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시행중인 ‘KB 화상상담 서비스’ (사진=KB국민은행) 디지털 혁신을 향한 금융권 움직임이 빠르다. ‘인비저블 뱅크’, ‘넘버원 금융플랫폼’ 등을 표방하며 매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은행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서비스 체감 효과는 떨어진다. 은행들은 지금 어떤 변화를 상상하며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걸까. ■ 은행 디지털 부문, 전산시스템 개발 등 효율화에 집중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디지털 부문 인력은 2400여명에 달한다. 은행별로 DT전략본부, 디지털전략그룹, DT부문 등 담당부서명은 다르지만 AI를 활용한 자산운용과 관리, 통합금융앱 개발, 메타버스 개발까지 디지털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디지털 분야에 쏟아부은 자금만 무려 2조원 수준. 당시 추진한 ‘더 케이 프로젝트’를 통해 RPA(로보틱 사무자동화)도 완성됐다. 과거 직원들의 손을 거쳐야 했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 처리한다. 은행 측은 이를 통해 약 290만 시간, 직원 1인당 연간 약 170시간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일례로 고객이 이메일 등을 통해 급여이체나 퇴직연금 입금을 요청하면 RPA가 해당 메일을 은행의 표준양식에 따라 편집해 영업점 업무용 단말기에 등록한다. 이후 직원에게 안내하고 입금이 이뤄지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금융권 최초로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선보였다. ATM을 이용하는 고객이 통화를 하거나 모자나 선글라스 착용 등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기존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작동시켜 고객에게 주의 문자를 보내는 서비스 등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Our New Experience(O.N.E)’에 착수해 다양한 마케팅 및 데이터 혁신을 시행하는가 하면 올해 2분기 중 AI를 활용, 최적의 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목적기반투자(GBI)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 디지털 전환보다 빠른 점포 축소, 고객 불편 확대 다만 이 같은 은행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이 금융사고를 예방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고객들이 접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이용시 챗봇 혹은 텔봇 정도다. 최근 은행들이 운영하는 무인점포도 디지털 혁신의 일환이긴 하나 이들 대부분이 일부 수도권내 소수 시범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정철 국민은행 DT전략부장은 “전문인력들을 영입하고 내부 직원들이 업무를 위한 메뉴얼 개발 등을 하고는 있지만 고객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건 온라인 플랫폼 정도에 그치는 게 사실”이라며 “AI가 범용화된 세상과 높아진 고객 눈높이를 감안하면 현실과의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은행 입장에서의 혁신에 그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 점포 수는 급감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5대 은행들의 점포 수는 총 3072개다. 2020년 9월말 대비 544개 점포가 줄었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는 2020년 당시 전년대비 3.9% 감소했던 데 비해 2021년 7.6%, 2022년 8.1% 등으로 감소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 점포의 경우 감소 추세가 더 확대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혁신’ 작업이 지점 축소 등 효율적 인력 운용을 위한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은행의 경우 여전히 대면 거래가 요구되는 업무 비중이 높은 만큼 디지털 전환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지방 점포 축소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혁신에 수천억 쏟아붓는 은행들, 고객들은 왜 체감 못할까

은행 디지털 혁신, 고객 편의보다 업무 효율성 관점서 접근
"높아진 고객 눈높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 아쉬워"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3.11 09:00 의견 0
KB국민은행이 시행중인 ‘KB 화상상담 서비스’ (사진=KB국민은행)

디지털 혁신을 향한 금융권 움직임이 빠르다. ‘인비저블 뱅크’, ‘넘버원 금융플랫폼’ 등을 표방하며 매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은행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서비스 체감 효과는 떨어진다. 은행들은 지금 어떤 변화를 상상하며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걸까.

■ 은행 디지털 부문, 전산시스템 개발 등 효율화에 집중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디지털 부문 인력은 2400여명에 달한다. 은행별로 DT전략본부, 디지털전략그룹, DT부문 등 담당부서명은 다르지만 AI를 활용한 자산운용과 관리, 통합금융앱 개발, 메타버스 개발까지 디지털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디지털 분야에 쏟아부은 자금만 무려 2조원 수준. 당시 추진한 ‘더 케이 프로젝트’를 통해 RPA(로보틱 사무자동화)도 완성됐다. 과거 직원들의 손을 거쳐야 했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 처리한다. 은행 측은 이를 통해 약 290만 시간, 직원 1인당 연간 약 170시간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

일례로 고객이 이메일 등을 통해 급여이체나 퇴직연금 입금을 요청하면 RPA가 해당 메일을 은행의 표준양식에 따라 편집해 영업점 업무용 단말기에 등록한다. 이후 직원에게 안내하고 입금이 이뤄지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금융권 최초로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선보였다. ATM을 이용하는 고객이 통화를 하거나 모자나 선글라스 착용 등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기존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작동시켜 고객에게 주의 문자를 보내는 서비스 등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Our New Experience(O.N.E)’에 착수해 다양한 마케팅 및 데이터 혁신을 시행하는가 하면 올해 2분기 중 AI를 활용, 최적의 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목적기반투자(GBI)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 디지털 전환보다 빠른 점포 축소, 고객 불편 확대

다만 이 같은 은행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이 금융사고를 예방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고객들이 접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이용시 챗봇 혹은 텔봇 정도다.

최근 은행들이 운영하는 무인점포도 디지털 혁신의 일환이긴 하나 이들 대부분이 일부 수도권내 소수 시범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정철 국민은행 DT전략부장은 “전문인력들을 영입하고 내부 직원들이 업무를 위한 메뉴얼 개발 등을 하고는 있지만 고객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건 온라인 플랫폼 정도에 그치는 게 사실”이라며 “AI가 범용화된 세상과 높아진 고객 눈높이를 감안하면 현실과의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은행 입장에서의 혁신에 그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 점포 수는 급감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5대 은행들의 점포 수는 총 3072개다. 2020년 9월말 대비 544개 점포가 줄었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는 2020년 당시 전년대비 3.9% 감소했던 데 비해 2021년 7.6%, 2022년 8.1% 등으로 감소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 점포의 경우 감소 추세가 더 확대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혁신’ 작업이 지점 축소 등 효율적 인력 운용을 위한 측면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은행의 경우 여전히 대면 거래가 요구되는 업무 비중이 높은 만큼 디지털 전환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지방 점포 축소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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