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나도 기성세대 나이니까 돌아보게 돼요” 김윤석은 대표적인 믿고 보는 배우다. 작품의 사이즈나 장르,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김윤석의 연기는 어떤 작품에서든 빛났다. 그런 그가 오랜 준비기간 끝에 감독으로 변신했다.  “연극 무대에서 오래 있었고 연극 연출도 해왔어요. 연출이라는 작업을 먼 세계로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영화 연출의 메커니즘을 적응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했으니까 지금 하게 됐죠” 우연히 창작극 발표회에서 본 작품을 발전시켜서 지금의 ‘미성년’을 탄생시켰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두 가족에게 벌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을 그려냈다. 주리(김혜준)의 아빠이자 영주(염정아)의 남편인 대원(김윤석)은 홀로 딸 윤아(박세진)을 키우며 음식점을 운영 중인 미희(김소진)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학교인 주리와 미희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미성년’에서 다루는 사건은 뻔하디 뻔한 ‘불륜’이다. 하지만 젊은 연극인의 작품이 베테랑 배우의 눈을 사로잡은 비결은 흔한 이야기를 다르게 보는 시선이었다.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흔한 소재잖아요. 근데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어른들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특이했어요. 대부분 그런 사건은 어른들이 싸우고 끝나는데 이 작품은 아이의 입장을 보여줘서 좋았죠. 또 내가 대단한 영화적 메커니즘을 알고 있지 못하니까 처음 영화 연출을 하게 된다면 드라마와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그걸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형사부터 시대에 따른 악역까지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윤석은 첫 연출작에선 섬세한 남자로 변신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여성 배우 4명을 메인에 앞세우고 이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섬세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다.  “왜 의외죠? 처음 연극으로 봤을 땐 남녀 학생이 주인공이었는데 관객들이 청춘 로맨스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여학생 2명으로 바꾸자고 했죠. 알고 보니 이보람 작가도 여학생 2명으로 글을 썼는데 무대에 세울 배우가 없어서 남학생으로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원료 자체가 4명의 여성 이야기였고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요. 태생적으로 내 모자란 부분은 작가, 배우, 편집기사 등 여성 스태프들에게 물어보면서 했죠. 우리 현장엔 여성 스태프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김윤석이 판을 깔아준 덕분일까. 베테랑인 염정아, 김소진부터 신예인 김혜준, 박세진까지 역대급 연기를 선보인다.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공감이 간다. 아무래도 배우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입장을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그냥 동료배우로 다가갔어요. 계속 물어보고. 대본의 의미만 바뀌지 않는다면 대사의 순서나 어투가 바뀌는 건 상관하지 않았어요. 아마 신인감독이기 때문에 다른 면이겠죠. 큰 작품도 아니고 4명이서 중심이 잡히는 이야기잖아요. 난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됐어요. 워낙 좋은 연기자들이고요. 이래서 캐스팅을 잘 해야 한다니까요(웃음)”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이렇게 연출을 하면서도 김윤석은 ‘미성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사건의 중심인 대원 역을 정말 지질하게 그려냈다. ‘미성년’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웃음이 터진다. 그 웃음의 중심엔 대원이 있다. 이제 배우와 감독을 동시엔 못하겠다고 손을 내젖는 김윤석이지만 ‘미성년’의 간극을 제대로 잡아줬다.  “대원은 콘티부터 뒷모습, 옆모습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다른 배우에게 주지 못하겠더라고요. 비중이 적기도 하고. 대원이 분노를 너무 강하게 유발시키면 네 명의 배우가 나오는 장면도 오염시킨다고 생각했어요. 지질이로 바꾸니까 영화에 숨 쉬는 공간을 준 거죠” ‘미성년’은 사건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시선을 대비시킨다.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들인 오히려 사건을 바로 직면하고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진짜 어른’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기성세대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으면 나중엔 자격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거에요. 그땐 자격이 없어지거든요. 그런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죠. 나도 기성세대의 나이니까 나를 돌아보게 됐어요. 정체돼 기성세대로 석고 굳듯이 늙어갈지, 보다 마음을 열고 다가갈지를.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나이에요. 애매하게 끼어있는 세대죠” 그래서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영화에 딱이다. ‘우린 모두 미성년이다’의 준말로 아름다운 성년이 되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김윤석 본인은 ‘성년’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일단 청결해야 해요(웃음) 사람을 대할 때 톤 앤 매너가 있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중요하죠. 나이가 들면 더 무뎌지거든요. 젊었을 땐 트름도 절대 안 했는데 이제 아무렇지 않게 이도 쑤시고. 외국만 나가도 70대 노부부가 옷도 예쁘게 잘 입는데 우린 무채색으로 도배하잖아요. 육체적 청결은 물론 마음의 청결도 중요해요. 그러려면 부지런해야죠”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연기로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제의 상을 휩쓴 김윤석이다. 그리고 이제 데뷔작을 내놓았으니 신인감독상을 받을 자격까지 생겼다. 하지만 김윤석은 모든 걸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직 다음 연출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미성년’이 은퇴작이 되지 않길 바랐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 배우들의 연기상이에요. 그 다음은 이보람 작가의 각본상이죠. 좀 더 젊었으면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좋은 이야기를 찾아야 될 것 같아요. 억지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신인감독이기 때문에 흥행보단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칭찬이 좋죠. 그래도 ‘미성년’이 은퇴작이 안 되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야겠죠(웃음)”

[마주보기] ‘미성년’ 김윤석의 ‘성년’이 되는 길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4.14 12:28 | 최종 수정 2138.08.17 00:00 의견 0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나도 기성세대 나이니까 돌아보게 돼요”

김윤석은 대표적인 믿고 보는 배우다. 작품의 사이즈나 장르,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김윤석의 연기는 어떤 작품에서든 빛났다. 그런 그가 오랜 준비기간 끝에 감독으로 변신했다. 

