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지스자산운용) 해외 부동산펀드들이 잇딴 손실 위기에 처했다. 201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던 부동산 투자상품들이 글로벌 상업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만기 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투자업계 안팎에선 레버리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둔 펀드들의 투자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 이지스운용 독일 공모펀드, 주요 임차인 계약 만료 '비상' 지난 2018년 10월 말, 이지스자산운용은 총 3720억원 규모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파생형)’를 팔았다. 당시 이 펀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쏟아져 나온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중 최대 규모였다보니 시장 관심이 뜨거웠다. 단, 판매 당시 급격한 시황 변동을 겪으면서 절반 가량인 1870억원은 공모, 2000억원 규모의 잔액은 하나증권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설정됐다. 이 펀드의 배당 목표 수익률은 연 6% 수준이었다. 데카방크와 분데스방크 등 우량 금융사들이 장기 임차인으로 계약돼 있다는 점은 안정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었다. 당시 펀드 만기(2023년 10월 말)와 데카방크의 계약 만료(2024년 6월)가 7개월 차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이지스운용은 이를 감안해 4년 차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논리를 들어 투자자 불안감을 잠재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독일 현지 계좌에 ‘캐시 트랩(LTV 65% 이상)’이 발동, 현지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에 대한 자금이체에 제약이 생겼다. 대출관련 약정서상 LTV가 70% 이상 등일 경우 EOD 사유가 된다. 이 경우 대출 원금을 즉시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원금 일부를 상환하는 등 대안책을 강구해왔다. 문제는 만기를 앞두고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내년 이전을 확정지었단 점이다. 당장 새로운 임차인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르면서 이지스운용은 현지 브로커 인력을 확보하고 자체 인력을 파견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와 함께 공용공간 리모델링과 임대공간 개선 비용 등을 통해 안정화한 뒤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은 없다. 이 펀드의 분기 배당금은 지난 2월부터 중단됐다. ■ 대출 낀 상품 구조로 '후순위' 개인 투자자 '리스크 ON' 이는 최근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대다수 투자상품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 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장기 임대 중인 해당 오피스는 내년 3월 말 만기가 도래하지만 최근 감정평가액이 하락세에 있다. 안정적 매각 처리에 실패할 경우 대출금리에 따른 부담 등을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공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로서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각 펀드의 만기 시기에 매각을 시도하더라도 자산 매입시 대출을 일으킨 기관들이 선순위인 만큼 자산을 매각시 개인들은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크다. 지금으로선 만기 연장 후 자산 가치 정상화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에쿼티 투자가 건물의 가치 상승이라는 기회 요인이 크다보니 리스크 역시 클 수밖에 없다”며 “수익자 총회를 열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일반 공모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대안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 같은 투자 결과는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시황 악화가 주된 요인이긴 하나 국내 투자사들이 높은 레버리지 활용 행태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형증권사 해외부동산 담당 한 임원은 “선진국 펀드들의 경우 대출이자 역시 비용이라는 인식으로 전체를 에쿼티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투자에 익숙해 있다”면서 “저금리 시장에서 투자효과 극대화를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켰지만 원래 기대수익률이 4%인 딜을 레버리지를 써서 6%로 만들고 이것을 기준으로 투자했던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만기 다 됐는데”…이지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발 묶이나

이지스운용 , 연 6% 목표 수익률이던 펀드 2월 이후 배당 중단
신규 임차인 확보 및 임대공간 개선 등 안정화 작업 진행 중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4.26 18:05 의견 0
(사진=이지스자산운용)


해외 부동산펀드들이 잇딴 손실 위기에 처했다. 201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던 부동산 투자상품들이 글로벌 상업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만기 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투자업계 안팎에선 레버리지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둔 펀드들의 투자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 이지스운용 독일 공모펀드, 주요 임차인 계약 만료 '비상'

지난 2018년 10월 말, 이지스자산운용은 총 3720억원 규모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파생형)’를 팔았다. 당시 이 펀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쏟아져 나온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중 최대 규모였다보니 시장 관심이 뜨거웠다. 단, 판매 당시 급격한 시황 변동을 겪으면서 절반 가량인 1870억원은 공모, 2000억원 규모의 잔액은 하나증권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설정됐다.

이 펀드의 배당 목표 수익률은 연 6% 수준이었다. 데카방크와 분데스방크 등 우량 금융사들이 장기 임차인으로 계약돼 있다는 점은 안정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었다. 당시 펀드 만기(2023년 10월 말)와 데카방크의 계약 만료(2024년 6월)가 7개월 차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이지스운용은 이를 감안해 4년 차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논리를 들어 투자자 불안감을 잠재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독일 현지 계좌에 ‘캐시 트랩(LTV 65% 이상)’이 발동, 현지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에 대한 자금이체에 제약이 생겼다.

대출관련 약정서상 LTV가 70% 이상 등일 경우 EOD 사유가 된다. 이 경우 대출 원금을 즉시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원금 일부를 상환하는 등 대안책을 강구해왔다.

문제는 만기를 앞두고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내년 이전을 확정지었단 점이다. 당장 새로운 임차인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르면서 이지스운용은 현지 브로커 인력을 확보하고 자체 인력을 파견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와 함께 공용공간 리모델링과 임대공간 개선 비용 등을 통해 안정화한 뒤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은 없다. 이 펀드의 분기 배당금은 지난 2월부터 중단됐다.

■ 대출 낀 상품 구조로 '후순위' 개인 투자자 '리스크 ON'

이는 최근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대다수 투자상품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 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장기 임대 중인 해당 오피스는 내년 3월 말 만기가 도래하지만 최근 감정평가액이 하락세에 있다. 안정적 매각 처리에 실패할 경우 대출금리에 따른 부담 등을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공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로서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각 펀드의 만기 시기에 매각을 시도하더라도 자산 매입시 대출을 일으킨 기관들이 선순위인 만큼 자산을 매각시 개인들은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크다. 지금으로선 만기 연장 후 자산 가치 정상화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에쿼티 투자가 건물의 가치 상승이라는 기회 요인이 크다보니 리스크 역시 클 수밖에 없다”며 “수익자 총회를 열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일반 공모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대안 중 하나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 같은 투자 결과는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시황 악화가 주된 요인이긴 하나 국내 투자사들이 높은 레버리지 활용 행태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형증권사 해외부동산 담당 한 임원은 “선진국 펀드들의 경우 대출이자 역시 비용이라는 인식으로 전체를 에쿼티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투자에 익숙해 있다”면서 “저금리 시장에서 투자효과 극대화를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켰지만 원래 기대수익률이 4%인 딜을 레버리지를 써서 6%로 만들고 이것을 기준으로 투자했던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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