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년 전 출시된 '갤럭시 Z플립4'에서도 실시간 번역 등 인공지능(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5월초 '원UI 6.1'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 AI 기능이 추가된 갤Z플립4의 실시간 통역 기능 작동 모습 갈무리 (사진=손기호 기자)
#. 2년 전 구매한 ‘갤럭시 Z 플립4’. 5월 초 신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알림이 떴다. 설치 버튼을 누르니 20분간 설치 후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됐다. 삼성의 첫 AI폰 ‘갤럭시 S24’와 같은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이처럼 ‘원 UI 6.1’ 업그레이드 설치파일 배포를 통해 ‘통화 중 실시간 통역’, ‘대화 번역’, ‘사진이나 문서 내 텍스트 번역’ 등 AI 기능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AI폰을 신규 스마트폰을 넘어 2~3년 전 스마트폰까지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1년 내에 출시한 갤럭시 S23, 갤럭시 Z 플립5·폴드5 등의 제품에 대해서만 AI 기능을 업데이트하려했지만, 2~3년 전의 제품까지 업데이트 대열에 포함됐다. 이에 갤럭시 S22, Z 플립4·폴드4 등 구형 플래그십 제품도 ‘원UI 6.1’로 AI폰이 됐다. AI폰으로 업그레이드된 ‘갤럭시 Z 플립4’를 통해 ‘AI 번역·통역’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 2년 전 출시된 ‘Z플립4’, 원UI 설치…실시간 번역 등 11개 AI 기능 향상
‘원UI 6.1’ 업그레이드는 첫 AI폰 갤럭시 S24에 버금가는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설치된 갤럭시 AI 기능은 11개의 항목이다.
먼저, 문자 메시지를 열어보면 ‘별 모양의 AI 버튼’이 생겼다. 이를 눌러보면 ‘대화번역’, ‘문장스타일’, ‘철자 및 문법’ 항목이 뜬다.
특히 ‘대화번역’ 항목을 보면, 문자 메시지 원문(한글)과 함께 하단에 영어로 실시간으로 변환돼 표시된다. 영어뿐 아니라 언어 패키지를 통해서는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14개의 언어를 다운로드 받아 번역할 수 있다.
SNS 인스타그램에서 댓글 작성 시 'AI 번역' 버튼을 통해 한국어를 실시간으로 영어로 전환하고(왼쪽), SNS용 말투와 해시태그까지 자동으로 변환된 모습(오른쪽) (사진=손기호 기자)
와츠앱이나 카카카오톡 등의 채팅 메신저를 통해 외국인과 소통을 할 때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번역된다. 외국인이 이를 사용하면 자신의 모국어로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이 기능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다양한 언어로 변환할 때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케이팝 글로벌 팬들이 자신의 언어로 댓글을 올린다고 가정하고 BTS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올려봤다. 영어로 작성한 글이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번역돼 올릴 수 있었다.
말투도 자동으로 바꿀 수 있다. SNS에 올릴 때는 검색을 위한 해시태그까지 자동으로 달렸고 이모티콘도 함께 자동으로 추가됐다.
■ AI 통역사 역할…통역 대화 기능, 해외서 현지어 못해도 대화 가능
상단 슬라이드 메뉴에는 ‘통역 대화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이를 이용하면 해외에서 영어로 대화가 서툴러도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역 버튼을 누른 후 이용자와 상대방이 각자 통역창을 자신의 방향으로 볼 수 있도록 통역된 부분의 창은 상대방쪽으로 뒤집혀서 표시된다. 한국어 음성 버튼을 눌러 ‘안녕하세요. 새롭게 추기된 기능을 테스트해보고 있다’라고 말을 하면 1초 만에 상대방 방향의 통역창에 ‘Hello. We are testing the newly added function’이라고 번역돼 표시된다.
상대방도 통역 음성 버튼을 눌러 자신의 영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통역이 돼 창에 표시된다. 한마디로 ‘AI 통역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셈이다. 이를 이용하면 해외 어디를 가더라도 언어에 대한 부담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 앱으로 삼성 사이트를 방문해 웹페이지를 요약한 모습 갈무리. 웹페이지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기능도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서는 실시간으로 웹페이지를 번역하거나 요약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주로 사용했지만, 웹페이지 번역 및 요약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삼성 브라우저를 더 이용하게 됐다. 삼성은 자사 브라우저 사용을 늘릴 수 있는 카드를 얻은 셈이다.
■ 중저가폰도 AI폰 업그레이드 점유율 1위 노려…애플, 첫 AI폰 ‘반격’
삼성전자는 이번주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 A53, 54와 S21 FE 등에도 ‘원UI 6.1 업데이트’를 출시를 돌입했다. 이를 통해 1억대의 AI폰을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사 애플은 아직 AI폰을 출시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신규 및 기존 고객까지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삼성 소식을 전문으로 전하는 샘모바일에 따르면 갤럭시 S21 FE 모델 등도 미국에서 ‘원UI 6.1’ 업데이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비알부문) 사업부장 사장은 올 1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올해 약 1억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해 모바일 AI 글로벌 확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애플의 점유율 1위 자리를 뺏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20%로, 2위 애플을 17%보다 앞섰다.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애플은 올 하반기에 AI폰을 내놓고 반격에 나선다. 하반기 애플은 온디바이스(내장형) AI폰 아이폰16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 연결 없는 전화 통·번역을 비롯해 문서 요약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동영상·오디오 편집 등에도 AI 기능을 더하고 새로운 AI 비서인 시리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