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펀드매니저로서 필자의 업무는 고객이 소중한 자금을 맡겨 주신 펀드에 좋은 주식을 골라 담는 것이다. 좋은 주식이란 무엇일까? 필자의 고객들은 필시 주가가 많이 오르는 주식을 좋은 주식으로 생각하실 것이다. 허나, 카오스 이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논리적 예측이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향방을 미리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직업적 펀드매니저는 이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해, 비교적 논리적 접근이 가능한 기업의 펀더멘탈과 논리적 예측은 불가능하나, 경험적 지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심리에 대한 판단을 뒤섞어 최적의 판단에 도전한다. 이를테면, 지금은 관심을 별로 받고 있지 못하지만(시장심리 저점), 근시일 내에 회사의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기업(펀더멘탈 개선)을 찾아내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기업의 펀더멘탈이라는 게 말은 어렵지만, 결국 그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대한 전망이다.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사실이 시장에서 무시되고 있다면 펀드매니저는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이,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없이, 다시 말해서 기업의 펀더멘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가격 움직임과 분위기로만 주가를 결정할 때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기업 펀더멘탈을 고려하는 투자자는 오르는 주식을 고르지 못하는 바보가 된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서 주가가 너무 고평가된 종목을 팔고, 반대의 종목을 산 펀드매니저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고객들은 실망할 것이고, 왜 좋은 주식을 고르지 못 했냐고 물어볼 것이다. 딴에는 갖은 노력을 다해 좋은 주식을 골랐는데, 고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내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군중의 광기는 파악할 수 없다.”(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근대 물리학의 창시자인 위대한 지성 아이작 뉴턴의 말이다.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개념을 제안하고 물체의 운동방정식을 창안한 과학자이자 동시에 영국 조폐국을 담당했던 경제관료였다. 아이작 뉴턴이 살았던 18세기 초 영국은 글로벌 제해권을 장악한 패권국가로서, 신대륙 무역로를 석권하면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충만한 사회였다. 당시 영국 정부로부터 남미 무역권을 부여받은 사우스시 컴퍼니라는 기업이 있었는데, 1720년 사우스시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이작 뉴턴도 사우스시 주식을 갖고 있다가 얼마간의 수익을 보고 팔았다. 하지만 사우스시 주가는 뉴턴이 판 이후로 단숨에 다섯 배 가까이 더 올라버렸고,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던 뉴턴이 했다는 말이 바로 위의 인용문이다. 국가의 화폐 발행을 담당했던 본인조차 주가의 움직임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이다. 그가 이 고백만 남기고 아무 행동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뉴턴은 이 사우스시 주식에 뒤늦게 전 재산을 다시 베팅했다. 그리고 바로 이후, 역사책에 나오는 ‘사우스시 버블 붕괴’ 사건이 발생했고, 뉴턴은 자기 재산의 80% 이상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필자는 경제학 전공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방법은 모른다. 다만, 다양한 산업의 흐름과 수많은 기업의 흥망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회사의 전략과 체력을 평가해 회사가 장차 벌 수 있는 돈을 추산한다. 이 추산이 제법 현실과 들어맞은 덕분에 17년째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은 계산할 수 있어도, 요즘처럼 유튜버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대동단결하는 소위 ‘동학개미’의 파괴력은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떤 주식의 가격이 열 배가 오르고, 수많은 사회적 논란 속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좋은 회사이지만 지금 주가는 미래 실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도 두 배 세배가 더 오르는 현상. 그리고 제대로 된 설비투자나 고객 확보 없이, 실체가 불투명한 단순한 미래 사업계획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들 앞에서 합리적 재무분석에 기반한 실적 예측 같은 것들은 무의미해진다. 미래 전망이 밝은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치솟아 오르는 건 주식시장에 늘 반복되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나왔을 때 앞으로 어느 정도로 시장이 확대될지 모르기 때문에, 긍정적인 가정을 토대로 주식을 평가하는 일은 일반적이고 또 합리적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싸거나 비싸거나 오락가락한다. 그러니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글을 쓸 만큼 필자는 무모하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만원짜리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천원으로 대접받기도 하고 10만원으로 대접받기도 한다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 보기 어렵다. 영어로 madness, 한국어로 광기는 비현실적이거나 무분별한 행동을 뜻한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다. 무분별하다는 것은 어떤 선택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뜻이다. 최근의 시장의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역사적 기록들을 갈아 치우고 있는 종목들의 시장가치(=시가총액)는, 미래에 대해 최선의 긍정적 상황을 가정을 하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까마득히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비현실적이다. 폭발적으로 오르는 주식은 그만큼 조정에 취약하고, 아이작 뉴턴처럼 순식간에 원금의 70-80%를 날릴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또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비슷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많게는 10배 이상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어제 오른 주식을 오늘도 매수한다. 무분별하다. 뉴턴이 뒤늦게 최고점에서 전재산을 올인했을 때의 그 마음을 이해한다. 세상이 광기에 휩싸여도, 당분간 그 움직임이 좀 더 이어질 게 명확해 보인다면, 뉴턴 같은 천재도, 아니 뉴턴 이상의 천재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물며 필자와 같은 범부는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헤아리기 난망할 따름이다. 다만, 무슨 선택을 하던, 적어도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풍경이 천체의 움직임보다는 군중의 광기에 가깝다고 기록해 두는 것이, 17년간 주식시장 덕분에 생활할 수 있었던 직업인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강대권의 시시각각] 아이작 뉴턴과 사우스시 버블

강대권 승인 2023.07.19 13:43 | 최종 수정 2023.07.19 13:51 의견 0

17년차 펀드매니저로서 필자의 업무는 고객이 소중한 자금을 맡겨 주신 펀드에 좋은 주식을 골라 담는 것이다. 좋은 주식이란 무엇일까? 필자의 고객들은 필시 주가가 많이 오르는 주식을 좋은 주식으로 생각하실 것이다.

