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 금융업계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상생 금융’을 외치는 이 원장이 다녀가기 무섭게 금융사들이 수천억원대 지원책을 쏟아낸다. 각종 금융 이슈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가감없는 발언을 통해 수시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에게 ‘복 사장’이란 별칭을 붙여줬다. 분야 막론, 사안 불문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현장을 오가는 이 원장을 보면 지금의 금융시장이 그를 담기에 너무 좁은 게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는 분위기다. ■ 카드사 총 1.8조원 규모 상생안 마련...삼성·KB 등도 '고민' 최근 이 원장은 보험·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상생 투어’ 중이다. 지난 2월 은행에서 시작된 ‘상생 릴레이’를 통해 앞서 예상됐음에도 요즘 이 원장의 행보에 부응하느라 금융사들의 진땀이 그치질 않는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우리카드(2200억원)를 시작으로 롯데카드(3100억원), 현대카드(6000억원), 신한카드(4000억원), 그리고 이날 하나카드(3000억원)까지 총 5개사에서 발표한 상생금융 지원책 규모는 무려 1조8300억원 규모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원장의 금융사 방문은 자발적 참석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지난 13일 한화생명 행사를 비롯해 지난 17일 신한카드에서 열린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 역시 행사를 주최한 금융사 측의 초청이 아니라 금감원 측이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잇따라 쏟아지는 상생 주문에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역시 조만간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2금융권의 업황 등을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방안들이 과연 ‘상생이 맞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워진 고객들을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에 각종 페이 수수료 확대, 건전성 관리 등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은데 금감원장이 직접 방문해 상생을 주문하니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시세조종 관련은 물론 지주 회장선출까지 이 원장의 존재감은 이 뿐만 아니다. 최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 중인 카카오에 대해 이 원장은 “실체 규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말로 카카오 주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원장의 발언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 중 하나가 KB금융지주다. 아직까지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선정 방법과 일정 등 세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작 이 원장은 벌써 두 차례나 관련된 언급을 내놨다. “KB금융이 올해 초 여러가지 지배구조 이슈 이후 처음 이벤트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이 원장의 발언은 KB금융으로선 고민을 깊게 한다. KB금융지주 정관상 회장 선임 연령 제한을 만 70세 미만으로 두고 있는 만큼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금융권 시선은 자꾸 당국을 향한다. 앞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사례에 비췄을 때 윤 회장의 장기 집권에 대해 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취임 당시 “의견을 주고 받음에 있어 주저함을 잠시 내려놓으면 좋겠다”던 자신의 말처럼 이 원장 행보와 발언에서 주저함을 찾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역대 다양한 금융감독원장 중에 이복현 원장 스타일과 일처리 방식이 전무후무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며 “업권, 이슈를 막론하고 이 원장의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사장님 오십니다”

자발적으로 금융사 행사 참석해 상생 금융 강조...금융사들 진땀
시세조종에서 KB금융 회장 선임까지 '주저없는 발언' 계속돼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7.19 16:58 | 최종 수정 2023.07.19 17:12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 금융업계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상생 금융’을 외치는 이 원장이 다녀가기 무섭게 금융사들이 수천억원대 지원책을 쏟아낸다. 각종 금융 이슈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가감없는 발언을 통해 수시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에게 ‘복 사장’이란 별칭을 붙여줬다. 분야 막론, 사안 불문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현장을 오가는 이 원장을 보면 지금의 금융시장이 그를 담기에 너무 좁은 게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는 분위기다.

■ 카드사 총 1.8조원 규모 상생안 마련...삼성·KB 등도 '고민'

최근 이 원장은 보험·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상생 투어’ 중이다. 지난 2월 은행에서 시작된 ‘상생 릴레이’를 통해 앞서 예상됐음에도 요즘 이 원장의 행보에 부응하느라 금융사들의 진땀이 그치질 않는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우리카드(2200억원)를 시작으로 롯데카드(3100억원), 현대카드(6000억원), 신한카드(4000억원), 그리고 이날 하나카드(3000억원)까지 총 5개사에서 발표한 상생금융 지원책 규모는 무려 1조8300억원 규모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 원장의 금융사 방문은 자발적 참석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지난 13일 한화생명 행사를 비롯해 지난 17일 신한카드에서 열린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 역시 행사를 주최한 금융사 측의 초청이 아니라 금감원 측이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잇따라 쏟아지는 상생 주문에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역시 조만간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2금융권의 업황 등을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내놓고 있는 일련의 방안들이 과연 ‘상생이 맞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워진 고객들을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에 각종 페이 수수료 확대, 건전성 관리 등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은데 금감원장이 직접 방문해 상생을 주문하니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시세조종 관련은 물론 지주 회장선출까지

이 원장의 존재감은 이 뿐만 아니다. 최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 중인 카카오에 대해 이 원장은 “실체 규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말로 카카오 주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이 원장의 발언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 중 하나가 KB금융지주다. 아직까지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선정 방법과 일정 등 세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작 이 원장은 벌써 두 차례나 관련된 언급을 내놨다. “KB금융이 올해 초 여러가지 지배구조 이슈 이후 처음 이벤트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이 원장의 발언은 KB금융으로선 고민을 깊게 한다.

KB금융지주 정관상 회장 선임 연령 제한을 만 70세 미만으로 두고 있는 만큼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금융권 시선은 자꾸 당국을 향한다. 앞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사례에 비췄을 때 윤 회장의 장기 집권에 대해 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취임 당시 “의견을 주고 받음에 있어 주저함을 잠시 내려놓으면 좋겠다”던 자신의 말처럼 이 원장 행보와 발언에서 주저함을 찾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역대 다양한 금융감독원장 중에 이복현 원장 스타일과 일처리 방식이 전무후무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며 “업권, 이슈를 막론하고 이 원장의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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