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좌),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우)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하에 못 넘을 담장은 없다. 능력있는 수장 영입을 위해선 경쟁사 출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각 지주사들의 획기적 인사 이후 이들에게 향하는 세간의 관심은 특별했다.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통상 2~3년 안팎. ‘적진’의 수장이 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가 거둔 취임 1년 여간의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9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신규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 'ETF 아버지' 배재규, ETF 점유율 확대 안간힘 지난해 두 대표의 영입 소식은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ETF의 아버지’로 불렸던 배 대표가 경쟁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 개척을 위해 나선 것도, 신한금융지주가 영원한 라이벌 KB금융지주의 KB자산운용 출신 조 대표를 러브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특히 두 CEO는 전적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던 인물들이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 국내 최초로 ETF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 삼성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게 한 뼈대를 만든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순이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그만큼 절박했다. 특히 공모펀드 침체 이후 ETF 중심으로 형성된 운용시장은 ‘펀드 명가’로 군림하던 한투운용 입지를 위협했다. 이에 그간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이어오던 김남구 회장은 배 대표 영입을 통해 한투운용에 과감한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ETF 경쟁력 강화'라는 제1의 목표 아래 배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ETF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ETF 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 조직개편부터 서둘렀다. 특히 한투운용이 10년여간 공들여 키웠던 ETF 브랜드 ‘KINDEX’를 과감히 내던지며 ‘ACE’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배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배 대표는 5년 내 ETF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는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순자산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도 일궈냈다. 배 대표는 또한 베트남 투자 캠페인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표 베트남 투자 펀드인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의 명맥을 이어 베트남 ETF 등 상품 라인업을 통한 투자수익 확대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주공산' 시절 삼성운용을 정상에 올려놨을 때와는 달리 90조원대까지 성장한 시장에서 판을 뒤집기란 만만치가 않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 초반대. 1년 전 5%대에서 되레 후퇴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지속된 순이익 감소세를 멈추는 것도 실패했다. 최근 4년간 한투운용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 404억원 ▲2020년 354억원 ▲2021년 331억원 ▲2022년 311억원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그럼에도 배 대표의 리더십과 다양한 도전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 대표 자체가 스스로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스타일"이라며 "큰 줄기에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과에 대해 과감한 보상을 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내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전했다. 지난해 1월 신한자산운용 출범식에서 기념촬영 중인 조재민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김희송(왼쪽에서 두번째) 대표의 모습 (사진=신한자산운용) ■ KB운용 업계 3위 만든 조재민, 치열해진 경쟁 속 고군분투 조재민 대표가 신한의 울타리에 합류한 지도 1년 여. KB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며 밸류펀드 시리즈를 통해 운용업계 한 획을 그었던 그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조 대표에게도, 신한금융에게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에선 그만큼 신한금융이 비금융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면으로 풀이했다. 조 대표는 통 큰 리더십의 장수형 CEO라기보단 철저한 관리형 리더다. KB자산운용 재직하던 당시 ‘조대리’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 대표에 대해 “매니저 출신인 만큼 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함께 오래 근무한 임원들에게조차 쉽게 말을 놓지 않는 명확한 관리형 스타일이다. 조직의 체계적이고 안정적 운영을 원하는 오너 입장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과거 공모펀드 시장과 ETF 시장에서 모두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5월 KB자산운용 취임 당시 19조원에 불과했던 자산 규모는 조 대표 시절을 거치며 현재 130조원대까지 성장했다. 다만 과거 대비 운용사들의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조 대표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통자산부문 대표를 맡은 조 대표는 취임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 시장은 여전히 쪼그라드는 국면이고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0% 가량을 독식하고 있어 점유율 1%대를 벗어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운용은 조 대표 취임 이후 꾸린 OCIO전담팀이 집중 운용하는 펀드를 새롭게 출시하는가 하면 최근 업계 최초 성과연동형 펀드도 내놓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다. 오는 5월 출시 1년을 맞는 '신한TRF OCIO솔루션펀드'(안정형, 성장형)의 순자산은 합산 77억원 규모, 설정 이후 수익률은 안정형과 성장형 각각 1.45%, 0.39% 수준이다. 이는 코스피대비로는 6~7% 아웃퍼폼하는 성과이나 지난해 금리인상 영향으로 은행권 예금금리가 3~4%대였음을 감안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아쉬운 성과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99억원) 기준 신한운용의 업계 순위는 8위. 증시 부진의 여파로 전년(322억원)대비 38% 이상 줄었다. 9위 키움투자자산운용(195억원)과의 격차도 4억원에 불과하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조 대표가 KB운용을 이끌었던 당시에 비해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업황은 위축됐다. 녹록치 않은 환경에 조 대표 스스로도 부담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직업이 CEO라 불릴만큼 베테랑인 조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예전만 못하네”...웃지 못하는 ‘옆집’ 출신 운용사 수장들

