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우가 될 처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자국·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우리 기업들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산업에 3690억 달러(약 484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사진=미국 의회 상원 홈페이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하 IRA)’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은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생산 제품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규정했다. 이에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에 큰 숙제를 던져줬다. ■ 미 상원, 전기차 보조금 포함 IRA법 통과…中 부품·완제품 배제 조건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현대자동차 등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미국의 IRA와 관련해 국내 제조 전기차와 배터리가 미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IRA가 한미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을 위배할 수 있다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IRA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배터리 등 일정 비율을 충족할 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배터리용 광물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조건이 내걸렸다. 또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제작하고 조립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사실상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법안인 셈이다. 지난달 19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맞이하며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국내 배터리 기업, ‘기회·위기’ 동시 직면…“中 의존도 낮춘다” 우리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경쟁 업체들이 배제되면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자제를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코발트·망간 등 핵심 자재를 95%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핵심 자재를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배터리 주요 부품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의 비율이 50% 이상 미국산이어야 한다. 오는 2028년엔 이 비율이 100%까지 상향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회의 측면이 크지만 위기의 요소도 있다”며 “중국 경쟁 업체는 중국 정부의 특혜와 저가 공세로 뛰어들었지만 이번 미국 IRA가 통과되면 진입장벽이 생긴 것”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원재료 부분도 중국 의존도를 낮춰 칠레, 북미 등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월 21일(한국시간, 미국현지 20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을 구축하기 위해 약 50억 달러(6조3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하고 관련 협약식을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 내년에 보조금 ‘못 받을 수도’…한화솔루션, 혜택에 ‘환영’ 현대차는 웃을 수 없다.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지만 완공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또한 미국 내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과 2024년 EV9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당장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내년부터 미국에서 시행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상원은 이번 IRA 법안에서 전기차 회사당 20만대까지만 세액공제를 주는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제너럴모터스(GM) 등 자국 생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법안 통과 등 관련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 발전 등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미국 내 제조를 위해 300억 달러(약 39조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이 이번 IRA 법안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미 조지아주에 1.7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공장을 운영 중고 증설도 진행하고 있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미·중 격돌-한국의전략]② “전기차 보조금, 中제외”…원재료 등 수입다각화 숙제

미 상원, 친환경산업 지원 IRA법 통과…中부품 배제 조건
LG엔솔·SK온·삼성SDI, 반사이익…“中 의존도 낮춰야”
현대차, 당장 보조금 ‘제외’…한화솔루션, 수혜 가능성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15 06:00 의견 0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우가 될 처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자국·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우리 기업들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산업에 3690억 달러(약 484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사진=미국 의회 상원 홈페이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하 IRA)’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은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생산 제품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규정했다. 이에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에 큰 숙제를 던져줬다.

■ 미 상원, 전기차 보조금 포함 IRA법 통과…中 부품·완제품 배제 조건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현대자동차 등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미국의 IRA와 관련해 국내 제조 전기차와 배터리가 미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IRA가 한미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을 위배할 수 있다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IRA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배터리 등 일정 비율을 충족할 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배터리용 광물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조건이 내걸렸다. 또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제작하고 조립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사실상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법안인 셈이다.

지난달 19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맞이하며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국내 배터리 기업, ‘기회·위기’ 동시 직면…“中 의존도 낮춘다”

우리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경쟁 업체들이 배제되면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자제를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코발트·망간 등 핵심 자재를 95%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핵심 자재를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배터리 주요 부품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의 비율이 50% 이상 미국산이어야 한다. 오는 2028년엔 이 비율이 100%까지 상향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회의 측면이 크지만 위기의 요소도 있다”며 “중국 경쟁 업체는 중국 정부의 특혜와 저가 공세로 뛰어들었지만 이번 미국 IRA가 통과되면 진입장벽이 생긴 것”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미국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원재료 부분도 중국 의존도를 낮춰 칠레, 북미 등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월 21일(한국시간, 미국현지 20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을 구축하기 위해 약 50억 달러(6조3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하고 관련 협약식을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 내년에 보조금 ‘못 받을 수도’…한화솔루션, 혜택에 ‘환영’

현대차는 웃을 수 없다.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지만 완공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또한 미국 내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과 2024년 EV9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당장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내년부터 미국에서 시행되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상원은 이번 IRA 법안에서 전기차 회사당 20만대까지만 세액공제를 주는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제너럴모터스(GM) 등 자국 생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법안 통과 등 관련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 발전 등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미국 내 제조를 위해 300억 달러(약 39조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이 이번 IRA 법안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미 조지아주에 1.7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공장을 운영 중고 증설도 진행하고 있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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