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배우의 실제 모습과 극중 성격은 별개인 걸 알면서도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배우가 캐릭터를 완벽히 입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얼굴을 알린 원진아를 보고 그랬다. 산뜻한 단발머리를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네는 원진아를 보고 조금은 놀랐다. 차분하고 묵직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발랄하고 웃음이 많은. 원진아는 “의외의 성격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화가 거듭될수록 ‘신인치고 연기를 잘 한다’ ‘첫 주연인데 잘 해냈다’라는 평가는 선입견의 결과임을 깨닫게 됐다. 원진아는 많은 주목에 부담을 느꼈지만 막상 막이 오르자 연기로 자신을 증명했다. ■ 첫 드라마가 지니는 의미 “첫 드라마에 주연이니 무섭고 걱정됐어요.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해야 하나 생각에 불면증까지 왔죠. 그런데 작품 자체가 좋기 때문에 내가 잘 하고 못하고에 따라 나빠지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선배님들과 스태프 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요. 덕분에 연기를 하며 주눅 든 적은 없었어요. 지금은 홀가분해요. 스스로를 알아가는 기회였어요. 부족한 점을 발견한 계기가 된 것도 감사하고요” 원진아는 2014년부터 다수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 영화와 드라마는 다르다. 영화는 제작기간이 길어 완성본을 보기도 전에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원진아는 이를 공부의 계기로 삼았다.  “두세 번 정도 모니터링을 했어요. 처음에는 나만 보게 되더라고요. ‘아, 왜 저랬지. 왜 저렇게 했어!’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웃음) 두 번째로 보면 그제야 선배님들의 연기와 전체적인 그림이 보여요. 많은 드라마들 사이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건 참 힘든 일인데,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요즘 볼 수 없는 드라마에요.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 ‘예쁜’ 사람들과 만들어낸 작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붕괴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두 남녀 이강두(이준호)와 하문수(원진아)가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참사’라고 불리는 사고와 그로인해 말로 설명 못 할 아픔을 담고 있어 그만큼 진지하고 사려 깊다. 동시에 ‘위로’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품고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다.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았어요. 일하러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요. 정이 쌓여서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 처음 현장 갔을 때부터 그랬어요. 작품 따라 ‘예쁜’ 사람들만 모여 있더라고요.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어요. 내가 티를 안 낸다고 해도 힘든 게 눈에 보이면 다들 손 잡아주면서 ‘다 안다’고 다독여주고, 대본에 응원 메시지도 써주시고 그랬어요” 원진아는 스스로 인복이 있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운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실력을 쌓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기회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역할을 해내고자 하는 다짐이다. 그렇게 원진아는 주변의 예쁜 사람들과 함께 하문수를 만들어 나갔다. “처음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거니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나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반응 모니터링을 했어요. 드라마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다들 ‘진아씨’가 아니라 ‘문수씨’라고 부르고, ‘그만 울어라, 속상했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위로해주셨어요. 지적을 하더라도 드라마 내용 자체에 대한 거였고요. 감동이었어요. 모두가 내 진심을 알아주는 게 목표거든요. 뿌듯하고 힘을 얻었어요”   원진아(사진=JTBC 제공)   ■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하문수’ 원진아가 대중의 몰입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빈 틈 없는 하문수가 돼야 한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와 대하는 태도를 먼저 생각했다. 나의 아픔이 결코 서로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원진아는 “어떤 인물을 대입하거나 모티브로 삼는 건 소용없다. 스스로를 대입해 진심을 느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준호 씨와는 서로의 감정신에 따라 적정선의 거리를 유지했어요. 무게감이 있는 날에는 서로 조용히 집중하고, 애정신을 찍을 때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친밀감을 갖고요. 워낙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이런 텐션이 필요했어요. 뽀뽀신 찍을 때도 쑥스러우면 쑥스러운대로 표현하고 풋풋하게 보이게끔 하고요. 서로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배려였다고 봐요” 하문수와 이강두의 사이뿐만 아니라 하문수의 엄마 윤옥(윤유선)과 관계도 주목해야 한다. 두 배우는 세밀하고 섬세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현실을 그려냈다. “서로 상처를 주며 싸우고 그러면서 또 속마음은 그게 아니고... 읽으면서 공감이 됐던 부분이라 걱정이 됐어요. 너무 현실적이어서 ‘진짜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님이 엄마처럼 다정히 대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실제로 많은 애정이 생겼어요. 싸우는 신도 감정이 없다면 그냥 다투는 건데, 서로 교감한 상태에서 싸우니 진짜 이렇게 말을 내뱉는 나 스스로가 짜증나고 속상한 거예요. 그렇게 실제로 몰입할 수 있었어요”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 “하문수가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작품 자체가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유난히 감정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매번 울고 우울해하고 좌절을 느끼며 슬퍼하는 캐릭터는 원진아에게도 해당사항이었다.  “‘그만 울고 싶다’고 나도 모르게 하루에도 열댓 번씩 말했어요. 감독님이 그걸 느끼셨나봐요. 쫑파티 때 ‘네 분위기가 처음 드라마 시작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배역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당분간 일 하지 말고 재미있는 걸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캐릭터를 잘 빠져나왔거든요? 처지는 신을 찍어도 ‘다들 저녁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게 안됐어요. 눈물이 안 멈추고 촬영을 마쳐도 우울감이 계속 됐어요”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진짜 하문수로 살았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원진아는 감정 유지를 위해 촬영지인 부산에 거주하며 서울에 가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서울에 올라오니 그의 말마따나 하문수가 아닌 ‘원진아’로서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는 다시 얼어붙은 시간을 깨뜨리며 조금씩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현재도 기분이 아주 들뜨고 업되지는 않지만, 원진아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두겠다고 했다.   원진아(사진=JTBC 제공)   ■ 원진아에게 행복이란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원진아에게 첫 작품 그 이상으로 많은 깨달음을 안겼다. 원진아는 “위로를 잘 못한다. 일부러 안하는 것도 있다. 더 약해질 것 같고, 남의 위로에 오히려 상처 받을 때도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감정이 쌓이고 그게 폭발하면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강두의 말을 들으며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삶과 상처를 바라보는 태도와 함께 ‘행복’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하고 싶은 걸 하고 꿈을 이루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꿈을 이루기 전에는 대단한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하게 살았죠. 그런데 강두가 ‘별 거 아니었네, 행복’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한 건데, 그러지 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어디 하나 다친 데 없이 건강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지’ 느꼈어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두 사람에게 특별하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제야 남들처럼 ‘그냥’ 살아갈 수 있겠다 싶어서 더 짠했어요” 그래서 원진아는 지금 내딛고 있는 발걸음 자체가 꿈만 같은 거라고 받아들인다.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는 등 열정은 많고 기회는 없는 상황을 겪었기에 더 그랬다. 이제 작품은 끝났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결과를 완성해냈고, 그 안에서 맺은 인연들도 남아 있다. 지금 원진아의 마음에는 허무함 대신 앞으로의 기대가 가득하다. “신인들은 한 번 비춘 이미지와 비슷한 역할만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나는 운이 좋게 다른 역할들을 할 수 있었고, 그 배역의 영화들이 이제 막 개봉하고 있어요. 그런 것처럼 다른 걸 통해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보다 작품, 연기로 ‘원진아’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원진아,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머물렀던 시간들

