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적인 전세 사기 피해에 전세 제도가 위기에 봉착했다. 전세 가격 하락에 역전세난이 현실화되면서 전세 사기 위험성이 여전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제도 수명이 다했다"며 전세제도 폐지에 대한 운을 띄우기도 했다. 전세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예고됐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혼란과 부작용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보내고 있다. 23일 직방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1.8%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세가격의 하락세가 가장 컸던 곳은 28.5% 하락한 세종과 26.5% 하락한 대구였다. 그 뒤로 ▲울산(-18.9%) ▲인천(-17.1%) ▲부산(-16.9%) ▲대전(-15.1%) 순으로 하락세가 강했다. 일반 도 지역은 전세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으나 대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폭은 작았다. 인천은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이듬해 10월에 고점을 기록한 뒤 큰 폭의 전세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3년 전인 2020년 초 수준까지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는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돼 올해 약 2년 반 전인 2020년 중순까지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직방)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우려는 심화되는 모양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천과 대구 세종 등 지방 대도시의 하락 전환이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전세가격 하락율이 가파르다는 점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낮은 역전세 현상은 전세 보증금이 집값보다 높다보니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다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깡통 전세와 마찬가지로 전세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역전세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장 내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2870가구에 달한다. 전월 대비 1만6337가구가 늘어난 물량으로 지난 2021년 11월 47404가구 이후 19개월만에 최대치다. 전세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했던 2021년과 달리 전세 가격이 큰폭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역전세가 쏟아질 우려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2021년 6월 대비 현재 전세 시세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중 40% 이상에서 가격이 떨어져 역전세 이슈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전국 입주물량이 전월 대비 크게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년 전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인천에서 입주물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만큼 역전세 소나기가 쏟아질 가능성에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자료=부동산R114) ■ 역전세 현상 심화로 전세 사기 우려…제도 손질로 해결 실마리 찾을까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역전세난이 심화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 제도 폐지' 주장을 띄우기도 했다. 원 장관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수명이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전세 폐지 주장을 수면 위로 띄웠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인한 고통은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응급처방하는 지원책을 펴되 공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대대적인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인위적인 통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혼란과 서민 주거비가 늘어나는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거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8일 경상남도 진주 LH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는 한국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이었는데 그 자체가 붕괴된다면 소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없애자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정부가 고려하는 전세제도 개편은 사실상 제도 폐지에 가깝다.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손질을 비롯해 전세 보증금을 제3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에스크로 제도가 도입한다면 사실상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만 임대차 시장에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전세 제도 개선 의지 언급 등을 고려할 때 월세로 이전이 가속화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전세가 시장에서 갖는 기능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전세 제도의 종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 규제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 돼야 정책 목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세난 현실화에 제도 폐지론까지…대대적 손질 예고된 ‘전세 제도’

전세 가격 2년 전 대비 11.8% 하락, 내달 입주 물량은 19개월만에 최대치
입주 물량 늘고 전세가격 떨어지면서 역전세난 심화 가능성
전세제도 대대적인 손질 예고됐으나 인위적 통제 따른 시장 혼란 초래 우려도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5.23 10:53 의견 0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적인 전세 사기 피해에 전세 제도가 위기에 봉착했다. 전세 가격 하락에 역전세난이 현실화되면서 전세 사기 위험성이 여전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제도 수명이 다했다"며 전세제도 폐지에 대한 운을 띄우기도 했다. 전세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예고됐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혼란과 부작용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보내고 있다.

23일 직방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1.8%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세가격의 하락세가 가장 컸던 곳은 28.5% 하락한 세종과 26.5% 하락한 대구였다. 그 뒤로 ▲울산(-18.9%) ▲인천(-17.1%) ▲부산(-16.9%) ▲대전(-15.1%) 순으로 하락세가 강했다. 일반 도 지역은 전세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으나 대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폭은 작았다.

인천은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이듬해 10월에 고점을 기록한 뒤 큰 폭의 전세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3년 전인 2020년 초 수준까지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는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돼 올해 약 2년 반 전인 2020년 중순까지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직방)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우려는 심화되는 모양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천과 대구 세종 등 지방 대도시의 하락 전환이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전세가격 하락율이 가파르다는 점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낮은 역전세 현상은 전세 보증금이 집값보다 높다보니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다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깡통 전세와 마찬가지로 전세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역전세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장 내달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2870가구에 달한다. 전월 대비 1만6337가구가 늘어난 물량으로 지난 2021년 11월 47404가구 이후 19개월만에 최대치다. 전세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했던 2021년과 달리 전세 가격이 큰폭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역전세가 쏟아질 우려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2021년 6월 대비 현재 전세 시세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중 40% 이상에서 가격이 떨어져 역전세 이슈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전국 입주물량이 전월 대비 크게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년 전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인천에서 입주물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만큼 역전세 소나기가 쏟아질 가능성에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자료=부동산R114)


■ 역전세 현상 심화로 전세 사기 우려…제도 손질로 해결 실마리 찾을까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역전세난이 심화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 제도 폐지' 주장을 띄우기도 했다.

원 장관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수명이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전세 폐지 주장을 수면 위로 띄웠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인한 고통은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응급처방하는 지원책을 펴되 공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대대적인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인위적인 통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혼란과 서민 주거비가 늘어나는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거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8일 경상남도 진주 LH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는 한국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이었는데 그 자체가 붕괴된다면 소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없애자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정부가 고려하는 전세제도 개편은 사실상 제도 폐지에 가깝다.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손질을 비롯해 전세 보증금을 제3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에스크로 제도가 도입한다면 사실상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만 임대차 시장에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전세 제도 개선 의지 언급 등을 고려할 때 월세로 이전이 가속화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전세가 시장에서 갖는 기능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전세 제도의 종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 규제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 돼야 정책 목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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