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고혈압 환자도 장애인이다? ‘장애인’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이제 그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재미는 없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집중하면, 뜻밖에 적지 않은 공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51조는 ‘장애인’에 대해 인당 연 20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장애인의 범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외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이자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를 포함합니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세법에서만 인정되는 장애인으로, ‘세법상 장애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뇨, 고혈압 환자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해당한다면 당뇨, 고혈압 환자도 ‘세법상 장애인’ 즉, 장애인이 되는 겁니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애매합니다. 소득세법 기본통칙(50-107... 2)에는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 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말만 길어졌을 뿐,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질문만 늘었습니다. 취학, 취업했으면 중증환자, 즉 장애인이 아닌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인 중에 본인이 ‘세법상 장애인’인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거나, 빗발치는 중증환자에 대한 질의에 국세청의 답변은 일관됩니다. 홈페이지 인터넷 상담에 등장하는 다음의 표현을 보시지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에 대한 기준은 직접 판단하지 않고, 의료기관 등에서 판단한 증명서를 통해 세법을 적용한다. ‘장애인 증명서’의 발행자 난에는 의료기관명, 직인 및 의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국세청에서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니, 의사가 발행한 ‘장애인 증명서’를 가져오면 인정해주겠다는 겁니다. 의사에게 전권이 주어진 셈이지요. 이제 공은 의사와 병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의사와 병원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중증환자’란 말이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만 맡긴다면 유사한 병증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뭔가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 기준으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건강보험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에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제도는 환자의 의료비를 줄여주기 위해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것으로,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그만큼 건강보험의 부담은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특례가 가능한 질병의 종류, 확진방법 및 신청절차 등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엄격히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례 대상은 크게 세 부류로, 첫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화상, 중증외상 등의 중증질환자. 둘째, 1100여 개의 희귀질환과 조현병, 치매 등이 포함된 중증난치질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핵질환자입니다. ‘증증’이라는 공통된 용어 때문인지, ‘세법상 장애인’을 건강보험의 산정특례 대상자로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결국 일부 대형병원들이 이 기준으로 ‘장애인 증명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의사를 거치지도 않고, 원무과에서 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부 대형병원의 이런 해석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증환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법상 장애인’의 범위는 특례 대상자보다 넓게 보는 것이 법조문의 해석이나, 제도의 취지에 맞는다고 봅니다. 당연히 모든 질병에는 ‘증증’과 ‘경증’이 있습니다. 무좀에도 중증이 있고, 암에도 경증이 있지요. 그런데 대형병원의 기준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환자는 ‘중증환자’가 될 수 없습니다. 특정 질병의 경우에만 ‘중증환자’를 인정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입니다. 많은 당뇨, 고혈압 환자가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환자도 많습니다. 이런데도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가 아니라는 대형병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동네병원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의사마다, 병원마다 다릅니다. 의사, 한의사가 아예 제도를 몰라 증명서를 발행하지 않는 병원도 있습니다. 발행하는 경우에도 대형병원처럼 소극적인 입장도 있고, 적극적으로 당뇨, 고혈압 환자에게 ‘장애인 증명서’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복불복입니다. ‘세법상 장애인’은 언급한 추가 소득공제 외에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와 기본공제자의 나이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 혜택을 받습니다. 복불복이 되어 버리고, 특례대상자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식은 곤란합니다. 공정하고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의사와 병원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의사나 병원은 증명서 발행에 지나치게 소극적, 수동적입니다. 왜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한 걸까요. 증명서를 발행했다고, 의사나 병원에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요.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봅니다. ‘당뇨, 고혈압 환자가 어떻게 장애인이냐?’는 말은 ‘당뇨, 고혈압에 중증환자는 없다’는 말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사한테 왜 세법을 얘기하냐?’는 식의 반응에는 이해부족을 넘어 잘못된 권위의식이 느껴집니다. ‘장애인 증명서’에 대한 의사들의 과도한 부담감도 소극적 태도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 증명서’는 질병명, 질병코드, 확진방법, 진료소견 등은 물론, 면허번호도 없이 의사의 서명만으로 발행됩니다. 게다가 용도도 ‘소득공제 신청용’으로 못 박고 있어서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라고 불리지요. 왜 이렇게 허술한(?) 걸까요? 그렇다고 얼렁뚱땅 대충 발행해 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종교단체의 불법적 기부금 영수증처럼 잘못하면 ‘장애인 증명서’의 남발로 사실상 탈세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앞서 나간 생각입니다. 지금은 ‘남발’이 아니라, ‘과도한 자제’가 문제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와 병원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국세청의 입장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사와 병원에 공을 넘기고 할 일 다 했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국세청이 나 몰라라 하는 통에 의사와 환자 간에 마음이 상하고 있습니다. 혜택을 받아야 하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들이 이유도 모른 채 배제되고 있습니다. ‘세법상 장애인’의 정의를 가능한 한 구체화해야 합니다. ‘중증환자’를 ‘만성질환자’로 바꾸면 어떨까요. ‘항시 치료를 요한다’는 표현도 ‘처방전에 따라 항시 약을 먹어야 한다’로 하면, 당뇨, 고혈압은 물론 고지혈증, 천식, 녹내장, 아토피 환자 등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장애인 증명서’ 발행이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해당자가 너무 많아져서 나라 살림에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수혜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할 기본적인 데이터가 없어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부자감세’와 ‘환자감세’중 뭐가 우선인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세법상 장애인’을 모릅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해야지요. 건강보험 특례 대상자는 물론,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 ‘장애인 증명서’의 발행을 요구하십시오. 발행 권한은 의사에게 있지만, 의료소비자는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재미없고 딱딱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절세에 성공하는 분이 계시다면, 점심 한번 사시기 바랍니다. 아 참, ‘세법상 장애인’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서류를 제출하면 5년 치는 소급해 준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한동희의 까칠한이야기] 당뇨·고혈압 환자도 장애인이다

