 슬프다. 그리고 ‘죽이러 간다’ 만든다고 내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힘들었다.

▲ 영화 만드는 동안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고 했는데, 국내 극장 개봉을 하게 되어서 가족들이 좋아하겠다.

속으론 물론 좋아하겠지만, 남편이나 내 아들이나 겉으로 티를 안내는 남자들이다. (웃음)

▲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내가 공포영화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아주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 거다. 기대해 주시라~! 역시 주인공은 중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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