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 이상의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밝힌 입장이다. 앞서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JP모건을 주관사로 정하고 보험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롯데손보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3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보험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참여 여부에도 시장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들은 일단 예비입찰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다보니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가격이다. 팔려는 쪽은 최대 3조원의 가치를 주장하지만 사려는 쪽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우리금융이 인수전 참여를 시인하면서도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한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자산 규모는 14조8430억원이다. 삼성, DB, 현대, 메리츠, KB, 한화에 이어 업계 7위 수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1조2562억원, 시가총액은 24일 종가 기준 1조1777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0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9.7%를 찍었다. 자산 10조원대의 한화(6.7%), 흥국(16.0%)보다 높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롯데손보의 재무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엔 부담이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적용된 IFRS17 때문이다. 바뀐 회계제도에 따라 2023년 회계를 2022년 이전 회계와 비교·판단하는 것은 무리인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신계약을 크게 늘렸는데 향후 벌어들일 수입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회계에 반영했다. 보험금 및 보험서비스비용 유출의 현재가치를 타사 대비 낮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롯데손보의 적정가치 판단에는 원매자들의 주관적 판단이 상당히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순자산의 1.1배 수준에 사들였다. KB금융 역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때 순자산의 약 0.8배로 가치를 매겼다. 롯데손보에 이 공식을 단순 적용하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긴 어렵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 100%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인수 후 상장폐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3743억원에 롯데손보를 사들였다. 이후 유상증자로 3562억원을 투입해 77.0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서 보유지분 가치는 9068억원으로, 투입금액(7305억원)을 웃돈다. 다만, 지난 5년간의 기회비용(5% 적용시 1826억원)을 고려하면 딱 본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 당시 거물급 관료 두 명을 영입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가진 신제윤 사외이사(이사회 의장)와 재정경제부 차관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경력을 가진 박병원 사외이사다. 두 사람은 2019년 10월 영입돼 2022년 3월 한 차례 연임하며 롯데손보의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신제윤 전 위원장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종룡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신제윤의 뒤를 이어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나이는 신제윤 전 위원장이 한 살 더 많지만 행정고시(24회)는 동기다. 기재부 차관은 임종룡이 빨랐고, 금융위원장은 신제윤이 빨랐다. 두 사람보다 한참 선배(행시 17회)인 박병원 사외이사는 우리금융 회장 경력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재경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전이긴 하지만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손보사 매물을 검토하기 위해 주관사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며 “롯데손보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이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료=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임종룡, 롯데손보 인수전 박병원 선배와 교감?

우리금융, 롯데손보 인수의향서 접수
롯데손보 순자산 1.2조...희망가는 3조
거물 사외이사 신제윤·박병원 역할 주목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4.25 09:03 | 최종 수정 2024.04.25 09:36 의견 0

“적정 가격 이상의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밝힌 입장이다.

앞서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JP모건을 주관사로 정하고 보험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롯데손보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3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보험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참여 여부에도 시장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들은 일단 예비입찰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다보니 롯데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가격이다. 팔려는 쪽은 최대 3조원의 가치를 주장하지만 사려는 쪽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우리금융이 인수전 참여를 시인하면서도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한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자산 규모는 14조8430억원이다. 삼성, DB, 현대, 메리츠, KB, 한화에 이어 업계 7위 수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1조2562억원, 시가총액은 24일 종가 기준 1조1777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0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9.7%를 찍었다. 자산 10조원대의 한화(6.7%), 흥국(16.0%)보다 높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롯데손보의 재무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엔 부담이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적용된 IFRS17 때문이다. 바뀐 회계제도에 따라 2023년 회계를 2022년 이전 회계와 비교·판단하는 것은 무리인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신계약을 크게 늘렸는데 향후 벌어들일 수입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회계에 반영했다. 보험금 및 보험서비스비용 유출의 현재가치를 타사 대비 낮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롯데손보의 적정가치 판단에는 원매자들의 주관적 판단이 상당히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순자산의 1.1배 수준에 사들였다. KB금융 역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때 순자산의 약 0.8배로 가치를 매겼다. 롯데손보에 이 공식을 단순 적용하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긴 어렵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 100%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인수 후 상장폐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3743억원에 롯데손보를 사들였다. 이후 유상증자로 3562억원을 투입해 77.0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서 보유지분 가치는 9068억원으로, 투입금액(7305억원)을 웃돈다. 다만, 지난 5년간의 기회비용(5% 적용시 1826억원)을 고려하면 딱 본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 당시 거물급 관료 두 명을 영입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가진 신제윤 사외이사(이사회 의장)와 재정경제부 차관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경력을 가진 박병원 사외이사다. 두 사람은 2019년 10월 영입돼 2022년 3월 한 차례 연임하며 롯데손보의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신제윤 전 위원장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종룡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신제윤의 뒤를 이어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나이는 신제윤 전 위원장이 한 살 더 많지만 행정고시(24회)는 동기다. 기재부 차관은 임종룡이 빨랐고, 금융위원장은 신제윤이 빨랐다. 두 사람보다 한참 선배(행시 17회)인 박병원 사외이사는 우리금융 회장 경력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재경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전이긴 하지만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손보사 매물을 검토하기 위해 주관사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며 “롯데손보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이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료=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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