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수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 ETF는 2~3개 종목에 60% 이상 비중을 싣는다는 것이 공통점인데요, 투자자들 성향과 자산운용사들 니즈가 맞물려 나타난 하나의 흐름입니다.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압축ETF, 투자를 고민 중이신가요?
■ 종목당 편입비중 평균 20%, 화려한 퍼포먼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 10월 상장시킨 ‘KOSEF K-테크TOP10’은 국내 10대 대형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이 ETF는 SK하이닉스(22.91%)와 삼성전자(19.84%), 네이버(18.07%) 세 종목의 투자비중만 60%를 넘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는 ASML홀딩, TSMC,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대표 종목에 투자한다는 컨셉의 펀드죠. 실제 네 종목의 편입비중만 80%에 육박해 반도체 각 부문 대표주만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자동차TOP3플러스’도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차 세종목의 비중이 77%를 넘습니다.
사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은 전통적인 펀드의 그것과는 다소 다릅니다.
(자료=QQQ ETF 포트폴리오 현황)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ETF 중 하나인 QQQ와 비교해볼까요. 상당수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의 필수템처럼 알려진 QQQ의 시가총액은 무려 224조원에 육박합니다. 이 ETF는 애플, 마이크로포스트,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플랫폼, 브로드컴, 알파벳, 테슬라, 어도비 등 글로벌 굴지의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지만 상위 10개 종목을 다 합쳐도 50%에 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압축ETF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설정액이 비슷한 상품 두가지를 놓고 비교해 봤습니다.
공모펀드 소멸시대에도 꿋꿋히 살아남아 공룡펀드의 명맥을 잇고 있는 대표적 공모펀드가 있죠. 바로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설정액 1조1250억원. 11일 기준, 에프앤가이드)’는 글로벌 기술주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어 마니아층이 두터운 펀드로 꼽히죠. 이 펀드는 다양한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데 편입비중을 살펴보면 최상단에 올라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중조차 5.14%에 그칩니다. 대부분 2~3% 수준을 분산해 투자하고 있는 것이죠. 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10월 말 기준)는 17.7% 수준입니다.
(자료=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포트폴리오 현황)
비슷한 규모(설정액 1조1195억원)의 ‘TIGER미국테크TOP10 INDXX’도 살펴보겠습니다. 편입 종목은 비슷하지만 이 ETF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알파벳A, 아마존, 엔비디아 등 상위 5개 종목의 비중만 이미 80%에 육박합니다. 최근 수익률로만 보면 이 같은 집중투자의 효과는 상당합니다. 연초 이후 동기간 수익률을 보면 68.8% 수준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다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하락시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 역시 크다는 얘깁니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금리인상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관련주들이 하락했을 당시 ‘TIGER미국테크TOP10 INDXX’는 4개월만에 28% 떨어졌습니다. 반면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의 하락폭은 5.7%에 그쳐 상대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 단기투자에 적합? 매매주기, 비용부담 등 비교 필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120조원대까지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ETF가 갖는 거래 편이성, 낮은 수수료 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공모펀드와 비교했을 때 같은 투자 효과 대비 상대적 강점이 부각됐던 것이죠.
최근 출시되고 있는 압축형 ETF는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반영을 위해 필요한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를 고민할 때는 상품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압축ETF가 큰 변동성으로 인해 단기 매매에 적합한 상품인 만큼 고객 입장에서 얻는 낮은 수수료의 장점이 상당부분 희석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죠.
또 ETF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데 대해서도 경계감을 가질 필요는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시장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선 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수반돼야 하는데 화려한 수익률보다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은 없습니다. ETF 투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두고 안전한 투자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지금의 시장은 투자자 이익을 최우선에 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스스로 각 상품의 특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
ETF 시장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상품들은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만큼 투자자들 역시 더 넓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적의 투자 효과를 거두기 위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