한동희 승인 2023.03.15 08:21 의견 0

당뇨, 고혈압 환자도 장애인이다? ‘장애인’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이제 그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재미는 없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집중하면, 뜻밖에 적지 않은 공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51조는 ‘장애인’에 대해 인당 연 20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장애인의 범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외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이자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를 포함합니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세법에서만 인정되는 장애인으로, ‘세법상 장애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뇨, 고혈압 환자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해당한다면 당뇨, 고혈압 환자도 ‘세법상 장애인’ 즉, 장애인이 되는 겁니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애매합니다. 소득세법 기본통칙(50-107... 2)에는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 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말만 길어졌을 뿐,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질문만 늘었습니다. 취학, 취업했으면 중증환자, 즉 장애인이 아닌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인 중에 본인이 ‘세법상 장애인’인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거나, 빗발치는 중증환자에 대한 질의에 국세청의 답변은 일관됩니다. 홈페이지 인터넷 상담에 등장하는 다음의 표현을 보시지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에 대한 기준은 직접 판단하지 않고, 의료기관 등에서 판단한 증명서를 통해 세법을 적용한다. ‘장애인 증명서’의 발행자 난에는 의료기관명, 직인 및 의사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국세청에서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니, 의사가 발행한 ‘장애인 증명서’를 가져오면 인정해주겠다는 겁니다. 의사에게 전권이 주어진 셈이지요. 이제 공은 의사와 병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의사와 병원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중증환자’란 말이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만 맡긴다면 유사한 병증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뭔가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 기준으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건강보험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에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제도는 환자의 의료비를 줄여주기 위해 본인부담률을 낮춰주는 것으로,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그만큼 건강보험의 부담은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특례가 가능한 질병의 종류, 확진방법 및 신청절차 등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엄격히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례 대상은 크게 세 부류로, 첫째,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화상, 중증외상 등의 중증질환자. 둘째, 1100여 개의 희귀질환과 조현병, 치매 등이 포함된 중증난치질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핵질환자입니다.