적장이 된 배재규 한투운용·조재민 신한운용 사장 취임 1년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4.05 14:52 | 최종 수정 2023.04.06 10:13 의견 0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좌),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우)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하에 못 넘을 담장은 없다. 능력있는 수장 영입을 위해선 경쟁사 출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각 지주사들의 획기적 인사 이후 이들에게 향하는 세간의 관심은 특별했다.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통상 2~3년 안팎. ‘적진’의 수장이 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가 거둔 취임 1년 여간의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9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신규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 'ETF 아버지' 배재규, ETF 점유율 확대 안간힘

지난해 두 대표의 영입 소식은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ETF의 아버지’로 불렸던 배 대표가 경쟁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 개척을 위해 나선 것도, 신한금융지주가 영원한 라이벌 KB금융지주의 KB자산운용 출신 조 대표를 러브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특히 두 CEO는 전적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던 인물들이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 국내 최초로 ETF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 삼성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게 한 뼈대를 만든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순이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그만큼 절박했다. 특히 공모펀드 침체 이후 ETF 중심으로 형성된 운용시장은 ‘펀드 명가’로 군림하던 한투운용 입지를 위협했다. 이에 그간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이어오던 김남구 회장은 배 대표 영입을 통해 한투운용에 과감한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ETF 경쟁력 강화'라는 제1의 목표 아래 배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ETF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ETF 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내부 조직개편부터 서둘렀다. 특히 한투운용이 10년여간 공들여 키웠던 ETF 브랜드 ‘KINDEX’를 과감히 내던지며 ‘ACE’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배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배 대표는 5년 내 ETF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는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순자산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도 일궈냈다.

배 대표는 또한 베트남 투자 캠페인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표 베트남 투자 펀드인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의 명맥을 이어 베트남 ETF 등 상품 라인업을 통한 투자수익 확대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주공산' 시절 삼성운용을 정상에 올려놨을 때와는 달리 90조원대까지 성장한 시장에서 판을 뒤집기란 만만치가 않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 초반대. 1년 전 5%대에서 되레 후퇴했다.

지난 2019년 이후 지속된 순이익 감소세를 멈추는 것도 실패했다. 최근 4년간 한투운용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 404억원 ▲2020년 354억원 ▲2021년 331억원 ▲2022년 311억원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그럼에도 배 대표의 리더십과 다양한 도전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배 대표 자체가 스스로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스타일"이라며 "큰 줄기에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과에 대해 과감한 보상을 하기 때문에 능력있는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내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전했다.

지난해 1월 신한자산운용 출범식에서 기념촬영 중인 조재민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김희송(왼쪽에서 두번째) 대표의 모습 (사진=신한자산운용)


■ KB운용 업계 3위 만든 조재민, 치열해진 경쟁 속 고군분투

조재민 대표가 신한의 울타리에 합류한 지도 1년 여. KB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며 밸류펀드 시리즈를 통해 운용업계 한 획을 그었던 그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조 대표에게도, 신한금융에게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에선 그만큼 신한금융이 비금융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면으로 풀이했다.

조 대표는 통 큰 리더십의 장수형 CEO라기보단 철저한 관리형 리더다. KB자산운용 재직하던 당시 ‘조대리’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꼼꼼한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 대표에 대해 “매니저 출신인 만큼 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함께 오래 근무한 임원들에게조차 쉽게 말을 놓지 않는 명확한 관리형 스타일이다. 조직의 체계적이고 안정적 운영을 원하는 오너 입장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과거 공모펀드 시장과 ETF 시장에서 모두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5월 KB자산운용 취임 당시 19조원에 불과했던 자산 규모는 조 대표 시절을 거치며 현재 130조원대까지 성장했다.

다만 과거 대비 운용사들의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조 대표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통자산부문 대표를 맡은 조 대표는 취임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펀드 시장은 여전히 쪼그라드는 국면이고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0% 가량을 독식하고 있어 점유율 1%대를 벗어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운용은 조 대표 취임 이후 꾸린 OCIO전담팀이 집중 운용하는 펀드를 새롭게 출시하는가 하면 최근 업계 최초 성과연동형 펀드도 내놓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다. 오는 5월 출시 1년을 맞는 '신한TRF OCIO솔루션펀드'(안정형, 성장형)의 순자산은 합산 77억원 규모, 설정 이후 수익률은 안정형과 성장형 각각 1.45%, 0.39% 수준이다. 이는 코스피대비로는 6~7% 아웃퍼폼하는 성과이나 지난해 금리인상 영향으로 은행권 예금금리가 3~4%대였음을 감안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아쉬운 성과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99억원) 기준 신한운용의 업계 순위는 8위. 증시 부진의 여파로 전년(322억원)대비 38% 이상 줄었다. 9위 키움투자자산운용(195억원)과의 격차도 4억원에 불과하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조 대표가 KB운용을 이끌었던 당시에 비해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업황은 위축됐다. 녹록치 않은 환경에 조 대표 스스로도 부담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직업이 CEO라 불릴만큼 베테랑인 조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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