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 땐 우중주 밤새 뛰는 철야주 똥줄 빠져라 전력주 하염없이 길게 거리주 남하고 발 맞춰 동반주 출근 전에 가볍게 출근주 보람찼건 안 그랬건 퇴근주 술김에, 술 마시면서 취중주 덜 깬 채 숙취주, 깨려고 해장주 대회 뒤끝 몸 풀기 설렁설렁 회복주 참가비 안 내고 배번 없이 슬쩍 뛰는 뻐꾹주 딴 사람 칩 달고 '서브3'나 보스턴 참가기록 내주는 대리주 멀리 떠나 달리는 관광주, 여행주(p. 152) '달리기의 힘'(굿모닝북스)은 이 수 많은 달리기 종류를 모두 섭렵한 사람 김준형이 쓴 책이다. 김준형은 30년 기자로 살아왔고, 20년 넘게 달려왔다. 자칭 발로 뛰는 기자다. (자료=굿모닝북스) 책 내용이 비장하거나 자기 자랑으로 도배하지 않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와 위트가 큭큭거리게 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100일을 달린 '웅녀 프로젝트'가 그렇다. 100일간 쑥과 마늘로 버텨 사람이 됐다는 웅녀의 전통을 이어받아 100일이란다. 사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뭔가 해보겠다고 맘 단단히 먹고 시작해도 3일 버티기 어려운 거 아닌가? 습관을 고치거나 새롭게 만들려면 적어도 3주, 21일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미국 의사 맥스웰 몰츠가 1960년대에 주장한 '21일 법칙'이다. (중략) 달리기의 경우 21일이면 어느 정도 '적응'은 되지만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배려면 3주가 아니라 3개월은 걸리는 것 같다.(p. 53)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 또는 중단하는 건 의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예상했건 못했건 상관없이 닥치는 위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걸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침에 못 뛰면 밤에 뛰고, 아침에 덜 뛰면 밤에 또 뛰었다. 점심 약속이 없으면 헬스 클럽을 찾아 트레드밀에서 뛰었다. 이렇게 하더라도 100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부상을 당해 병원에 갔을 때 그만 뛰라는 의사도 있는 반면 속도를 늦춰 천천히 뛰라는 진단을 한 의사도 있었다. 100일 장정의 백미라고 느낀 지점은 99일째와 100일째다. 99일째 20km를 달리는데 왼쪽 복숭아뼈(복사뼈) 바깥쪽이 욱신거렸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파스 위에 테이핑, 그 위에 발목 보호대까지 더해 '발목 보강공사'를 했다. 그리고 "100일 달리기가 아니라 99일 달리기로 마감할까, 그깟 하루 차이가 무슨 대수라고"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날 1km당 8분의 저속 조깅 속도로 자제하면서 3km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는가? 폭풍우 속 100km 제주 울트라 마라톤 출전기나 피로골절 얘기는 더 기가 막히다. 114쪽에서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미쳤지"를 수도 없이 되뇌이고선 다음날 되면 다음 주로를 머릿속에 그려 보게 되는.... 그게 달리기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삶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달리기는 늘 힘과 즐거움을 주는 친구가 됐다.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그럴 것이다. 하루도 못 가 꺼지는 밥심에 비교할 바가 아닌, 평생 가는 인생 버팀목. 그게 달심, 달리기의 힘이다.” 저자 김준형은 1967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경제부 기자와 뉴욕특파원으로 일한 뒤 1999년 〈머니투데이〉의 창간 멤버로 참여했다. 증권부장, 경제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24시간 뉴스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팔면 상한가, 사면 하한가인 개미들에게》 《투자의 세계에 NG는 없다》 《공시, 제대로 알아야 주식투자 성공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경제적 세상읽기》 《한국의 정치보도》(공저) 등이 있다.

[신간] 달리기의 힘...내가 달린 길, 나를 만든 길

문형민 기자 승인 2022.11.10 16:37 의견 0

비 올 땐 우중주
밤새 뛰는 철야주
똥줄 빠져라 전력주
하염없이 길게 거리주
남하고 발 맞춰 동반주
출근 전에 가볍게 출근주
보람찼건 안 그랬건 퇴근주
술김에, 술 마시면서 취중주
덜 깬 채 숙취주, 깨려고 해장주
대회 뒤끝 몸 풀기 설렁설렁 회복주
참가비 안 내고 배번 없이 슬쩍 뛰는 뻐꾹주
딴 사람 칩 달고 '서브3'나 보스턴 참가기록 내주는 대리주
멀리 떠나 달리는 관광주, 여행주(p. 152)

'달리기의 힘'(굿모닝북스)은 이 수 많은 달리기 종류를 모두 섭렵한 사람 김준형이 쓴 책이다. 김준형은 30년 기자로 살아왔고, 20년 넘게 달려왔다. 자칭 발로 뛰는 기자다.

(자료=굿모닝북스)

책 내용이 비장하거나 자기 자랑으로 도배하지 않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와 위트가 큭큭거리게 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100일을 달린 '웅녀 프로젝트'가 그렇다. 100일간 쑥과 마늘로 버텨 사람이 됐다는 웅녀의 전통을 이어받아 100일이란다. 사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뭔가 해보겠다고 맘 단단히 먹고 시작해도 3일 버티기 어려운 거 아닌가?

습관을 고치거나 새롭게 만들려면 적어도 3주, 21일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미국 의사 맥스웰 몰츠가 1960년대에 주장한 '21일 법칙'이다. (중략) 달리기의 경우 21일이면 어느 정도 '적응'은 되지만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배려면 3주가 아니라 3개월은 걸리는 것 같다.(p. 53)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 또는 중단하는 건 의지의 문제만이 아니다. 예상했건 못했건 상관없이 닥치는 위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걸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침에 못 뛰면 밤에 뛰고, 아침에 덜 뛰면 밤에 또 뛰었다. 점심 약속이 없으면 헬스 클럽을 찾아 트레드밀에서 뛰었다. 이렇게 하더라도 100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부상을 당해 병원에 갔을 때 그만 뛰라는 의사도 있는 반면 속도를 늦춰 천천히 뛰라는 진단을 한 의사도 있었다.

100일 장정의 백미라고 느낀 지점은 99일째와 100일째다. 99일째 20km를 달리는데 왼쪽 복숭아뼈(복사뼈) 바깥쪽이 욱신거렸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파스 위에 테이핑, 그 위에 발목 보호대까지 더해 '발목 보강공사'를 했다. 그리고 "100일 달리기가 아니라 99일 달리기로 마감할까, 그깟 하루 차이가 무슨 대수라고"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날 1km당 8분의 저속 조깅 속도로 자제하면서 3km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는가? 폭풍우 속 100km 제주 울트라 마라톤 출전기나 피로골절 얘기는 더 기가 막히다.

114쪽에서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미쳤지"를 수도 없이 되뇌이고선 다음날 되면 다음 주로를 머릿속에 그려 보게 되는.... 그게 달리기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삶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달리기는 늘 힘과 즐거움을 주는 친구가 됐다.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그럴 것이다. 하루도 못 가 꺼지는 밥심에 비교할 바가 아닌, 평생 가는 인생 버팀목. 그게 달심, 달리기의 힘이다.”

저자 김준형은 1967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경제부 기자와 뉴욕특파원으로 일한 뒤 1999년 〈머니투데이〉의 창간 멤버로 참여했다. 증권부장, 경제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24시간 뉴스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팔면 상한가, 사면 하한가인 개미들에게》 《투자의 세계에 NG는 없다》 《공시, 제대로 알아야 주식투자 성공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경제적 세상읽기》 《한국의 정치보도》(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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