‘증증’이라는 공통된 용어 때문인지, ‘세법상 장애인’을 건강보험의 산정특례 대상자로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결국 일부 대형병원들이 이 기준으로 ‘장애인 증명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의사를 거치지도 않고, 원무과에서 발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부 대형병원의 이런 해석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증환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법상 장애인’의 범위는 특례 대상자보다 넓게 보는 것이 법조문의 해석이나, 제도의 취지에 맞는다고 봅니다.

당연히 모든 질병에는 ‘증증’과 ‘경증’이 있습니다. 무좀에도 중증이 있고, 암에도 경증이 있지요. 그런데 대형병원의 기준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환자는 ‘중증환자’가 될 수 없습니다. 특정 질병의 경우에만 ‘중증환자’를 인정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입니다.

많은 당뇨, 고혈압 환자가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환자도 많습니다. 이런데도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가 아니라는 대형병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동네병원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의사마다, 병원마다 다릅니다. 의사, 한의사가 아예 제도를 몰라 증명서를 발행하지 않는 병원도 있습니다. 발행하는 경우에도 대형병원처럼 소극적인 입장도 있고, 적극적으로 당뇨, 고혈압 환자에게 ‘장애인 증명서’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복불복입니다.

‘세법상 장애인’은 언급한 추가 소득공제 외에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와 기본공제자의 나이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 혜택을 받습니다. 복불복이 되어 버리고, 특례대상자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식은 곤란합니다. 공정하고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의사와 병원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의사나 병원은 증명서 발행에 지나치게 소극적, 수동적입니다. 왜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한 걸까요. 증명서를 발행했다고, 의사나 병원에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요.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봅니다. ‘당뇨, 고혈압 환자가 어떻게 장애인이냐?’는 말은 ‘당뇨, 고혈압에 중증환자는 없다’는 말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사한테 왜 세법을 얘기하냐?’는 식의 반응에는 이해부족을 넘어 잘못된 권위의식이 느껴집니다.

‘장애인 증명서’에 대한 의사들의 과도한 부담감도 소극적 태도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 증명서’는 질병명, 질병코드, 확진방법, 진료소견 등은 물론, 면허번호도 없이 의사의 서명만으로 발행됩니다. 게다가 용도도 ‘소득공제 신청용’으로 못 박고 있어서 ‘연말정산용 장애인 증명서’라고 불리지요. 왜 이렇게 허술한(?) 걸까요?

그렇다고 얼렁뚱땅 대충 발행해 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종교단체의 불법적 기부금 영수증처럼 잘못하면 ‘장애인 증명서’의 남발로 사실상 탈세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앞서 나간 생각입니다. 지금은 ‘남발’이 아니라, ‘과도한 자제’가 문제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와 병원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국세청의 입장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사와 병원에 공을 넘기고 할 일 다 했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국세청이 나 몰라라 하는 통에 의사와 환자 간에 마음이 상하고 있습니다. 혜택을 받아야 하는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들이 이유도 모른 채 배제되고 있습니다.

‘세법상 장애인’의 정의를 가능한 한 구체화해야 합니다. ‘중증환자’를 ‘만성질환자’로 바꾸면 어떨까요. ‘항시 치료를 요한다’는 표현도 ‘처방전에 따라 항시 약을 먹어야 한다’로 하면, 당뇨, 고혈압은 물론 고지혈증, 천식, 녹내장, 아토피 환자 등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장애인 증명서’ 발행이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해당자가 너무 많아져서 나라 살림에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수혜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할 기본적인 데이터가 없어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부자감세’와 ‘환자감세’중 뭐가 우선인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세법상 장애인’을 모릅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해야지요. 건강보험 특례 대상자는 물론,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 ‘장애인 증명서’의 발행을 요구하십시오. 발행 권한은 의사에게 있지만, 의료소비자는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재미없고 딱딱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절세에 성공하는 분이 계시다면, 점심 한번 사시기 바랍니다. 아 참, ‘세법상 장애인’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서류를 제출하면 5년 치는 소급해 준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