“연극 무대에서 오래 있었고 연극 연출도 해왔어요. 연출이라는 작업을 먼 세계로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영화 연출의 메커니즘을 적응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했으니까 지금 하게 됐죠”

우연히 창작극 발표회에서 본 작품을 발전시켜서 지금의 ‘미성년’을 탄생시켰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두 가족에게 벌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을 그려냈다. 주리(김혜준)의 아빠이자 영주(염정아)의 남편인 대원(김윤석)은 홀로 딸 윤아(박세진)을 키우며 음식점을 운영 중인 미희(김소진)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학교인 주리와 미희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미성년’에서 다루는 사건은 뻔하디 뻔한 ‘불륜’이다. 하지만 젊은 연극인의 작품이 베테랑 배우의 눈을 사로잡은 비결은 흔한 이야기를 다르게 보는 시선이었다.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흔한 소재잖아요. 근데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어른들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특이했어요. 대부분 그런 사건은 어른들이 싸우고 끝나는데 이 작품은 아이의 입장을 보여줘서 좋았죠. 또 내가 대단한 영화적 메커니즘을 알고 있지 못하니까 처음 영화 연출을 하게 된다면 드라마와 캐릭터가 중심인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그걸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형사부터 시대에 따른 악역까지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윤석은 첫 연출작에선 섬세한 남자로 변신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힘든 여성 배우 4명을 메인에 앞세우고 이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섬세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다. 

“왜 의외죠? 처음 연극으로 봤을 땐 남녀 학생이 주인공이었는데 관객들이 청춘 로맨스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여학생 2명으로 바꾸자고 했죠. 알고 보니 이보람 작가도 여학생 2명으로 글을 썼는데 무대에 세울 배우가 없어서 남학생으로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원료 자체가 4명의 여성 이야기였고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요. 태생적으로 내 모자란 부분은 작가, 배우, 편집기사 등 여성 스태프들에게 물어보면서 했죠. 우리 현장엔 여성 스태프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김윤석이 판을 깔아준 덕분일까. 베테랑인 염정아, 김소진부터 신예인 김혜준, 박세진까지 역대급 연기를 선보인다.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공감이 간다. 아무래도 배우 출신 감독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입장을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그냥 동료배우로 다가갔어요. 계속 물어보고. 대본의 의미만 바뀌지 않는다면 대사의 순서나 어투가 바뀌는 건 상관하지 않았어요. 아마 신인감독이기 때문에 다른 면이겠죠. 큰 작품도 아니고 4명이서 중심이 잡히는 이야기잖아요. 난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됐어요. 워낙 좋은 연기자들이고요. 이래서 캐스팅을 잘 해야 한다니까요(웃음)”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이렇게 연출을 하면서도 김윤석은 ‘미성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사건의 중심인 대원 역을 정말 지질하게 그려냈다. ‘미성년’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웃음이 터진다. 그 웃음의 중심엔 대원이 있다. 이제 배우와 감독을 동시엔 못하겠다고 손을 내젖는 김윤석이지만 ‘미성년’의 간극을 제대로 잡아줬다. 

“대원은 콘티부터 뒷모습, 옆모습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다른 배우에게 주지 못하겠더라고요. 비중이 적기도 하고. 대원이 분노를 너무 강하게 유발시키면 네 명의 배우가 나오는 장면도 오염시킨다고 생각했어요. 지질이로 바꾸니까 영화에 숨 쉬는 공간을 준 거죠”

‘미성년’은 사건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시선을 대비시킨다.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들인 오히려 사건을 바로 직면하고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진짜 어른’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기성세대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으면 나중엔 자격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거에요. 그땐 자격이 없어지거든요. 그런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죠. 나도 기성세대의 나이니까 나를 돌아보게 됐어요. 정체돼 기성세대로 석고 굳듯이 늙어갈지, 보다 마음을 열고 다가갈지를.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나이에요. 애매하게 끼어있는 세대죠”

그래서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영화에 딱이다. ‘우린 모두 미성년이다’의 준말로 아름다운 성년이 되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김윤석 본인은 ‘성년’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일단 청결해야 해요(웃음) 사람을 대할 때 톤 앤 매너가 있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중요하죠. 나이가 들면 더 무뎌지거든요. 젊었을 땐 트름도 절대 안 했는데 이제 아무렇지 않게 이도 쑤시고. 외국만 나가도 70대 노부부가 옷도 예쁘게 잘 입는데 우린 무채색으로 도배하잖아요. 육체적 청결은 물론 마음의 청결도 중요해요. 그러려면 부지런해야죠”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김윤석(사진=쇼박스 제공)

연기로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제의 상을 휩쓴 김윤석이다. 그리고 이제 데뷔작을 내놓았으니 신인감독상을 받을 자격까지 생겼다. 하지만 김윤석은 모든 걸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직 다음 연출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미성년’이 은퇴작이 되지 않길 바랐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 배우들의 연기상이에요. 그 다음은 이보람 작가의 각본상이죠. 좀 더 젊었으면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좋은 이야기를 찾아야 될 것 같아요. 억지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신인감독이기 때문에 흥행보단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칭찬이 좋죠. 그래도 ‘미성년’이 은퇴작이 안 되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야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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