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질서있는 정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은 지난해 오히려 부동산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다음 달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기로 하는 등 관련 대책을 고심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서 영업 중인 자산 10조원 이상 26개 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대출이 늘어난 보험사는 총 7곳으로 집계됐다. 16개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증가액이 두드러졌다. 교보생명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액은 2022년 말 5조1655억원에서 2023년 말 5조5664억원으로 4009억원 증가했다. 한화생명 역시 같은 기간 3조5125억원에서 3조6598억원으로 1473억원 증가했다. KB라이프의 경우 2022년까지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다가 지난해 신규로 2902억원 대출을 일으켰다. 푸본현대, KDB생명 등도 1000억원 미만이긴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대출이 늘었다. 이들 5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였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5602억원(6조5502억원→5조9900억원), 신한라이프는 2239억원(1조1006억원→8767억원), 미래에셋생명은 6640억원(2조4708억원→1조8068억원) 각각 줄였다. 동양생명과 흥국생명도 3000억원 안팎의 대출 감소액을 기록했다. 금액 면에서 지난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난 곳은 손보사였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6조4222억원에서 8조3473억원으로 1년 만에 1조9251억원 늘렸다. DB손해보험도 3조1676억원에서 3조5965억원으로 4289억원 증가시켰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2629억원(8조971억원→7조8342억원), 현대해상은 759억원(1조1992억원→1조1233억원), KB손해보험은 959억원(1조3815억원→1조2856억원), 한화손해보험은 1550억원(6828억원→5278억원) 각각 감소했다. 금감원의 업종별 대출 통계에는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금액이 동일하지는 않다. 2023년 말 국내에서 영업 중인 보험권 전체의 건설·부동산·임대업 총 대출 잔액은 생보 32조7000억원, 손보 29조9000억원 등 6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67%(42조원)가 부동산 PF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1%(5조3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19%에서 2.70%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원자재값 상승과 급속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2022년부터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풍선에 바람 빠지듯’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대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공적자금 투입이 없다는 전제 하에 관련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며 “적게는 수 백억, 많게는 수 천억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에 선뜻 동의하는 사업장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만기연장으로 연명하는 PF 사업장이 여전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달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경·공매 활성화, 리파이낸싱 유도 등 당국의 개입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 가운데 보험업권의 협조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다음달 이복현 원장과 보험업계 CEO와의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생보사 7곳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손보사 7곳의 대표이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의 뉴욕 출장 이후인 다음달 하반기에 간담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다뤄지는 주제는 부동산 PF로 명확한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몇몇 손보사들의 경우 협의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 10조원 이상 생명보험사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금 현황(자료=금감원) 자산 10조원 이상 손해보험사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금 현황(자료=금감원)

'질서있는 정리?'...7개 보험사, 부동산대출 되레 늘렸다

생보 5곳, 손보 2곳 작년 부동산 대출 증가
메리츠화재, 6.4조→8.3조 약 2조원 증가
"협조 미흡"...당국, 보험사 CEO 간담회 통해 압박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4.29 13:58 의견 0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질서있는 정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은 지난해 오히려 부동산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다음 달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기로 하는 등 관련 대책을 고심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서 영업 중인 자산 10조원 이상 26개 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대출이 늘어난 보험사는 총 7곳으로 집계됐다.

16개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증가액이 두드러졌다. 교보생명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액은 2022년 말 5조1655억원에서 2023년 말 5조5664억원으로 4009억원 증가했다. 한화생명 역시 같은 기간 3조5125억원에서 3조6598억원으로 1473억원 증가했다. KB라이프의 경우 2022년까지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다가 지난해 신규로 2902억원 대출을 일으켰다. 푸본현대, KDB생명 등도 1000억원 미만이긴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대출이 늘었다.

이들 5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였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5602억원(6조5502억원→5조9900억원), 신한라이프는 2239억원(1조1006억원→8767억원), 미래에셋생명은 6640억원(2조4708억원→1조8068억원) 각각 줄였다. 동양생명과 흥국생명도 3000억원 안팎의 대출 감소액을 기록했다.

금액 면에서 지난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난 곳은 손보사였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6조4222억원에서 8조3473억원으로 1년 만에 1조9251억원 늘렸다. DB손해보험도 3조1676억원에서 3조5965억원으로 4289억원 증가시켰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2629억원(8조971억원→7조8342억원), 현대해상은 759억원(1조1992억원→1조1233억원), KB손해보험은 959억원(1조3815억원→1조2856억원), 한화손해보험은 1550억원(6828억원→5278억원) 각각 감소했다.

금감원의 업종별 대출 통계에는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금액이 동일하지는 않다. 2023년 말 국내에서 영업 중인 보험권 전체의 건설·부동산·임대업 총 대출 잔액은 생보 32조7000억원, 손보 29조9000억원 등 6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67%(42조원)가 부동산 PF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1%(5조3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19%에서 2.70%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원자재값 상승과 급속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2022년부터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풍선에 바람 빠지듯’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대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공적자금 투입이 없다는 전제 하에 관련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며 “적게는 수 백억, 많게는 수 천억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에 선뜻 동의하는 사업장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만기연장으로 연명하는 PF 사업장이 여전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달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경·공매 활성화, 리파이낸싱 유도 등 당국의 개입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권 가운데 보험업권의 협조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다음달 이복현 원장과 보험업계 CEO와의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생보사 7곳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등 손보사 7곳의 대표이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의 뉴욕 출장 이후인 다음달 하반기에 간담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다뤄지는 주제는 부동산 PF로 명확한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몇몇 손보사들의 경우 협의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 10조원 이상 생명보험사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금 현황(자료=금감원)
자산 10조원 이상 손해보험사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금 현황(자료=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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