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각투자가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을 만났다. 금융당국이 샌드박스 규제를 적용시키며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활로를 열어줬지만 금리인상기 폭풍을 만나 흔들리는 형국. 5000원으로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컨셉으로 각광받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빛을 잃은 이유는 뭘까. (사진=카사 홈페이지) 5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에서 현재 소유하고 있는 공모 건물 수는 총 7개다. 2020년 가장 먼저 출발한 카사가 4건의 공모 건물에 투자하고 있으며, 소유 2건, 펀블 1건이다. 이들은 입지가 좋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임대수익을 확보하고 추후 매각시 차익을 창출한다는 컨셉에 따라 카사의 TE물류센터(충남 천안 소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강남, 여의도 등에 위치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공모와 상장 이후 거래 과정에서 급격히 냉각된 흐름이다. 일례로 루센트블록은 이태원 새비지가든에 대한 공모일정을 당초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에서 23일로 연장했다. 1호 건물인 ‘안국 다운타우너’가 상장 이후 가격 하락세를 겪으면서 당장 2호 공모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5일 루센트블록에 따르면 안국타우너는 지난달 29일 첫 배당에서 2.65%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500만원 투자한 경우 배당수익으로 1만2000원을 가져간 셈이다. 하지만 거래금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날 오전 기준 안국다운타우너 1주당 거래금액은 4125원으로 전거래일보다 6.4% 떨어졌다. 공모 당시 2시간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흥행했지만 상장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조기 완판에 성공했던 펀블의 첫 공모 상품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역시 공모 이날 첫 거래시작 직후 6%대 하락세다. 펀블의 공모 1호 상품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의 내외부 (사진=펀블) ■ 살아난 예적금, 3~4% 안정적 자산으로 '무브' 부동산조각투자가 투자시장에서 호감을 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 수익률 창출이다. 저금리 시대 상대적으로 높은 3~4%의 배당이익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건물주’가 되고 싶던 투자자들에게 ‘일거양득’의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실제 공모 일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가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3.33%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한 경우 연 3.5~4% 수준까지 오른 상태. 여기에 4%대 수익률을 보장하는 채권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며 안전자산의 메리트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저축성 수신(정기예·적금) 잔액은 한달 전보다 2.4% 늘어나며 768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본래 3~4%였던 기대수익률에 맞는 물건을 찾는 데 애로가 있을 수 있다”며 “대출을 포함하지 않아 레버리지 효과 없이 에쿼티만으로 진행해야 하다보니 4%를 목표로 하단을 높이는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을 포함한 투자 채널들 역시 당초 업무협약(MOU)을 통해 조각투자 플랫폼들과 새로운 거래 시작을 알렸으나 최근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해 적극적인 투자권유 등에는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고객자산관리(WM)부문 관계자는 “과거 고액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투자대상들이 최근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포트폴리오 전반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조각투자 역시 그 일환이 될 수 있지만 동일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더 안정적인 상품들이 있다보니 투자 니즈가 강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시간 거래? ‘독’이 된 편의성 안국 다운타우너 일별 시세 (사진=소유 앱 캡처) 최대 강점을 꼽혔던 편의성 역시 '독'이 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투자하는 부동산은 상장된 이후에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최소 투자단위 5000원으로 거래시간(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내에는 언제든 각 플랫폼을 통해 사고 팔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장기적 투자 주기를 갖고 가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젊은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 흐름을 보이며 상장 이후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는 “기존 부동산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40~50대 투자자들은 어차피 배당이 들어오니 움직이는 가격에 덜 민감한 편인 반면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거래하던 패턴대로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비중이 많아 아무래도 심리적 불안감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투자건들의 하루 변동폭은 10% 안팎에 달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기업의 호재나 악재, 매크로 환경 등에 의해 방향성을 보이는 것과 달리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장중에도 쉼없이 오르고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매각 차익 노리려면? 부동산 조각투자의 가장 성공적인 시나리오는 매입 자산 매각시 발생하는 차익이다. 실제 카사는 84억5000만원에 매입했던 역삼 한국기술센터를 지난 5월 93억원에 매각, 12% 이상의 차익을 거두며 성공적 투자 사례를 남겼다. 6월에 매각한 역삼 런던빌 역시 15억원 이상 차익을 남겨 14.76%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두건의 평균 투자 기간은 1년 5개월 안팎.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으로 이러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거용 부동산 대비 민감도는 낮은 편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금리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여파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현재 경직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새로운 투자기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좋은 물건을 선취하는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일반 투자상품에 편입되려던 자산들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포기하는 자산이 늘게 된다면 더 좋은 물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라면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각투자ABC] ‘5천원 건물주’가 사라지고 있다

'4% 적금 시대' 부동산조각투자시장, 투자 메리트 하락
단기적 부동산 전망 감안시 매각 차익 기대 어려워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9.05 14:36 의견 0

부동산 조각투자가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을 만났다. 금융당국이 샌드박스 규제를 적용시키며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활로를 열어줬지만 금리인상기 폭풍을 만나 흔들리는 형국. 5000원으로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컨셉으로 각광받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빛을 잃은 이유는 뭘까.

