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영화 개봉 지도를 바꾸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극장가가 텅텅 빈 상황이다. 때문에 개봉 예정작들이 속속 관객과 만남을 미루면서 볼만한 영화도 걸리지 않는 상황. ‘파수꾼’으로 가능성을 엿보였던 윤성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사냥의 시간’도 해외 판매까지 마친 상태에서 개봉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공개 했다.  윤성현 감독 (사진=넷플릭스) 다만 아쉬운 점은 ‘사냥의 시간’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면 훨씬 풍성했을 작품이다. 사운드와 조명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그 감흥이 충분히 전해졌더라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영화 개봉을 미뤄야 한다는 소식을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들었다. 정말 행복한 상황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들으니 속상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190개 나라에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고, 반가웠다” '사냥의 시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헬조선’을 그린 영화, 국내 관객 설득이 관건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고 평가는 엇갈렸다. 윤성현 감독이 추구한 디스토피아적 영화는 국내에서 낯설었다. 낯선 영화를 접한 관객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스토리가 허술했다” “캐릭터를 못 살렸다”는 말은 아프다.  “이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는 이런 대사도 이런 장면의 영화도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국의 경우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도 쫓고, 쫓기는 것 자체가 영화인 작품들이 많다.드라마나 내러티브에 집중하지 않는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사냥의 시간’은 어떤 내러티브가 있고, 순간순간 반전이나 떡밥을 회수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런 것을 바랐다면 지루할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분명 매력적이다. 특히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사운드는 큰 역할을 한다.  “영화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운드 하나하나의 호흡이나 리듬감을 모아서 하나로 만드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총 소리에 힘을 많이 줬다. 그 동안 영화에서 듣던 총 소리는 ‘탕~’소리 하나였다. 하지만 그건 현실과 다르다. 군대에서 총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총은 철판에 쐈을 때, 나무, 콘크리트에 쐈을 때 소리가 다 다르다. 그런 디테일을 살렸다” 영화는 어둡다. 무너진 나라,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치열한 삶…그것은 어떤 아픔과도 맞닿아 있고, 현실과도 끈을 이어 놓고 있는 느낌이라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근미래, 멀지 않은 어떤 시대에 우리는 이토록 지옥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말이다.  “이 영화를 발상할 당시 ‘헬조선’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할 때였다. 한국이 지옥이라는 말을 이미지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지옥은 무엇인가? 어떤 지옥을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경제가 붕괴한 대한민국을 상상하게 됐다. 사실 남미에 갔을 때 화폐 가치가 폭락해서 물 한 병을 사는데도 돈 다발을 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저 멀리에서 총소리가 들리는데도 사람들은 또 웃고 떠들면서 살아가더라.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충격이자, 신선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IMF 시대를 겪은 세대이기도 해서 그때의 기억을 많이 살렸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으로 처음 9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운용할 수 있었다. 독립영화 촬영 당시 손에 쥐고 촬영을 이어가던 금액의 열 배가 넘는 제작비는 과연 감독을 편안하게 해 주었을까.  “누가 그랬다. 저예산 영화 하다가 상업 영화를 하면 훨씬 쉽다고. 저예산 영화에서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개입을 해야 하지만, 상업영화는 전문가가 참여해줘서 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파수꾼’ 촬영 때보다 열 배는 힘들었다. 아마 일반적인 상업 영화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시대 배경도 모호했고, 자동차, 라이팅, 촬영 방식까지 일일이 내가 개입해야 했다. 상업영화를 독립영화 찍듯이 찍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 ■ 이제훈, 최우식 등…젊은 연기파 배우 한 자리에 모은 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이다.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연기력으로 이견이 없을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들 배우가 모인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인 탓이다.  “이제훈, 박정민 배우는 ‘파수꾼’ 때 함께 작업하면서 ‘꼭 다시 한 번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들도 나와의 인연으로 출연에 흔쾌히 임했다. 안재홍 배우는 ‘응답하라 1988’ 방송 전이었기 때문에 나도 정확히 몰랐지만 영화 ‘족구왕’을 추천 받아서 본 후 ‘이 배우가 꼭 장호를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우식 배우도 ‘기생충’ 전에 우연 찮게 이 배우가 출연한 단평 영화를 보면서 욕심을 냈던 인물이다. 사실 배우들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캐스팅이 됐었고, 워낙 재능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배우들 각각은 촬영 내내 감독에게 영감과 감흥을 주었다. 이제훈은 ‘파수꾼’ 때보다 훨씬 좋은 연기적 기술을 보여주었고, 안재홍은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감독에게 믿음을 주었다. 박해수는 말을 할지 않아도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주었고, 최우식은 오롯히 상황에 몰입해 본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제훈이 맡은 준석을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려고 했다. 지옥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생존을 보여주기에는 준석이 적합한 인물이었다. 메시지적인 영역은 준석을 통해서 많은 전달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주보기]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인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면 재미있는 영화”