이소연 기자 승인 2018.02.12 14:02 | 최종 수정 2136.03.26 00:00 의견 0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배우의 실제 모습과 극중 성격은 별개인 걸 알면서도 간혹 헷갈릴 때가 있다.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배우가 캐릭터를 완벽히 입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얼굴을 알린 원진아를 보고 그랬다. 산뜻한 단발머리를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네는 원진아를 보고 조금은 놀랐다. 차분하고 묵직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발랄하고 웃음이 많은. 원진아는 “의외의 성격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화가 거듭될수록 ‘신인치고 연기를 잘 한다’ ‘첫 주연인데 잘 해냈다’라는 평가는 선입견의 결과임을 깨닫게 됐다. 원진아는 많은 주목에 부담을 느꼈지만 막상 막이 오르자 연기로 자신을 증명했다.

■ 첫 드라마가 지니는 의미

“첫 드라마에 주연이니 무섭고 걱정됐어요.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해야 하나 생각에 불면증까지 왔죠. 그런데 작품 자체가 좋기 때문에 내가 잘 하고 못하고에 따라 나빠지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선배님들과 스태프 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요. 덕분에 연기를 하며 주눅 든 적은 없었어요. 지금은 홀가분해요. 스스로를 알아가는 기회였어요. 부족한 점을 발견한 계기가 된 것도 감사하고요”

원진아는 2014년부터 다수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 영화와 드라마는 다르다. 영화는 제작기간이 길어 완성본을 보기도 전에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원진아는 이를 공부의 계기로 삼았다. 

“두세 번 정도 모니터링을 했어요. 처음에는 나만 보게 되더라고요. ‘아, 왜 저랬지. 왜 저렇게 했어!’하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웃음) 두 번째로 보면 그제야 선배님들의 연기와 전체적인 그림이 보여요. 많은 드라마들 사이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건 참 힘든 일인데,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요즘 볼 수 없는 드라마에요.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 ‘예쁜’ 사람들과 만들어낸 작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붕괴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두 남녀 이강두(이준호)와 하문수(원진아)가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참사’라고 불리는 사고와 그로인해 말로 설명 못 할 아픔을 담고 있어 그만큼 진지하고 사려 깊다. 동시에 ‘위로’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품고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다.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았어요. 일하러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요. 정이 쌓여서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 처음 현장 갔을 때부터 그랬어요. 작품 따라 ‘예쁜’ 사람들만 모여 있더라고요.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어요. 내가 티를 안 낸다고 해도 힘든 게 눈에 보이면 다들 손 잡아주면서 ‘다 안다’고 다독여주고, 대본에 응원 메시지도 써주시고 그랬어요”

원진아는 스스로 인복이 있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운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실력을 쌓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기회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역할을 해내고자 하는 다짐이다. 그렇게 원진아는 주변의 예쁜 사람들과 함께 하문수를 만들어 나갔다.

