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 'jon2'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오존(O3ohn)이 지닌 강점 중 하나는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그의 고집이다. 보컬은 힘을 쭉 뺐고, 뭉게뭉게 피어나는 멜로디들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노래 길이가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대로 놔둔다. 자유로운 그의 노래는 얼기설기 얽힌 것 같지만 단단하고 섬세한 결속력을 지닌다. 앞서 차례로 발매한 미니앨범 ‘[O]’와 ‘jon1’이 그렇다. 제목을 이어 보면 ‘오+존’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편안하게 흩어지지만 결국엔 오존을 이루는 하나의 퍼즐조각이다.  오존은 단 두 조각으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다. 최근 발매된 ‘jon2’이 그 방증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확실한 취향이 담길 것”이라고 몇 번을 단호하게 말했던 그의 말대로다. 오존이 앞선 앨범들에서 리스너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jon2’는 불친절하다. 몇 장의 앨범을 듣고 오존이라는 가수를 파악했던 리스너들의 생각을 무너뜨린다. 타이틀곡 ‘R’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의도를 갖는다. ‘R’은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Untitled01’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편곡한 노래다. ‘무제’를 뜻하던 제목은 ‘R’이라는 구체적인 말이 됐다. 잔잔히 울려 퍼지던 멜로디는 통통 튀는 소스로 발랄하게 바뀌었다. 부드럽던 기타리프는 거칠어졌고, 풀어헤쳐지던 오존의 목소리는 한결 단단해졌다.  기존 곡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예상을 깨는 이 노래는 첫 번째로 배치됐다. 이후 트랙부터 지금껏 보여준 것과 다른 곡들을 들려주겠다는 예고편인 셈이다. 나만의 이유를 찾겠다는, 너의 마음은 여기에서 자라고 빛난다는 가사는 그 의지를 드러낸다.  이후 트랙들 역시 마찬가지로 훨씬 단순하고 발랄하며 건조하다. 몽환적으로 드리웠던 베일을 한 꺼풀 벗겨내는데, 그럼으로써 드러나는 또 다른 방향의 몽환을 보여준다. 느릿느릿한 템포에 얇은 보컬이 담긴 또 다른 타이틀곡 ‘시 유 인(Seeyouin)’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 트랙 ‘피날레(Finale)’의 의도적인 노이즈는 오존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솔직함 그 자체다. 오존은 앨범 커버를 통해 전구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담았다. 환하게 손바닥을 비추는 빛, 그리고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쓰여 있는 ‘jon’. 이것들은 오존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빛나겠다는 메시지를 뜻하는 듯하다. ‘jon2’는 지금부터 다른 오존을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선전포고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야’라고 설명해줄 뿐이다. 신선한 충격을 안긴 노래들이 불친절할지언정, 오존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자유롭고 당당하다. 이것이야말로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친절이 아닐까. 이번 앨범은 오존이 그간 보여줬던 건 타협이 아닌 조율이었음을 알려준다.

오존을 빛나게 만드는 퍼즐조각, ‘jon2’

이소연 기자 승인 2018.02.22 11:51 | 최종 수정 2136.04.15 00:00 의견 0
오존 'jon2'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오존 'jon2' 커버(사진=포크라노스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오존(O3ohn)이 지닌 강점 중 하나는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그의 고집이다. 보컬은 힘을 쭉 뺐고, 뭉게뭉게 피어나는 멜로디들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노래 길이가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대로 놔둔다. 자유로운 그의 노래는 얼기설기 얽힌 것 같지만 단단하고 섬세한 결속력을 지닌다.

앞서 차례로 발매한 미니앨범 ‘[O]’와 ‘jon1’이 그렇다. 제목을 이어 보면 ‘오+존’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편안하게 흩어지지만 결국엔 오존을 이루는 하나의 퍼즐조각이다. 

오존은 단 두 조각으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다. 최근 발매된 ‘jon2’이 그 방증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확실한 취향이 담길 것”이라고 몇 번을 단호하게 말했던 그의 말대로다. 오존이 앞선 앨범들에서 리스너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jon2’는 불친절하다. 몇 장의 앨범을 듣고 오존이라는 가수를 파악했던 리스너들의 생각을 무너뜨린다.

타이틀곡 ‘R’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의도를 갖는다. ‘R’은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Untitled01’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편곡한 노래다. ‘무제’를 뜻하던 제목은 ‘R’이라는 구체적인 말이 됐다. 잔잔히 울려 퍼지던 멜로디는 통통 튀는 소스로 발랄하게 바뀌었다. 부드럽던 기타리프는 거칠어졌고, 풀어헤쳐지던 오존의 목소리는 한결 단단해졌다. 

기존 곡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예상을 깨는 이 노래는 첫 번째로 배치됐다. 이후 트랙부터 지금껏 보여준 것과 다른 곡들을 들려주겠다는 예고편인 셈이다. 나만의 이유를 찾겠다는, 너의 마음은 여기에서 자라고 빛난다는 가사는 그 의지를 드러낸다. 

이후 트랙들 역시 마찬가지로 훨씬 단순하고 발랄하며 건조하다. 몽환적으로 드리웠던 베일을 한 꺼풀 벗겨내는데, 그럼으로써 드러나는 또 다른 방향의 몽환을 보여준다. 느릿느릿한 템포에 얇은 보컬이 담긴 또 다른 타이틀곡 ‘시 유 인(Seeyouin)’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 트랙 ‘피날레(Finale)’의 의도적인 노이즈는 오존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솔직함 그 자체다.

오존은 앨범 커버를 통해 전구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담았다. 환하게 손바닥을 비추는 빛, 그리고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쓰여 있는 ‘jon’. 이것들은 오존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빛나겠다는 메시지를 뜻하는 듯하다.

‘jon2’는 지금부터 다른 오존을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선전포고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야’라고 설명해줄 뿐이다. 신선한 충격을 안긴 노래들이 불친절할지언정, 오존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자유롭고 당당하다. 이것이야말로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친절이 아닐까. 이번 앨범은 오존이 그간 보여줬던 건 타협이 아닌 조율이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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