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수목극 대전에서 맞붙고 있는 배우 한예슬과 고준희의 활약이 반갑다.

한예슬은 현재 SBS ‘빅이슈’에서 연예 파파라치 신문 편집장 지수현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지수현은 극 중 한 번 잡은 이슈는 절대 놓치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다. ‘빅이슈’는 진실보다 현실을 쫓기 바빴던 지수현이 연예계 추악한 이면을 접한 뒤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한예슬은 똑부러진 말투와 깊이있는 눈빛으로 지수현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같은 시각 고준희는 OCN ‘빙의’ 속 영매(靈媒)가 돼 시청자들을 만난다. 고준희가 연기하는 홍서정은 강한 영적 기운을 타고난 인물이다. 서정은 자신의 기이한 능력을 숨긴 채 살고자 했으나, 유독 맑은 영을 가진 형사 강필성(송새벽)과 엮이면서 결국 제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에 따라 서정이 영매가 된 이후부터 ‘빙의’ 속 고준희는 극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얼굴을 보여주며 호평을 듣고 있다.

‘빅이슈’와 ‘빙의’가 각각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끄는 가운데, 그간 화려한 외양 덕분에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한예슬과 고준희가 새삼 연기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이런 가운데 한예슬과 고준희가 ‘빅이슈’와 ‘빙의’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닮아 눈길을 끈다. ‘모델’로 시작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한예슬과 고준희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본다.

■ 남다른 비주얼… ‘슈퍼모델 출신’ 한예슬 VS ‘교복모델 출신’  고준희

출발부터 남달랐다. 한예슬이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시기는 2001년이다. 그 해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입상한 것이다. 당시 원근법을 무시할 만큼 작은 얼굴과 그 안에 꽉 들어찬 인형같은 이목구비로 주목받았다. 다만 연예 활동에 확신이 없었다는 한예슬은 약 2년간 진로에 대한 고민을 거쳤다. 

2001년 고준희도 모델 선발대회에 입상한 이력이 있다. 당시 그는 SK 스마트 학생복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훤칠한 키와 마네킹을 방불케 하는 몸매 비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고준희는 2002년 퍼슨스 모델 선발대회, 2003년 빙그레 모델 선발대회에도 잇달아 참가했으며 각각 대상과 미스 빙그레상의 영예를 안았다.

■ 연기자로 전향… ‘논스톱4’ 한예슬 VS ‘나는 달린다’ 고준희

모델로 활동했던 한예슬과 고준희가 연기자로 전향한 시기도 같다. 2003년이다. 한예슬은 MBC 인기 시트콤 시리즈인 ‘논스톱’의 네 번째 시즌에 출연, 데뷔부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비단 예쁜 외모뿐만 아니라 한예슬 특유의 통통 튀는 목소리와 말투, 독특한 연기 스타일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견인한 것이다. 특히 한예슬은 ‘논스톱4’ OST 중 하나인 ‘그댄 달라요’를 직접 불러 가창력까지 인정받았다.

같은 시기 고준희는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통해 연기자로 첫 발을 뗐다. 데뷔작으로 스타 작가 이경희와 호흡을 맞췄던 셈이다. 극에서 고준희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불허한 캐릭터 조영지를 맡아 발랄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 주인공 무철(김강우)과 희야(채정안) 사이에서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인생캐의 만남… ‘환상의 커플’ 한예슬 VS ‘여우야 뭐하니’ 고준희

2006년 첫 번째 ‘인생 캐릭터’를 만난 한예슬과 고준희다. 먼저 한예슬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MBC ‘환상의 커플’이다. 한예슬은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나상실’로 불리게 된 재벌가 사모님 안나 조를 맡아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극 중 대사인 “꼬라지 하고는~”이나 짜장면을 허겁지겁 먹는 장면도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덕분에 한예슬은 ‘2006 MBC 연기대상’에서 3관왕을 휩쓸고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인기상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고준희는 인생 캐릭터로 하여금 인기와 함께 이름까지 얻었다. MBC ‘여우야 뭐하니’를 통해서다. 그는 ‘여우야 뭐하니’ 이전까지 본명인 김은주로 활동했었다. 그러다 ‘여우야 뭐하니’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을 예명으로 쓰게 됐다. 그게 바로 고준희다. 극 중 고준희는 주인공 고병희(고현정)의 동생으로, 열정과 끼가 남다른 인물로 묘사됐다. 이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시청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고준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 똑똑한 선택… ‘20세기 소년소녀’ 한예슬 VS ‘그녀는 예뻤다’ 고준희

이런 가운데 작품과 인물을 고르는 눈도 남다른 한예슬과 고준희다. 한예슬은 2017년 MBC ‘20세기 소년소녀’로 연기 호평을 들었다. ‘20세기 소년소녀’는 학창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두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률은 다소 낮았으나 마니아 시청자들에게는 ‘힐링드라마’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여기서 한예슬은 아이돌 출신의 배우 사진진 역을 맡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한예슬이 가진 화려한 비주얼을 십분 살리면서도 그 속에 자리한 순수한 매력까지 함께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에 앞선 2016년 MBC 히트작으로 꼽히는 ‘그녀는 예뻤다’에선 고준희의 활약이 빛났다. 주인공 김혜진(황정음)의 친구 민하리를 맡았다. 민하리는 과거의 외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구를 진심으로 아끼는 한편, 바로 이 성격 때문에 우정과 사랑 사이 기로에 서게 된 인물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녀는 예뻤다’ 속 고준희는 이런 딜레마에 빠진 민하리의 답답한 심경을 섬세히 표현하는 동시에 ‘금수저’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스타일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고준희의 쇼트커트 헤어와 목라인을 강조한 초커형 목걸이가 유행이 되기도 했다.

뷰어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손예지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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