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오디션 경쟁 프로그램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형태와 방식, 대상이 다를 뿐 천편일률적으로 순위 매기기 평가는 여전하다. 프로그램들은 참가자들에게 꼬리표를 달기에 급급할 뿐 그들의 꿈과 미래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이 단적인 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는 남다른 강점으로 순위결정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모든 걸 잘하지 못해 추락을 경험한 지진석과 에디의 모습이 방송됐다. 시청자들에겐 쫄깃한 순간, 프로그램으로서는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도 이런 과정이 공정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지진석은 남다른 보컬 실력으로 원곡자에게까지 극찬을 받고도 춤을 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파트를 빼앗기고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지진석과 반대로 춤을 잘 추는 에디는 노래 때문에 파트를 빼앗겼다. 두 사람 외에도 많은 멤버들이 주종목이 아닌 파트에서 냉혹한 평가를 절감하며 주저 앉아야 한다. 경연은 오직 실력으로 경쟁해야 하기에 이런 가혹함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더욱이 아이돌 서바이벌이라면 요즘 아이돌이 갖춰야 하는 노래, 춤, 퍼포먼스 등에서 어느 하나 뒤처져선 안된다.  그러니 다양한 자질을 추구하는 평가 방식은 잘못된 게 아니다. 올라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아이돌의 경우는 더욱 냉혹한 잣대가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사진=MBC 제공) 하지만 완벽함을 요구하는 평가 속에서 참가자들이 입게 되는 피해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연 한 가지 자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한 좌절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언더나인틴’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지진석과 에디 등은 다른 분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원래 잘하던 것까지 놓치고 말았다. 다른 멤버를 바라보던 지진석은 “두렵다”고 했고, 눈빛에는 착잡함이 가득했다. 단순한 긴장감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극찬을 받았음에도 부족한 부분이 더 부각돼 탈락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반전의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 월등한 강점이 있어도 하나의 약점으로 인해 ‘탈락자’라는 인식에 사로잡혀야 하는 셈이다. 사실 ‘언더나인틴’만 꼬집을 순 없다. 이렇게 ‘1위 아니면 탈락’이라는 극단적인 경쟁구도는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비롯해 지금까지 수많은 오디션 혹은 경연프로그램에서 활용돼 왔다. 높은 순위였던 이들이 단숨에 추락하는 구조를 꼭 넣는 식이다. 프로그램들은 이 반전을 통해 예능적 재미와 감동, 이슈를 모두 잡는다. 실제로 극적인 장면을 주로 활용하는 ‘언더나인틴’은 1%대 초반대로 현저히 낮은 시청률에 비해 높은 화제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사진=MBC 화면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분명 1위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가 트레이닝과 노력을 통해 부족한 자질을 채워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전까지는 특정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참가자가 '파트 0개'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고, 그로 인한 좌절로 잘하는 분야에서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한다. 더욱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 넣으며 참가자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과정 속 노력은 예능적 요소로만 소임을 다하고 휘발된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시청자의 인식에 남는 건 이분법적인 결론뿐이다. 경쟁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이들이 지닌 재능이 '틀린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나 방송에서나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뒤 결국 남는 건 순위권 안에 든 자와 ‘자격미달’이라는 꼬리표 뿐. ‘노래를 잘했던 친구’ ‘춤을 잘 췄던 친구’보다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탈락자’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이런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프로그램이 참가자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건 오롯이 참가자의 몫이 된다. 방송이라는 특수성은 특정 목표를 위해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꿈을 좇는 이들을 짓밟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등용문이자 지옥문, 그것은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리모컨을 프로그램이 쥐고 있는 모양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다뉴스] 꿈 이뤄준다더니 휘발된 재능?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이소희 기자 승인 2018.12.07 18:19 | 최종 수정 2137.11.12 00:00 의견 0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오디션 경쟁 프로그램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형태와 방식, 대상이 다를 뿐 천편일률적으로 순위 매기기 평가는 여전하다. 프로그램들은 참가자들에게 꼬리표를 달기에 급급할 뿐 그들의 꿈과 미래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이 단적인 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서는 남다른 강점으로 순위결정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모든 걸 잘하지 못해 추락을 경험한 지진석과 에디의 모습이 방송됐다.

시청자들에겐 쫄깃한 순간, 프로그램으로서는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일 수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도 이런 과정이 공정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지진석은 남다른 보컬 실력으로 원곡자에게까지 극찬을 받고도 춤을 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파트를 빼앗기고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지진석과 반대로 춤을 잘 추는 에디는 노래 때문에 파트를 빼앗겼다. 두 사람 외에도 많은 멤버들이 주종목이 아닌 파트에서 냉혹한 평가를 절감하며 주저 앉아야 한다.

경연은 오직 실력으로 경쟁해야 하기에 이런 가혹함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더욱이 아이돌 서바이벌이라면 요즘 아이돌이 갖춰야 하는 노래, 춤, 퍼포먼스 등에서 어느 하나 뒤처져선 안된다. 

그러니 다양한 자질을 추구하는 평가 방식은 잘못된 게 아니다. 올라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아이돌의 경우는 더욱 냉혹한 잣대가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하지만 완벽함을 요구하는 평가 속에서 참가자들이 입게 되는 피해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연 한 가지 자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한 좌절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언더나인틴’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지진석과 에디 등은 다른 분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원래 잘하던 것까지 놓치고 말았다. 다른 멤버를 바라보던 지진석은 “두렵다”고 했고, 눈빛에는 착잡함이 가득했다. 단순한 긴장감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극찬을 받았음에도 부족한 부분이 더 부각돼 탈락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반전의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 월등한 강점이 있어도 하나의 약점으로 인해 ‘탈락자’라는 인식에 사로잡혀야 하는 셈이다.

사실 ‘언더나인틴’만 꼬집을 순 없다. 이렇게 ‘1위 아니면 탈락’이라는 극단적인 경쟁구도는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비롯해 지금까지 수많은 오디션 혹은 경연프로그램에서 활용돼 왔다. 높은 순위였던 이들이 단숨에 추락하는 구조를 꼭 넣는 식이다. 프로그램들은 이 반전을 통해 예능적 재미와 감동, 이슈를 모두 잡는다. 실제로 극적인 장면을 주로 활용하는 ‘언더나인틴’은 1%대 초반대로 현저히 낮은 시청률에 비해 높은 화제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사진=MBC 화면 캡처)
(사진=MBC 화면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분명 1위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가 트레이닝과 노력을 통해 부족한 자질을 채워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전까지는 특정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참가자가 '파트 0개'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고, 그로 인한 좌절로 잘하는 분야에서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한다.

더욱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 넣으며 참가자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과정 속 노력은 예능적 요소로만 소임을 다하고 휘발된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시청자의 인식에 남는 건 이분법적인 결론뿐이다. 경쟁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이들이 지닌 재능이 '틀린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나 방송에서나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뒤 결국 남는 건 순위권 안에 든 자와 ‘자격미달’이라는 꼬리표 뿐. ‘노래를 잘했던 친구’ ‘춤을 잘 췄던 친구’보다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탈락자’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이런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프로그램이 참가자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건 오롯이 참가자의 몫이 된다. 방송이라는 특수성은 특정 목표를 위해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꿈을 좇는 이들을 짓밟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등용문이자 지옥문, 그것은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리모컨을 프로그램이 쥐고 있는 모양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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