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들이 몰려들 기세다. 전국민의 30% 이상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진 한국. 눈독을 들이는 해외 거래소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란 점을 적극 활용해 행정적 특혜까지 주겠다고 나서주니 해외 거래소들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공정 경쟁 이슈다. 해외 거래소의 무분별한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규제 벽에 막혀 한발 한발 힘겹게 사업 확장을 해나가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관련된 법적,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미비하다. 올해 루나 테라 사태로 최근 관련법안 발의를 두고 정치권 움직임이 빨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 은행 실명계좌, 해외송금 등 비즈니스 곳곳에서 제동이 걸린다. 블록체인 특구를 통해 해외거래소들이 대거 진입할 경우 업권내 지각변동은 물론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 행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시는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와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 도시 부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부산시는 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 중국의 '후오비'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향한 광폭 행보다. 역차별을 우려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거래소들이 영업을 하려면 특금법을 따라 실명인증계좌가 필요하다. 하지만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실명계좌를 만드는 게 불가능해 원화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거래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의 계좌개설도 현실적으로 막혀 있다. 외국인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해 원화거래를 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등록해야 하는데 실상 국내 은행은 외국인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다. 코인마켓 이용만 가능하다. "업비트가 외국인을 받을 수만 있다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간담회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결국 두나무는 여러차례 실패 끝에 엔터사 하이브와 미국에 NFT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이라는 묘수를 찾아냈고 이를 통한 해외 진출 추진으로 선회했다. 이에 반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는 이미 한국인 고객을 받고 있다. 바이낸스 고객의 30% 가량이 한국인이란 추정도 있다. 이는 해외 거래소 이용에 대한 제약이 없어서다. 실명계좌 문제 외에도 국내 거래소의 해외송금 자체도 막혀 있다. 이를 막고 나선 은행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은행의 몫이라고 선을 긋자 은행들로선 수동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수수료 조금 챙겨보겠다고 금융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위험을 감수할 은행은 사실 없다. 물론 금융당국으로서도 '자금세탁 방지' 등 우려되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법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 즉 신뢰를 담보할 만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국내 거래소에만 적용되고 부산 특구를 이용한 해외 거래소들에게는 면죄부를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외 거래소들의 심사기준도 국내 거래소와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바이낸스와 FTX는 국내 시장을 두드렸지만 특금법 등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당국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영업을 포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서 사업자 승인도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특구를 활용해 들어온다면 어렵게 신고 요건을 충족한 국내 거래소들로선 역차별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시의 현 계획은 특금법은 물론, 금융당국과 국내 가상자산업권, 정치권 등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특구라는 점을 활용해 해외 거래소들에게만 특혜가 주어진다면 역차별 논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어닥스 리서치센터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내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 지방정부의 협력 추진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저해하고 대외 의존도를 심화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한편 현재 부산시와 연결되고 있는 해외 거래소 대부분은 앞서 국내 금융당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에서 철수한 곳들이다. 물론 이들은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음성적인 영업을 해오고 있다.

“가상자산 공룡들 오는데...” 한국만 역차별?

홍승훈 최하나 기자 승인 2022.10.28 09:00 | 최종 수정 2022.10.31 11:15 의견 0


글로벌 공룡들이 몰려들 기세다. 전국민의 30% 이상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진 한국. 눈독을 들이는 해외 거래소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란 점을 적극 활용해 행정적 특혜까지 주겠다고 나서주니 해외 거래소들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공정 경쟁 이슈다. 해외 거래소의 무분별한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규제 벽에 막혀 한발 한발 힘겹게 사업 확장을 해나가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관련된 법적,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미비하다. 올해 루나 테라 사태로 최근 관련법안 발의를 두고 정치권 움직임이 빨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 은행 실명계좌, 해외송금 등 비즈니스 곳곳에서 제동이 걸린다. 블록체인 특구를 통해 해외거래소들이 대거 진입할 경우 업권내 지각변동은 물론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의 행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시는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와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 도시 부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부산시는 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 중국의 '후오비'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향한 광폭 행보다.

역차별을 우려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거래소들이 영업을 하려면 특금법을 따라 실명인증계좌가 필요하다. 하지만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실명계좌를 만드는 게 불가능해 원화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거래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의 계좌개설도 현실적으로 막혀 있다. 외국인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해 원화거래를 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등록해야 하는데 실상 국내 은행은 외국인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다. 코인마켓 이용만 가능하다. "업비트가 외국인을 받을 수만 있다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간담회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결국 두나무는 여러차례 실패 끝에 엔터사 하이브와 미국에 NFT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이라는 묘수를 찾아냈고 이를 통한 해외 진출 추진으로 선회했다.

이에 반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는 이미 한국인 고객을 받고 있다. 바이낸스 고객의 30% 가량이 한국인이란 추정도 있다. 이는 해외 거래소 이용에 대한 제약이 없어서다.

실명계좌 문제 외에도 국내 거래소의 해외송금 자체도 막혀 있다. 이를 막고 나선 은행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은행의 몫이라고 선을 긋자 은행들로선 수동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수수료 조금 챙겨보겠다고 금융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위험을 감수할 은행은 사실 없다.

물론 금융당국으로서도 '자금세탁 방지' 등 우려되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법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 즉 신뢰를 담보할 만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국내 거래소에만 적용되고 부산 특구를 이용한 해외 거래소들에게는 면죄부를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외 거래소들의 심사기준도 국내 거래소와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바이낸스와 FTX는 국내 시장을 두드렸지만 특금법 등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당국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영업을 포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서 사업자 승인도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특구를 활용해 들어온다면 어렵게 신고 요건을 충족한 국내 거래소들로선 역차별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시의 현 계획은 특금법은 물론, 금융당국과 국내 가상자산업권, 정치권 등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특구라는 점을 활용해 해외 거래소들에게만 특혜가 주어진다면 역차별 논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어닥스 리서치센터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내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 지방정부의 협력 추진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저해하고 대외 의존도를 심화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한편 현재 부산시와 연결되고 있는 해외 거래소 대부분은 앞서 국내 금융당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에서 철수한 곳들이다. 물론 이들은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음성적인 영업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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