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서비스) 잔액이 7조원대에 육박하면서 가계 부채의 부실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리볼빙 수요 증가와 함께 결제금액이 지속적으로 이월되는 구조의 특성상 당분간 증가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 전업 카드사 7곳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93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조823억원이었던 데 비해 14% 늘어난 규모로 9개월 만에 8555억원 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 곳은 롯데카드다. 지난해 말 7422억원 수준이었던 롯데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24.1% 증가하며 920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카드는 리볼빙 금리 역시 18.19%로 7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타사대비 약 두배 가량 높은 증가율인 것이다. 동기간 각 사별 증가율은 ▲현대카드 20.0% ▲우리카드 17.1% ▲신한카드 11.5% ▲삼성카드 11.4% ▲KB국민카드 10.1% ▲하나카드 4.2%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최고 연 20%에 육박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를 통해 가계 부채가 발생할 위험성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사의 리볼빙 서비스 평균 수수료는 16.65%로 신용카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14.34%) 대비로도 높은 수준이다. 각 사별로는 하나카드가 14.19%로 가장 낮은 반면 롯데카드는 18.19%로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다. ■ 단기 자금 부족한 고객들, 편리성에 '혹'했다가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안내 문자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가 출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데에는 단기적 편리성과 쉬운 접근성이 기여한 바가 컸다. 신용카드 사용액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금액은 이월 결제함으로써 연체를 방지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이용 고객 수는 올해 7월 말 기준 273만5000명 수준까지 늘었다. 실제 카드사에서 발송한 안내 문구상으로는 ‘최소 금액 이상만 결제통장에 입금해두면 연체없이 나머지 금액은 다음 결제일로 이월되는 결제방식’이라고 설명돼 있어 단기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고객들의 가입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이월되는 금액에 대해 높은 금리가 적용되고 사용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갚아야 하는 금액이 불어나는 구조로 단기간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신용카드로 200만원을 결제한 고객이 단기 현금 부족으로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결제비율을 20%로 설정했을 경우 당월 결제액을 40만원으로 줄여 연체 위기를 피하고 160만원은 내달로 이연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음달 사용액이 다시 200만원이라면 이 고객에게 청구되는 금액은 360만원이 된다. 다시 20%만 결제하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해당월에 72만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그 다음달로 청구되는 금액은 이미 288만원으로 불어난다. 다음달 사용액을 절반인 100만원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청구금액은 388만원. 그리고 여기서 이월되는 금액들에 대해서는 매달 연 20% 가까운 수수료가 붙는다. 즉, 서비스 사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급격히 불어나는 구조로 연체수수료율 역시 최고 2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카드사 앱 상 리볼빙 서비스 신청 화면 ■ 카드론 고객들의 이동..."안내 서비스 강화할 것"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필요한 고객들이 초단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침체와도 맞물린 만큼 리볼빙 이월 잔액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개인들이 카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신용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자칫하면 이자가 급격히 불어날 수 있어 장기 이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최근 리볼빙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가 하면 불완전판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관련 안내를 철저히 해나갈 필요성도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업계에서도 리볼빙 서비스로 유도하는 마케팅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최근 강화된 금융당국의 규제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달콤살벌한’ 카드 리볼빙, 수개월이면 부채 ‘늪’ 빠진다

경기 침체 속 연체 위험 피하려다 부채 확대 우려
"초단기 상환 가능한 고객들에게 적합한 서비스...장기 이용시 리스크"

박민선 기자 승인 2022.11.08 14:26 의견 0

신용카드사들의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서비스) 잔액이 7조원대에 육박하면서 가계 부채의 부실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리볼빙 수요 증가와 함께 결제금액이 지속적으로 이월되는 구조의 특성상 당분간 증가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 전업 카드사 7곳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93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조823억원이었던 데 비해 14% 늘어난 규모로 9개월 만에 8555억원 가량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 곳은 롯데카드다. 지난해 말 7422억원 수준이었던 롯데카드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24.1% 증가하며 9207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카드는 리볼빙 금리 역시 18.19%로 7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타사대비 약 두배 가량 높은 증가율인 것이다.

동기간 각 사별 증가율은 ▲현대카드 20.0% ▲우리카드 17.1% ▲신한카드 11.5% ▲삼성카드 11.4% ▲KB국민카드 10.1% ▲하나카드 4.2%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최고 연 20%에 육박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를 통해 가계 부채가 발생할 위험성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사의 리볼빙 서비스 평균 수수료는 16.65%로 신용카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14.34%) 대비로도 높은 수준이다. 각 사별로는 하나카드가 14.19%로 가장 낮은 반면 롯데카드는 18.19%로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다.

■ 단기 자금 부족한 고객들, 편리성에 '혹'했다가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안내 문자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가 출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데에는 단기적 편리성과 쉬운 접근성이 기여한 바가 컸다. 신용카드 사용액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금액은 이월 결제함으로써 연체를 방지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이용 고객 수는 올해 7월 말 기준 273만5000명 수준까지 늘었다.

실제 카드사에서 발송한 안내 문구상으로는 ‘최소 금액 이상만 결제통장에 입금해두면 연체없이 나머지 금액은 다음 결제일로 이월되는 결제방식’이라고 설명돼 있어 단기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고객들의 가입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이월되는 금액에 대해 높은 금리가 적용되고 사용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갚아야 하는 금액이 불어나는 구조로 단기간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신용카드로 200만원을 결제한 고객이 단기 현금 부족으로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결제비율을 20%로 설정했을 경우 당월 결제액을 40만원으로 줄여 연체 위기를 피하고 160만원은 내달로 이연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음달 사용액이 다시 200만원이라면 이 고객에게 청구되는 금액은 360만원이 된다. 다시 20%만 결제하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해당월에 72만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그 다음달로 청구되는 금액은 이미 288만원으로 불어난다. 다음달 사용액을 절반인 100만원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청구금액은 388만원. 그리고 여기서 이월되는 금액들에 대해서는 매달 연 20% 가까운 수수료가 붙는다. 즉, 서비스 사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급격히 불어나는 구조로 연체수수료율 역시 최고 2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카드사 앱 상 리볼빙 서비스 신청 화면


■ 카드론 고객들의 이동..."안내 서비스 강화할 것"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필요한 고객들이 초단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침체와도 맞물린 만큼 리볼빙 이월 잔액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개인들이 카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신용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자칫하면 이자가 급격히 불어날 수 있어 장기 이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최근 리볼빙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가 하면 불완전판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관련 안내를 철저히 해나갈 필요성도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업계에서도 리볼빙 서비스로 유도하는 마케팅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최근 강화된 금융당국의 규제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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