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기억의 열매이자 영원을 앞당기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압축이 제게는 붓글씨입니다. 민족의 일치와 화해, 평화를 바라며 올리는 역사기도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큰 축복과 은총을 기원합니다.' (사진=라의눈)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라의눈, 2022.12.24)' 서문에서 함세웅 신부는 이렇게 기도했다. 이 책은 해방에서 촛불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역사를 한 장면씩 되짚어 보고, 키워드를 붓으로 쓴 거다. 조선건국위원회, 맥아더 포고령으로부터 못살겠다 갈아보자, 4·19 불사조,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5·16 군산 반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5·18 민중항쟁, 호헌철폐 독재타도 등이 꼭지 글 제목이다. 역사기도는 성경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역사의 장면을 서술한다. 기가 막히고 억울하고 슬프고 통탄해야하는 순간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기도로 마무리한다. '청년 예수님, 청년 김대건 신부님, 청년 안중근, 그리고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청년 세대들이 민족의 번영과 평화를 이룩하는 선구자 그리고 실천자가 되게 해 주소서. 거룩한 하느님, 이 모든 것을 성령 안에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256쪽) 아울러 글 제목을 붓 글씨로 썼다. 그의 붓 글씨는 예쁜 글씨가 아니다. "글씨에 뼈와 근육이 있고 신경을 통해 생명력이 넘쳐야합니다. 있는 힘껏 쓰세요. 봄누에가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나야 합니다"라고 가르쳐준 이동천 서예가를 따라 10여년을 썼다. 함 신부가 역사기도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자는 의도였다고 한다.(469쪽) 그러면서 기억의 힘은 올리브 햇순을 싹트게 할 만큼 위대하다고 했다. (사진=라의눈) 그는 1942년생으로 어린 시절 해방을 맞았고 초등학생 시절 6.25를, 신학생 시절 4.19 혁명을, 로마 유학시절 5.16 군사반란을 경험했다. 맥아더 장군을 존경하던 소년을 바꿔놓은 것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동료 사제들과 함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결성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인권 회복과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중앙정보부에 수없이 끌려가고, 2년이 넘는 감옥생활을 했다. 함 신부가 험난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것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었다. 이 책 52쪽 이하에서 그는 십자가 죽음, 고통의 신학에 두 가지 큰 교훈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개인적 차원의 교훈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과 시련 속에 산다. 그러면서 "왜, 내가?"라며 원망하고 항변한다. 이 물음에 예수는 "나를 보세요. 하느님의 아들인 나도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중략)...당신의 고통이 크지만 나를 보아서라도 그 고통을 이겨내세요. 자, 함께 손잡고 힘을 냅시다!" 둘째는 공동체 차원의 교훈이다. 십자가 예수의 죽음은 온 인류를 향해 '이제 더는 나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없게 하라!'라는 호소이며 절규이다. 온갖 불법과 정치적 조작을 청산하라는 명령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책 추천사에서 함세웅 신부를 "'시대와 함께, 민족과 민중과 함께'하는 교회만이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제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약성서의 선지자들처럼 독재와 불의를 꾸짖는 시대의 선지자였고, 지금도 우리의 양심을 깨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간]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문형민 기자 승인 2023.01.05 10:45 | 최종 수정 2023.01.05 13:48 의견 0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기억의 열매이자 영원을 앞당기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압축이 제게는 붓글씨입니다. 민족의 일치와 화해, 평화를 바라며 올리는 역사기도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큰 축복과 은총을 기원합니다.'

(사진=라의눈)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라의눈, 2022.12.24)' 서문에서 함세웅 신부는 이렇게 기도했다. 이 책은 해방에서 촛불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역사를 한 장면씩 되짚어 보고, 키워드를 붓으로 쓴 거다.

조선건국위원회, 맥아더 포고령으로부터 못살겠다 갈아보자, 4·19 불사조,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5·16 군산 반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5·18 민중항쟁, 호헌철폐 독재타도 등이 꼭지 글 제목이다. 역사기도는 성경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역사의 장면을 서술한다. 기가 막히고 억울하고 슬프고 통탄해야하는 순간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기도로 마무리한다.

'청년 예수님, 청년 김대건 신부님, 청년 안중근, 그리고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청년 세대들이 민족의 번영과 평화를 이룩하는 선구자 그리고 실천자가 되게 해 주소서. 거룩한 하느님, 이 모든 것을 성령 안에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256쪽)

아울러 글 제목을 붓 글씨로 썼다. 그의 붓 글씨는 예쁜 글씨가 아니다. "글씨에 뼈와 근육이 있고 신경을 통해 생명력이 넘쳐야합니다. 있는 힘껏 쓰세요. 봄누에가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나야 합니다"라고 가르쳐준 이동천 서예가를 따라 10여년을 썼다.

함 신부가 역사기도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자는 의도였다고 한다.(469쪽) 그러면서 기억의 힘은 올리브 햇순을 싹트게 할 만큼 위대하다고 했다.

(사진=라의눈)


그는 1942년생으로 어린 시절 해방을 맞았고 초등학생 시절 6.25를, 신학생 시절 4.19 혁명을, 로마 유학시절 5.16 군사반란을 경험했다. 맥아더 장군을 존경하던 소년을 바꿔놓은 것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동료 사제들과 함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결성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인권 회복과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중앙정보부에 수없이 끌려가고, 2년이 넘는 감옥생활을 했다.

함 신부가 험난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것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었다. 이 책 52쪽 이하에서 그는 십자가 죽음, 고통의 신학에 두 가지 큰 교훈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개인적 차원의 교훈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과 시련 속에 산다. 그러면서 "왜, 내가?"라며 원망하고 항변한다. 이 물음에 예수는 "나를 보세요. 하느님의 아들인 나도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중략)...당신의 고통이 크지만 나를 보아서라도 그 고통을 이겨내세요. 자, 함께 손잡고 힘을 냅시다!"

둘째는 공동체 차원의 교훈이다. 십자가 예수의 죽음은 온 인류를 향해 '이제 더는 나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없게 하라!'라는 호소이며 절규이다. 온갖 불법과 정치적 조작을 청산하라는 명령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책 추천사에서 함세웅 신부를 "'시대와 함께, 민족과 민중과 함께'하는 교회만이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제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약성서의 선지자들처럼 독재와 불의를 꾸짖는 시대의 선지자였고, 지금도 우리의 양심을 깨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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