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 제도를 기획한 김현규 BGF리테일 상생지원팀 책임. 사진=김성준 기자
“가맹점에 적용할 제도를 만들 때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1만8000개에 이르는 점포를 모두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점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점주 의견을 직접 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취지였죠.”
김현규 BGF리테일 상생지원팀 책임의 말이다. 김 책임은 최근 편의점 CU가 도입한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 제도를 직접 기획한 인물이다. CU는 해당 제도를 통해 점포 운영력 우수 점주를 자문 연구 위원단으로 선발하고 ‘CU 가맹점 연구소’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연구를 통해 점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을 담당한 김 책임은 편의점 일선 현장에서 5년, BGF리테일 상생지원팀에서 6년을 몸담으며 11년간 편의점 업계에서 점주와의 소통 업무를 전담해 왔다. 현장에서 점주들과 직접 대면하는 영업 관리 직무로 오랜 경력을 쌓은 데다, 본사 발령 후에도 쭉 상생지원팀에서만 경력을 이어왔다. 점주와의 ‘상생’에 진심을 담게 된 배경이다.
김 책임은 “상생지원팀의 역할을 거칠게 표현하면 ‘같이 잘 살자’는 것인데, 팀 특성상 회사의 입장과 점주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사실 팀에서는 어떻게 하면 점주가 매출을 더 올리고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등 점주들의 이익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 도입된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는 있었다. CU가 지난 2021년 도입한 ‘점주 연구위원’ 역시 선발된 점주가 점포 개선 사항에 대한 사전 테스트 및 검증 연구 등을 맡았었다. 신규 제도의 모체가 된 셈이다. CU는 ‘점주 연구위원’을 통해 유니폼 개선과 대고객 약속문 선포 등 실질적인 성과도 만들었다.
김 책임은 “점포 수가 많은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점주가 있으며 그중에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들도 있다”면서 “실제로 유니폼 개선 당시 디자인을 전공한 점주가 참여해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여 당시를 회상했다.
김현규 BGF리테일 상생지원팀 책임이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뒤 창업한 점주들이 모이면 일종의 싱크 탱크(Think tank)로 기능할 수 있다. ‘점주 연구위원’에서 일부 성과를 거둔 만큼 ‘가맹점주 자문 연구단’은 제도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점주 선발 분과도 영업, 상품, 혁신의 3가지에서 운영, 마케팅, 서비스, 상품, 물류, 전산 등 6가지로 세분화해 늘렸다.
선정된 점주는 약 1년간 활동하게 되며, 2월부터 10월까지 3개월마다 분과별로 한 개씩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나 전산 분야 등 단기간에 마치기 어려운 연구가 있을 경우 다음 분기로 이관해 중장기 과제로 진행한다.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도 이관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 11월과 12월에는 연구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연구 결과를 모든 점주에게 보고하고 이를 현장에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연구주제를 점주들이 직접 선정한다는 부분이다. 김 책임은 “이전 ‘점주 연구위원’ 제도에서는 특정 주제를 본부가 제시한 다음 주제에 맞는 연구위원들을 선발했다면 바뀐 제도에서는 선발된 점주가 직접 주제를 선정하게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점주가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게 되며, 본사는 점주가 연구 중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의견 반영이 주목적인 만큼 대표성을 가진 점주 선발과 투명한 제도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했다. 김 책임은 “우수 점주를 선정하는 자체적인 척도를 세우고 해당 분과에 관심을 가지고 오래 활동한 점주를 위주로 선발했다”면서 “어떤 분과를 전혀 모르는 점주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당 분과에서 적어도 1년 이상 자체적인 활동을 하며 현장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점주가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분기별로 또는 단위별로 어떤 연구가 진행됐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심지어는 실패한 연구라 하더라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연구 과정이 생소한 점주라 해도 전문적인 연구 형식을 토대로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본사에서 다방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책임은 “가맹점포에서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10개 있다고 가정하면 본사에서도 6개 정도는 인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4개를 본사에 전달하는 게 상생지원팀의 역할”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팀에서 점주들을 직접 만나고 대변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빈자리를 점주들이 직접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전했다.
‘현장 의견은 책상에선 알 수 없다’는 게 김 책임의 생각이다. 그는 “본사에서는 개별 점주들이 접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만큼, 본사 차원에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합한 해결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경험상 현장 의견은 온전히 데이터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