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게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6개월 내로 신속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최소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산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등록말소다. 지금까지 건설사 등록말소가 이뤄진 사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동아건설이 유일하다. 등록말소는 사실상 기업에겐 사망선고다. 해당 회사의 과거 실적은 모두 사라지며 수주 경쟁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등록말소 처분은 기업 입장에서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현산 사무직 노동조합이 소속된 한국노총 산하 한국건설기업사무노동조합연맹(건설사무연맹)은 지난달 26일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HDC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결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설사무연맹은 “두 번이나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없으나 등록말소라는 처분이 내려졌을 경우 해당 기업 소속 노동자와 가족들, 협력업체, 부동산 관련 금융권까지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HDC현산에는 1만여명 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가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등록말소될 경우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기업과 노동자는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관계다. 큰 길에는 문이 없다. 상생이 화두라면 기업도 생존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산에게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최악의 상황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기업이 이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길은 열어둬야 한다.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을 위해서라도 현산의 등록말소는 재고돼야 할 사안이다. 등록말소가 이뤄진다면 끝없는 법정 공방으로 책임을 묻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현산이 신뢰 회복과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재시공과 다양한 금융 지원에 나서고 관련 상담소를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현산의 노력이 불충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도 현산의 몫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영원히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푸스의 형벌이 그려진다. 신들은 자신에게 대항한 시지푸스에게 엄벌로 죽음이 아닌 영원한 책임을 지운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적 처분이 이뤄진다면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속적으로 질 수 있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산도 이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HDC현대산업개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길 열려야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9.14 16:09 의견 0


서울시가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게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6개월 내로 신속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최소 영업정지 처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산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등록말소다. 지금까지 건설사 등록말소가 이뤄진 사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동아건설이 유일하다.

등록말소는 사실상 기업에겐 사망선고다. 해당 회사의 과거 실적은 모두 사라지며 수주 경쟁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등록말소 처분은 기업 입장에서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현산 사무직 노동조합이 소속된 한국노총 산하 한국건설기업사무노동조합연맹(건설사무연맹)은 지난달 26일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HDC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결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설사무연맹은 “두 번이나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없으나 등록말소라는 처분이 내려졌을 경우 해당 기업 소속 노동자와 가족들, 협력업체, 부동산 관련 금융권까지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HDC현산에는 1만여명 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가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등록말소될 경우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기업과 노동자는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관계다. 큰 길에는 문이 없다. 상생이 화두라면 기업도 생존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산에게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최악의 상황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기업이 이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길은 열어둬야 한다.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을 위해서라도 현산의 등록말소는 재고돼야 할 사안이다. 등록말소가 이뤄진다면 끝없는 법정 공방으로 책임을 묻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현산이 신뢰 회복과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 재시공과 다양한 금융 지원에 나서고 관련 상담소를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현산의 노력이 불충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도 현산의 몫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영원히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푸스의 형벌이 그려진다. 신들은 자신에게 대항한 시지푸스에게 엄벌로 죽음이 아닌 영원한 책임을 지운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적 처분이 이뤄진다면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속적으로 질 수 있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산도 이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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