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홈페이지 캡처 연애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주요 단골 소재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끄는 데에는 ‘연애’만한 소재가 없다. 그만큼 역사도 길다. 19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연애 프로그램은 시대에 따라 점차 진화하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 시초는 1994년에 방송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스튜디오에 진행자와 남녀 각각 4명이 출연해 게임 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후 마지막에 ‘사랑의 작대기’로 호감 가는 사람을 선택해 커플이 매칭되는 콘셉트로 방송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7년간 장수한 프로그램이었지만 2001년 시청률 고전으로 종영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BC는 2002년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선보였다. 당시 각 분야의 스타, 20대 남녀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성에게 자신이 매력을 어필하게 해 커플을 매칭시켰다. 같은 해 KBS2에서는 남자 연예인과 여대생들이 산장에서 미팅하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선보였고, 2003년 SBS에서는 스타들의 솔직한 만남과 마음을 알아보는 ‘리얼로망스 연애편지’를 출범 시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산장미팅', '사랑의 스튜디오', '강호동의 천생연분',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캡처 이때까지의 연애 프로그램은 한정된 공간과 연예인 또는 연예인 지망생, 진행자가 필수였다. 하지만 이런 포맷은 인위적인 만남과 동일화된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 SBS는 2011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삼포세대’가 화두가 될 때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걸고 ‘짝’을 선보였다. 9~16명의 남녀가 애정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짝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실명 대신 ‘남자1호’ ‘여자2호’ 등의 숫자로 신분을 숨긴 뒤 나중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찰 프로그램 형태를 띠었다. 여기서 실제로 커플이 탄생하기도 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14년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며 종영했다. 2012년에는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범위가 확대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다. 제작진이 매칭한 연예인 커플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동안 선보인 적 없는 ‘가상 결혼’이라는 콘셉트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인위적인 설정 논란 등으로 2017년 막을 내렸다. 사진='우리 결혼했어요', '하트시그널', '선다방', '연애의 맛' 캡처 이후 방송사들은 ‘가상’이 아닌 ‘리얼’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채널A는 비연예인 청춘남녀가 ‘시그널 하우스’에 입소해 동거하며 썸을 타는 ‘하트시그널’을 선보여 시즌2까지 이어지는 큰 인기를 끌었고, 2018년 tvN에서는 스타 카페지기들이 실제 맞선 전문 카페를 운영하며, 일반인들의 맞선을 엿보는 ‘선다방’으로 실제 결혼까지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의 대본 존재를 의심했다. 비연예인들의 커플 성사는 가능하지만 연예인들은 어디까지나 방송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TV조선 ‘연애의 맛’은 시청자들의 의심을 거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필모가 서수연과 결혼에 골인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리얼’이라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또 ‘연애의 맛 시즌2’에서 오창석이 이채은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연애 프로그램의 신뢰성과 진정성이 높아진 상태가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상황에서 차별성을 둬야 하는 지점은 ‘공감’이다. 사랑과 연애라는 소재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감을 확보하기가 쉽다. 또 흥미를 유발하는 지점도 강해 방송사는 계속해서 연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트시그널’에서 출연진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활약했던 W진병원 원장 양재웅 정신의학과전문의는 시청자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빠지는 심리에 대해 “내가 느끼지 못하는 점에 관한 대리만족과 관음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며 “연예인보다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연애프로그램은 공감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더 몰입하면서 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View기획┃연애 프로그램①] 이제는 ‘가짜’ 아닌 ‘리얼’ 연애가 통한다

이채윤 기자 승인 2019.08.12 11:15 | 최종 수정 2139.03.25 00:00 의견 0
사진=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홈페이지 캡처
사진=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홈페이지 캡처

연애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주요 단골 소재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끄는 데에는 ‘연애’만한 소재가 없다. 그만큼 역사도 길다. 19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연애 프로그램은 시대에 따라 점차 진화하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 시초는 1994년에 방송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스튜디오에 진행자와 남녀 각각 4명이 출연해 게임 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후 마지막에 ‘사랑의 작대기’로 호감 가는 사람을 선택해 커플이 매칭되는 콘셉트로 방송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7년간 장수한 프로그램이었지만 2001년 시청률 고전으로 종영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BC는 2002년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선보였다. 당시 각 분야의 스타, 20대 남녀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성에게 자신이 매력을 어필하게 해 커플을 매칭시켰다. 같은 해 KBS2에서는 남자 연예인과 여대생들이 산장에서 미팅하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을 선보였고, 2003년 SBS에서는 스타들의 솔직한 만남과 마음을 알아보는 ‘리얼로망스 연애편지’를 출범 시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산장미팅', '사랑의 스튜디오', '강호동의 천생연분',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캡처
사진='산장미팅', '사랑의 스튜디오', '강호동의 천생연분',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캡처

이때까지의 연애 프로그램은 한정된 공간과 연예인 또는 연예인 지망생, 진행자가 필수였다. 하지만 이런 포맷은 인위적인 만남과 동일화된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

SBS는 2011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삼포세대’가 화두가 될 때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걸고 ‘짝’을 선보였다. 9~16명의 남녀가 애정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짝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실명 대신 ‘남자1호’ ‘여자2호’ 등의 숫자로 신분을 숨긴 뒤 나중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찰 프로그램 형태를 띠었다. 여기서 실제로 커플이 탄생하기도 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14년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며 종영했다.

2012년에는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범위가 확대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다. 제작진이 매칭한 연예인 커플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동안 선보인 적 없는 ‘가상 결혼’이라는 콘셉트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인위적인 설정 논란 등으로 2017년 막을 내렸다.

사진='우리 결혼했어요', '하트시그널', '선다방', '연애의 맛' 캡처
사진='우리 결혼했어요', '하트시그널', '선다방', '연애의 맛' 캡처

이후 방송사들은 ‘가상’이 아닌 ‘리얼’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채널A는 비연예인 청춘남녀가 ‘시그널 하우스’에 입소해 동거하며 썸을 타는 ‘하트시그널’을 선보여 시즌2까지 이어지는 큰 인기를 끌었고, 2018년 tvN에서는 스타 카페지기들이 실제 맞선 전문 카페를 운영하며, 일반인들의 맞선을 엿보는 ‘선다방’으로 실제 결혼까지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의 대본 존재를 의심했다. 비연예인들의 커플 성사는 가능하지만 연예인들은 어디까지나 방송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TV조선 ‘연애의 맛’은 시청자들의 의심을 거두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필모가 서수연과 결혼에 골인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리얼’이라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또 ‘연애의 맛 시즌2’에서 오창석이 이채은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연애 프로그램의 신뢰성과 진정성이 높아진 상태가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상황에서 차별성을 둬야 하는 지점은 ‘공감’이다. 사랑과 연애라는 소재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감을 확보하기가 쉽다. 또 흥미를 유발하는 지점도 강해 방송사는 계속해서 연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트시그널’에서 출연진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활약했던 W진병원 원장 양재웅 정신의학과전문의는 시청자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빠지는 심리에 대해 “내가 느끼지 못하는 점에 관한 대리만족과 관음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며 “연예인보다 비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연애프로그램은 공감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더 몰입하면서 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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