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 사진=롯데.
롯데그룹의 2024 인사 키워드는 '순혈주의를 깬 외부 전문가 영입 확대'와 '젊은 리더십 전진 배치'로 요약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대표 14명을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또 단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전체 임원 규모의 변화는 크지 않으나 30년 '롯데맨' 퇴임이 줄을 이은 반면 젊은 오너에게 맞춰진 세대교체가 가속화됐다. '리틀 신동빈 시대'를 열기 위한 포석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6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그룹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부회장)를 비롯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번째 비서실장을 맡았던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 등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 8명이 퇴진했다. 김대표와 류대표는 각각 롯데에서 39년, 35년간 몸담았던 대표적인 '롯데맨'으로 꼽혀왔다.
반면 비(非)롯데맨 출신인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신 회장이 직접 들여다볼만큼 공을 들이는 롯데쇼핑의 미래 성장동력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첫번째 완공시점이 2025년이란 점에서 책임을 부여한 인사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오카도의 스마트플랫폼을 부산 CFC에 적용한 인물로, 롯데쇼핑은 2025년 부산 CFC 완공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 6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순혈주의를 강조했던 롯데의 외부수혈 올해도 이어졌다. 롯데는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각 비즈니스 분야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대표에 앉혔다. 롯데물산 대표에 장재훈 JLL(존스랑라살) 코리아 대표, 롯데e커머스 대표에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 롯데AMC 대표에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를 내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도 외부에서 물류 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9월 롯데GFR 대표 신민욱 전무, 10월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 이돈태 사장을 영입하며 올해 총 6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한 바 있다.
또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평균 연령을 54.6세까지 끌어내렸다. 롯데의 CEO평균 연령은 2022년 58세에서 지난해 57세까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중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로 우웅조 상무(승진)를 선임함으로써 40대 대표가 기존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 에프알엘코리아 정현석 대표를 포함해 총 3명이 됐다. 사장 직급의 경우 전년에 비해 5세 젊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롯데의 행보는 3세로의 경영승계에 방점이 찍혔다는 시선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승진한지 1년만에 이번 인사에서 또 전무로 파격 승진했다. 특히 신 전무는 승진과 동시에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겨 미래성장동력 발굴의 중책을 맡게 됐다.
이 때문에 이제부터 미래성장실장직을 맡아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일본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해 내년에 38세가 되면서 경영수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게 재계 시선이다.
더욱이 신 전무는 올해 유독 신 회장이 가는 곳마다 동행하며 경영 후계자로서 경영보폭을 키워왔기에 이 같은 시선에 무게를 더한다. 일본 게이오대 환경정보학을 거쳐 미국 콜롬비아 MBA를 마친 신 전무는 일본어와 능통하며, 내부 직원들과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할만큼 한국어가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가 위치한 잠실 롯데월드에서는 자녀와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다만 그룹에서는 신 전무의 승진 배경으로 경영성과를 꼽고 있다. 롯데지주는 "신 전무는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 롯데파이낸셜 대표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며 "롯데케미칼 동경지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