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글로벌 경기침체 위협이 지속되면서 ‘킹달러 시대’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환율이 우리 생활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살펴봄으로써 위기 대응 전략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1달러 지폐 한장을 사기 위해 1400원을 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작년 초만 해도 1000원선이던 환율이 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금융시장은 물론, 우리 생활 경제에도 위기감이 번진다. 환율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런 위기감이 생기는 걸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 고금리로 달러 흡수하는 미국, 높아지는 비용 부담 일단 환율이 오르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로 옮겨야 한다. 주춤하는가 싶던 환율이 지난주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였다. 진정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의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고삐를 계속 당길 것이란 경계감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자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거침없다. 그리고 전세계 국가들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이러한 인상 기조를 따라가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결국 미국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달러를 다시 끌어모으면서 달러를 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자국 통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치는 것은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 수출입 물가다. 수입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1000원이면 사던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1400원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에 놓이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출기업의 경우 어떨까. 기본적으로는 달러가 비싸지만 수출하는 기업에는 이득이다. 지난해에는 1000원받고 팔던 물건을 1400원이나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달러 강세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 비중을 줄이고 자국 생산품을 대체재로 활용하거나 그동안 비축해뒀던 물량을 소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수출기업들이 달러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수입을 하는 기업도, 수출을 하는 기업도 고비를 겪으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6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입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 것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 전쟁 여파 등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美 금리인상, 높고 길게...경기침체 불안 커진다 결국 미국의 물가 안정이 가장 큰 변수인데 최근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연준이 고삐를 계속 당겨갈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연준이 오는 20~2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최소 0.75%, 즉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덤일 듯 싶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시 한국을 역전하면서 환율 상승세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당장 이번 회의의 인상폭이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지속적인 달러 유출로 인한 충격 등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는 올해에만 달러화 대비 16% 수준의 하락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2.3원선. “세간의 이목이 이번주 FOMC로 쏠릴 것이다. 미국 연준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중국 부동산의 하강흐름 진정, 그리고 유로존 펀더멘탈 우려 완화 등이 수반돼야 비로소 원화의 추세도 바뀐다. 단기간 내 강세 전환은 어렵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1400원시대] 환율 오르는데 내 지갑은 왜 얇아지나요?①

지난달 무역적자폭, 66년래 사상 최대치 기록
원자재 상승+강달러 부담, 소비자에게 전이 더 커지나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9.19 14:35 | 최종 수정 2022.09.19 14:39 의견 0

달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글로벌 경기침체 위협이 지속되면서 ‘킹달러 시대’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환율이 우리 생활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살펴봄으로써 위기 대응 전략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1달러 지폐 한장을 사기 위해 1400원을 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작년 초만 해도 1000원선이던 환율이 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며 금융시장은 물론, 우리 생활 경제에도 위기감이 번진다. 환율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런 위기감이 생기는 걸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 고금리로 달러 흡수하는 미국, 높아지는 비용 부담

일단 환율이 오르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로 옮겨야 한다.

주춤하는가 싶던 환율이 지난주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였다. 진정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의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고삐를 계속 당길 것이란 경계감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자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거침없다. 그리고 전세계 국가들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이러한 인상 기조를 따라가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결국 미국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달러를 다시 끌어모으면서 달러를 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자국 통화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영향이 미치는 것은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 수출입 물가다. 수입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1000원이면 사던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1400원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에 놓이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출기업의 경우 어떨까. 기본적으로는 달러가 비싸지만 수출하는 기업에는 이득이다. 지난해에는 1000원받고 팔던 물건을 1400원이나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달러 강세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 비중을 줄이고 자국 생산품을 대체재로 활용하거나 그동안 비축해뒀던 물량을 소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수출기업들이 달러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수입을 하는 기업도, 수출을 하는 기업도 고비를 겪으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6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입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 것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 전쟁 여파 등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美 금리인상, 높고 길게...경기침체 불안 커진다

결국 미국의 물가 안정이 가장 큰 변수인데 최근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연준이 고삐를 계속 당겨갈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연준이 오는 20~2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최소 0.75%, 즉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은 덤일 듯 싶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시 한국을 역전하면서 환율 상승세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당장 이번 회의의 인상폭이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지속적인 달러 유출로 인한 충격 등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는 올해에만 달러화 대비 16% 수준의 하락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2.3원선.

“세간의 이목이 이번주 FOMC로 쏠릴 것이다. 미국 연준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중국 부동산의 하강흐름 진정, 그리고 유로존 펀더멘탈 우려 완화 등이 수반돼야 비로소 원화의 추세도 바뀐다. 단기간 내 강세 전환은 어렵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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