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쿄 거리   일본을 여행으로 갔다 온 것이 지난해 8월이니 1년이 지났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나라였다. 도쿄 한복판 혐한 시위를 보면서 들어간 식당에는 한국어 메뉴판과 어설픈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었고, 케이팝(K-POP)을 부르며 욱일기 마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한국인에게) 이질적인 모습도 공존했다. 어쩌면 일본 지인의 말처럼 일본 젊은 세대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무지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나이 많은 극우세력의 망언에도 쉽게 동조하며, ‘생각 없이’ 혐한 감정을 갖는지도 모른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게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기업들에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조치다. 사실 보복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 보복은 ‘남에게 받은 해를 그만큼 되돌려 주는 일’이다. 사전 뜻대로라면 지금은 우리가 보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런 경제전쟁 속에서 한국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곧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일본 중소도시와 여행사들은 7월부터 타격을 입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만큼 그동안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많이 찾았고, 한국인들을 위한 인프라를 따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시행된 90일 무비자 조치와 비행 시간이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 여행객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중국(838만명)에 이어 754만명이 찾아 2위를 했다. 인구대비로 보면 엄청난 숫자가 일본에 갔다 온 셈인데, 그들이 발길을 돌리니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들이 수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패키지 상품은 줄어도, 개인으로 가는 관광객은 여전하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여전히 일본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 올라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진 하단에는 지인이든, 아니든 “꼭 이런 시기에 가야하나”라는 댓글을 단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러다보니 인스타그램이나 카페 등에서 일본 여행에 대한 논쟁도 이어진다. 개인의 자유와 민족적 공동 행동의 충돌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는 제안은 할 수 있어도, 강요하지 말라는 주장과 지금 시기에 일본으로 여행 가서 그들에게 무시당하는 국가와 국민으로 존재하고 싶냐는 주장이 맞선 셈이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없지만, 신선한 상황이긴 하다. 어느 특정 국가 여행을 놓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대해 논하는 일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굳이 편을 들자면 “꼭 지금 가야 할까”이다. 일본이 당장 올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감정이 해결되고 방사능 문제 등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도 충분히 언제든 갈 수 있는 나라다. 더욱이 일본의 한 지인 말처럼 관광으로 먹고 사는 일본의 중소도시들의 서비스 향상도 노려볼만 하다. 고령화된 일본의 중소도시가 관광 서비스 외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관광객은 귀한 존재다. 원래 처음부터 없었으면 모를까, 갑자기 등장해 자신에게 이익을 주던 존재가 사라지면 아쉬운 법이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비단 한일 경제전쟁 때문이 아니더라도, 추후 좀 더 대우받는 여행을 위해서라도 ‘지금 꼭’ 일본 여행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굳이 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여행 한담] 2019년의 ‘’일본 여행‘이란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8.07 11:00 | 최종 수정 2019.12.19 14:21 의견 0
사진=도쿄 거리
사진=도쿄 거리

 

일본을 여행으로 갔다 온 것이 지난해 8월이니 1년이 지났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나라였다. 도쿄 한복판 혐한 시위를 보면서 들어간 식당에는 한국어 메뉴판과 어설픈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었고, 케이팝(K-POP)을 부르며 욱일기 마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한국인에게) 이질적인 모습도 공존했다. 어쩌면 일본 지인의 말처럼 일본 젊은 세대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무지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나이 많은 극우세력의 망언에도 쉽게 동조하며, ‘생각 없이’ 혐한 감정을 갖는지도 모른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게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기업들에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조치다. 사실 보복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 보복은 ‘남에게 받은 해를 그만큼 되돌려 주는 일’이다. 사전 뜻대로라면 지금은 우리가 보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런 경제전쟁 속에서 한국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곧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일본 중소도시와 여행사들은 7월부터 타격을 입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만큼 그동안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많이 찾았고, 한국인들을 위한 인프라를 따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시행된 90일 무비자 조치와 비행 시간이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 여행객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중국(838만명)에 이어 754만명이 찾아 2위를 했다. 인구대비로 보면 엄청난 숫자가 일본에 갔다 온 셈인데, 그들이 발길을 돌리니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들이 수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패키지 상품은 줄어도, 개인으로 가는 관광객은 여전하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여전히 일본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 올라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진 하단에는 지인이든, 아니든 “꼭 이런 시기에 가야하나”라는 댓글을 단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러다보니 인스타그램이나 카페 등에서 일본 여행에 대한 논쟁도 이어진다. 개인의 자유와 민족적 공동 행동의 충돌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는 제안은 할 수 있어도, 강요하지 말라는 주장과 지금 시기에 일본으로 여행 가서 그들에게 무시당하는 국가와 국민으로 존재하고 싶냐는 주장이 맞선 셈이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없지만, 신선한 상황이긴 하다. 어느 특정 국가 여행을 놓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대해 논하는 일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굳이 편을 들자면 “꼭 지금 가야 할까”이다. 일본이 당장 올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감정이 해결되고 방사능 문제 등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도 충분히 언제든 갈 수 있는 나라다. 더욱이 일본의 한 지인 말처럼 관광으로 먹고 사는 일본의 중소도시들의 서비스 향상도 노려볼만 하다. 고령화된 일본의 중소도시가 관광 서비스 외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관광객은 귀한 존재다. 원래 처음부터 없었으면 모를까, 갑자기 등장해 자신에게 이익을 주던 존재가 사라지면 아쉬운 법이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비단 한일 경제전쟁 때문이 아니더라도, 추후 좀 더 대우받는 여행을 위해서라도 ‘지금 꼭’ 일본 여행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굳이 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