“처음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거니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나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반응 모니터링을 했어요. 드라마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다들 ‘진아씨’가 아니라 ‘문수씨’라고 부르고, ‘그만 울어라, 속상했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위로해주셨어요. 지적을 하더라도 드라마 내용 자체에 대한 거였고요. 감동이었어요. 모두가 내 진심을 알아주는 게 목표거든요. 뿌듯하고 힘을 얻었어요”

 

원진아(사진=JTBC 제공)
원진아(사진=JTBC 제공)

 

■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하문수’

원진아가 대중의 몰입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빈 틈 없는 하문수가 돼야 한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와 대하는 태도를 먼저 생각했다. 나의 아픔이 결코 서로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원진아는 “어떤 인물을 대입하거나 모티브로 삼는 건 소용없다. 스스로를 대입해 진심을 느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준호 씨와는 서로의 감정신에 따라 적정선의 거리를 유지했어요. 무게감이 있는 날에는 서로 조용히 집중하고, 애정신을 찍을 때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친밀감을 갖고요. 워낙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이런 텐션이 필요했어요. 뽀뽀신 찍을 때도 쑥스러우면 쑥스러운대로 표현하고 풋풋하게 보이게끔 하고요. 서로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배려였다고 봐요”

하문수와 이강두의 사이뿐만 아니라 하문수의 엄마 윤옥(윤유선)과 관계도 주목해야 한다. 두 배우는 세밀하고 섬세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현실을 그려냈다.

“서로 상처를 주며 싸우고 그러면서 또 속마음은 그게 아니고... 읽으면서 공감이 됐던 부분이라 걱정이 됐어요. 너무 현실적이어서 ‘진짜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님이 엄마처럼 다정히 대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실제로 많은 애정이 생겼어요. 싸우는 신도 감정이 없다면 그냥 다투는 건데, 서로 교감한 상태에서 싸우니 진짜 이렇게 말을 내뱉는 나 스스로가 짜증나고 속상한 거예요. 그렇게 실제로 몰입할 수 있었어요”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원진아(사진=유본컴퍼니 제공)

 

■ “하문수가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작품 자체가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유난히 감정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매번 울고 우울해하고 좌절을 느끼며 슬퍼하는 캐릭터는 원진아에게도 해당사항이었다. 

“‘그만 울고 싶다’고 나도 모르게 하루에도 열댓 번씩 말했어요. 감독님이 그걸 느끼셨나봐요. 쫑파티 때 ‘네 분위기가 처음 드라마 시작했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배역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당분간 일 하지 말고 재미있는 걸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캐릭터를 잘 빠져나왔거든요? 처지는 신을 찍어도 ‘다들 저녁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게 안됐어요. 눈물이 안 멈추고 촬영을 마쳐도 우울감이 계속 됐어요”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진짜 하문수로 살았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원진아는 감정 유지를 위해 촬영지인 부산에 거주하며 서울에 가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서울에 올라오니 그의 말마따나 하문수가 아닌 ‘원진아’로서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는 다시 얼어붙은 시간을 깨뜨리며 조금씩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현재도 기분이 아주 들뜨고 업되지는 않지만, 원진아는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두겠다고 했다.

 

원진아(사진=JTBC 제공)
원진아(사진=JTBC 제공)

 

■ 원진아에게 행복이란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원진아에게 첫 작품 그 이상으로 많은 깨달음을 안겼다. 원진아는 “위로를 잘 못한다. 일부러 안하는 것도 있다. 더 약해질 것 같고, 남의 위로에 오히려 상처 받을 때도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감정이 쌓이고 그게 폭발하면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강두의 말을 들으며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삶과 상처를 바라보는 태도와 함께 ‘행복’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하고 싶은 걸 하고 꿈을 이루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꿈을 이루기 전에는 대단한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하게 살았죠. 그런데 강두가 ‘별 거 아니었네, 행복’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한 건데, 그러지 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어디 하나 다친 데 없이 건강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지’ 느꼈어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이유도 두 사람에게 특별하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이제야 남들처럼 ‘그냥’ 살아갈 수 있겠다 싶어서 더 짠했어요”

그래서 원진아는 지금 내딛고 있는 발걸음 자체가 꿈만 같은 거라고 받아들인다.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는 등 열정은 많고 기회는 없는 상황을 겪었기에 더 그랬다. 이제 작품은 끝났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결과를 완성해냈고, 그 안에서 맺은 인연들도 남아 있다. 지금 원진아의 마음에는 허무함 대신 앞으로의 기대가 가득하다.

“신인들은 한 번 비춘 이미지와 비슷한 역할만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나는 운이 좋게 다른 역할들을 할 수 있었고, 그 배역의 영화들이 이제 막 개봉하고 있어요. 그런 것처럼 다른 걸 통해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보다 작품, 연기로 ‘원진아’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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