(사진=카사 홈페이지)


5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부동산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 루센트블록, 펀블에서 현재 소유하고 있는 공모 건물 수는 총 7개다. 2020년 가장 먼저 출발한 카사가 4건의 공모 건물에 투자하고 있으며, 소유 2건, 펀블 1건이다.

이들은 입지가 좋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임대수익을 확보하고 추후 매각시 차익을 창출한다는 컨셉에 따라 카사의 TE물류센터(충남 천안 소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강남, 여의도 등에 위치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공모와 상장 이후 거래 과정에서 급격히 냉각된 흐름이다. 일례로 루센트블록은 이태원 새비지가든에 대한 공모일정을 당초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에서 23일로 연장했다. 1호 건물인 ‘안국 다운타우너’가 상장 이후 가격 하락세를 겪으면서 당장 2호 공모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5일 루센트블록에 따르면 안국타우너는 지난달 29일 첫 배당에서 2.65%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500만원 투자한 경우 배당수익으로 1만2000원을 가져간 셈이다.

하지만 거래금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날 오전 기준 안국다운타우너 1주당 거래금액은 4125원으로 전거래일보다 6.4% 떨어졌다. 공모 당시 2시간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흥행했지만 상장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조기 완판에 성공했던 펀블의 첫 공모 상품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 역시 공모 이날 첫 거래시작 직후 6%대 하락세다.

펀블의 공모 1호 상품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의 내외부 (사진=펀블)


■ 살아난 예적금, 3~4% 안정적 자산으로 '무브'

부동산조각투자가 투자시장에서 호감을 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 수익률 창출이다. 저금리 시대 상대적으로 높은 3~4%의 배당이익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건물주’가 되고 싶던 투자자들에게 ‘일거양득’의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실제 공모 일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가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3.33%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한 경우 연 3.5~4% 수준까지 오른 상태. 여기에 4%대 수익률을 보장하는 채권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며 안전자산의 메리트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저축성 수신(정기예·적금) 잔액은 한달 전보다 2.4% 늘어나며 768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본래 3~4%였던 기대수익률에 맞는 물건을 찾는 데 애로가 있을 수 있다”며 “대출을 포함하지 않아 레버리지 효과 없이 에쿼티만으로 진행해야 하다보니 4%를 목표로 하단을 높이는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을 포함한 투자 채널들 역시 당초 업무협약(MOU)을 통해 조각투자 플랫폼들과 새로운 거래 시작을 알렸으나 최근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해 적극적인 투자권유 등에는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고객자산관리(WM)부문 관계자는 “과거 고액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투자대상들이 최근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포트폴리오 전반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조각투자 역시 그 일환이 될 수 있지만 동일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더 안정적인 상품들이 있다보니 투자 니즈가 강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시간 거래? ‘독’이 된 편의성

안국 다운타우너 일별 시세 (사진=소유 앱 캡처)


최대 강점을 꼽혔던 편의성 역시 '독'이 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이 투자하는 부동산은 상장된 이후에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최소 투자단위 5000원으로 거래시간(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내에는 언제든 각 플랫폼을 통해 사고 팔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장기적 투자 주기를 갖고 가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젊은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 흐름을 보이며 상장 이후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는 “기존 부동산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40~50대 투자자들은 어차피 배당이 들어오니 움직이는 가격에 덜 민감한 편인 반면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거래하던 패턴대로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비중이 많아 아무래도 심리적 불안감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투자건들의 하루 변동폭은 10% 안팎에 달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기업의 호재나 악재, 매크로 환경 등에 의해 방향성을 보이는 것과 달리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장중에도 쉼없이 오르고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매각 차익 노리려면?

부동산 조각투자의 가장 성공적인 시나리오는 매입 자산 매각시 발생하는 차익이다. 실제 카사는 84억5000만원에 매입했던 역삼 한국기술센터를 지난 5월 93억원에 매각, 12% 이상의 차익을 거두며 성공적 투자 사례를 남겼다. 6월에 매각한 역삼 런던빌 역시 15억원 이상 차익을 남겨 14.76%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두건의 평균 투자 기간은 1년 5개월 안팎.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으로 이러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거용 부동산 대비 민감도는 낮은 편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금리와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여파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현재 경직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새로운 투자기회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좋은 물건을 선취하는 기회가 올 수도 있고 일반 투자상품에 편입되려던 자산들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포기하는 자산이 늘게 된다면 더 좋은 물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라면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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