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민 편집국장 큰아들이 지난달 말 입대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신병훈련소로. 그리고 2주가 지나 입대하는 날 입고갔던 옷이 집으로 배달됐다. 훈련소에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바로 차에서 내려 입소하느라 힘껏 안아주지도 못하고, 눈물 한 방울 없이 보내 못내 아쉬웠는데 배달된 옷을 보니 울컥했다. 군에 보낸 자식의 소식을 전해주고, 편지를 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이 앱에 편지를 쓰면 인쇄해서 아들에게 전달해준다. 지난 20년간 아들에게 썼던 갯수보다 훨씬 많은 편지를 2~3주간 썼다.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도 있지만 아들 녀석이 부탁을 해서다. 그럴만도 하다. 외롭고 힘들 때 가족의 편지만큼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아들이 수신자부담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 'GOP'라 불리는 일반전초 근무를 지원해보겠다고 한다. 휴전선 철책 경계근무를 하는 병사는 훈련소에서 미리 자원을 하고, 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렵고 험난한 길일텐데 말릴 길이 없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본인이 해보고 싶다고 하니 허락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아들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싶다. 품 안의 자식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대한민국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 다만 서글픈 면도 없지 않다. 한때 '어둠의 자식'과 '신의 아들'로 비교되는 농담이 유행했다. 병장까지 만기 근무를 하면 어둠의 자식이고, 이런저런 사유로 면제를 받으면 신의 아들이라는 거다. 그냥 농담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고관대작의 자식이나 부유층 자녀들 중에 유독 면제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부동시'로 면제를 받아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윤 당선인은 병사에게 월급 2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보라색 바탕에 고딕체로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SNS에 명료하게 밝혔다. 현재 병장은 월 67만원 정도를 받는다. 윤 당선인은 이를 취임 즉시 올리겠다고 했다. 이 공약이 지켜진다면 지난달에 입대한 큰아들은 완벽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공약을 실현하려면 5조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170만원 정도인 하사의 초봉도 병장 월급에 맞춰 올려야한다. 부사관과 장교 월급까지 올리려면 연 10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있다. 신성한 국가 의무를 다하는 '어둠의 자식'들에게 이 정도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윤 당선인이 공약을 꼭 이행해주길 바란다. 문형민 편집국장

[데스크 칼럼]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지켜지길

문형민 기자 승인 2022.04.19 16:59 | 최종 수정 2022.04.19 17:04 의견 1
문형민 편집국장


큰아들이 지난달 말 입대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신병훈련소로. 그리고 2주가 지나 입대하는 날 입고갔던 옷이 집으로 배달됐다. 훈련소에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바로 차에서 내려 입소하느라 힘껏 안아주지도 못하고, 눈물 한 방울 없이 보내 못내 아쉬웠는데 배달된 옷을 보니 울컥했다.

군에 보낸 자식의 소식을 전해주고, 편지를 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이 앱에 편지를 쓰면 인쇄해서 아들에게 전달해준다. 지난 20년간 아들에게 썼던 갯수보다 훨씬 많은 편지를 2~3주간 썼다.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도 있지만 아들 녀석이 부탁을 해서다. 그럴만도 하다. 외롭고 힘들 때 가족의 편지만큼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아들이 수신자부담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 'GOP'라 불리는 일반전초 근무를 지원해보겠다고 한다. 휴전선 철책 경계근무를 하는 병사는 훈련소에서 미리 자원을 하고, 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렵고 험난한 길일텐데 말릴 길이 없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본인이 해보고 싶다고 하니 허락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아들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싶다. 품 안의 자식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대한민국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밖에 없다.

다만 서글픈 면도 없지 않다. 한때 '어둠의 자식'과 '신의 아들'로 비교되는 농담이 유행했다. 병장까지 만기 근무를 하면 어둠의 자식이고, 이런저런 사유로 면제를 받으면 신의 아들이라는 거다. 그냥 농담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고관대작의 자식이나 부유층 자녀들 중에 유독 면제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부동시'로 면제를 받아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윤 당선인은 병사에게 월급 2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보라색 바탕에 고딕체로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SNS에 명료하게 밝혔다. 현재 병장은 월 67만원 정도를 받는다. 윤 당선인은 이를 취임 즉시 올리겠다고 했다. 이 공약이 지켜진다면 지난달에 입대한 큰아들은 완벽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공약을 실현하려면 5조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170만원 정도인 하사의 초봉도 병장 월급에 맞춰 올려야한다. 부사관과 장교 월급까지 올리려면 연 10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있다.

신성한 국가 의무를 다하는 '어둠의 자식'들에게 이 정도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윤 당선인이 공약을 꼭 이행해주길 바란다.

문형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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