허나, 카오스 이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논리적 예측이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향방을 미리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직업적 펀드매니저는 이 불가능에 도전하기 위해, 비교적 논리적 접근이 가능한 기업의 펀더멘탈과 논리적 예측은 불가능하나, 경험적 지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심리에 대한 판단을 뒤섞어 최적의 판단에 도전한다. 이를테면, 지금은 관심을 별로 받고 있지 못하지만(시장심리 저점), 근시일 내에 회사의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기업(펀더멘탈 개선)을 찾아내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기업의 펀더멘탈이라는 게 말은 어렵지만, 결국 그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대한 전망이다.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사실이 시장에서 무시되고 있다면 펀드매니저는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이,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없이, 다시 말해서 기업의 펀더멘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가격 움직임과 분위기로만 주가를 결정할 때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기업 펀더멘탈을 고려하는 투자자는 오르는 주식을 고르지 못하는 바보가 된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서 주가가 너무 고평가된 종목을 팔고, 반대의 종목을 산 펀드매니저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고객들은 실망할 것이고, 왜 좋은 주식을 고르지 못 했냐고 물어볼 것이다. 딴에는 갖은 노력을 다해 좋은 주식을 골랐는데, 고객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내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군중의 광기는 파악할 수 없다.”(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근대 물리학의 창시자인 위대한 지성 아이작 뉴턴의 말이다.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의 개념을 제안하고 물체의 운동방정식을 창안한 과학자이자 동시에 영국 조폐국을 담당했던 경제관료였다. 아이작 뉴턴이 살았던 18세기 초 영국은 글로벌 제해권을 장악한 패권국가로서, 신대륙 무역로를 석권하면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충만한 사회였다.

당시 영국 정부로부터 남미 무역권을 부여받은 사우스시 컴퍼니라는 기업이 있었는데, 1720년 사우스시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이작 뉴턴도 사우스시 주식을 갖고 있다가 얼마간의 수익을 보고 팔았다. 하지만 사우스시 주가는 뉴턴이 판 이후로 단숨에 다섯 배 가까이 더 올라버렸고,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던 뉴턴이 했다는 말이 바로 위의 인용문이다. 국가의 화폐 발행을 담당했던 본인조차 주가의 움직임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이다.

그가 이 고백만 남기고 아무 행동도 안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뉴턴은 이 사우스시 주식에 뒤늦게 전 재산을 다시 베팅했다. 그리고 바로 이후, 역사책에 나오는 ‘사우스시 버블 붕괴’ 사건이 발생했고, 뉴턴은 자기 재산의 80% 이상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필자는 경제학 전공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방법은 모른다. 다만, 다양한 산업의 흐름과 수많은 기업의 흥망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회사의 전략과 체력을 평가해 회사가 장차 벌 수 있는 돈을 추산한다. 이 추산이 제법 현실과 들어맞은 덕분에 17년째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은 계산할 수 있어도, 요즘처럼 유튜버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대동단결하는 소위 ‘동학개미’의 파괴력은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떤 주식의 가격이 열 배가 오르고, 수많은 사회적 논란 속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좋은 회사이지만 지금 주가는 미래 실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도 두 배 세배가 더 오르는 현상. 그리고 제대로 된 설비투자나 고객 확보 없이, 실체가 불투명한 단순한 미래 사업계획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들 앞에서 합리적 재무분석에 기반한 실적 예측 같은 것들은 무의미해진다.

미래 전망이 밝은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치솟아 오르는 건 주식시장에 늘 반복되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나왔을 때 앞으로 어느 정도로 시장이 확대될지 모르기 때문에, 긍정적인 가정을 토대로 주식을 평가하는 일은 일반적이고 또 합리적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싸거나 비싸거나 오락가락한다. 그러니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글을 쓸 만큼 필자는 무모하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만원짜리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천원으로 대접받기도 하고 10만원으로 대접받기도 한다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 보기 어렵다.

영어로 madness, 한국어로 광기는 비현실적이거나 무분별한 행동을 뜻한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다. 무분별하다는 것은 어떤 선택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뜻이다.

최근의 시장의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역사적 기록들을 갈아 치우고 있는 종목들의 시장가치(=시가총액)는, 미래에 대해 최선의 긍정적 상황을 가정을 하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까마득히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비현실적이다.

폭발적으로 오르는 주식은 그만큼 조정에 취약하고, 아이작 뉴턴처럼 순식간에 원금의 70-80%를 날릴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또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비슷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많게는 10배 이상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어제 오른 주식을 오늘도 매수한다. 무분별하다.

뉴턴이 뒤늦게 최고점에서 전재산을 올인했을 때의 그 마음을 이해한다. 세상이 광기에 휩싸여도, 당분간 그 움직임이 좀 더 이어질 게 명확해 보인다면, 뉴턴 같은 천재도, 아니 뉴턴 이상의 천재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물며 필자와 같은 범부는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헤아리기 난망할 따름이다. 다만, 무슨 선택을 하던, 적어도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풍경이 천체의 움직임보다는 군중의 광기에 가깝다고 기록해 두는 것이, 17년간 주식시장 덕분에 생활할 수 있었던 직업인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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