윤성현 감독 인터뷰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5.01 09:00 | 최종 수정 2020.05.01 11:14 의견 0

코로나19 상황이 영화 개봉 지도를 바꾸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극장가가 텅텅 빈 상황이다. 때문에 개봉 예정작들이 속속 관객과 만남을 미루면서 볼만한 영화도 걸리지 않는 상황. ‘파수꾼’으로 가능성을 엿보였던 윤성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사냥의 시간’도 해외 판매까지 마친 상태에서 개봉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공개 했다. 

윤성현 감독 (사진=넷플릭스)

다만 아쉬운 점은 ‘사냥의 시간’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면 훨씬 풍성했을 작품이다. 사운드와 조명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그 감흥이 충분히 전해졌더라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영화 개봉을 미뤄야 한다는 소식을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들었다. 정말 행복한 상황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들으니 속상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190개 나라에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고, 반가웠다”

'사냥의 시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 ‘헬조선’을 그린 영화, 국내 관객 설득이 관건

‘사냥의 시간’이 공개되고 평가는 엇갈렸다. 윤성현 감독이 추구한 디스토피아적 영화는 국내에서 낯설었다. 낯선 영화를 접한 관객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스토리가 허술했다” “캐릭터를 못 살렸다”는 말은 아프다. 

“이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는 이런 대사도 이런 장면의 영화도 많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국의 경우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도 쫓고, 쫓기는 것 자체가 영화인 작품들이 많다.드라마나 내러티브에 집중하지 않는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사냥의 시간’은 어떤 내러티브가 있고, 순간순간 반전이나 떡밥을 회수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런 것을 바랐다면 지루할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분명 매력적이다. 특히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사운드는 큰 역할을 한다. 

“영화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운드 하나하나의 호흡이나 리듬감을 모아서 하나로 만드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총 소리에 힘을 많이 줬다. 그 동안 영화에서 듣던 총 소리는 ‘탕~’소리 하나였다. 하지만 그건 현실과 다르다. 군대에서 총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총은 철판에 쐈을 때, 나무, 콘크리트에 쐈을 때 소리가 다 다르다. 그런 디테일을 살렸다”

영화는 어둡다. 무너진 나라,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치열한 삶…그것은 어떤 아픔과도 맞닿아 있고, 현실과도 끈을 이어 놓고 있는 느낌이라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근미래, 멀지 않은 어떤 시대에 우리는 이토록 지옥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말이다. 

“이 영화를 발상할 당시 ‘헬조선’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할 때였다. 한국이 지옥이라는 말을 이미지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지옥은 무엇인가? 어떤 지옥을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경제가 붕괴한 대한민국을 상상하게 됐다. 사실 남미에 갔을 때 화폐 가치가 폭락해서 물 한 병을 사는데도 돈 다발을 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저 멀리에서 총소리가 들리는데도 사람들은 또 웃고 떠들면서 살아가더라.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충격이자, 신선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IMF 시대를 겪은 세대이기도 해서 그때의 기억을 많이 살렸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으로 처음 9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운용할 수 있었다. 독립영화 촬영 당시 손에 쥐고 촬영을 이어가던 금액의 열 배가 넘는 제작비는 과연 감독을 편안하게 해 주었을까. 

“누가 그랬다. 저예산 영화 하다가 상업 영화를 하면 훨씬 쉽다고. 저예산 영화에서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개입을 해야 하지만, 상업영화는 전문가가 참여해줘서 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파수꾼’ 촬영 때보다 열 배는 힘들었다. 아마 일반적인 상업 영화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시대 배경도 모호했고, 자동차, 라이팅, 촬영 방식까지 일일이 내가 개입해야 했다. 상업영화를 독립영화 찍듯이 찍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

■ 이제훈, 최우식 등…젊은 연기파 배우 한 자리에 모은 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이다.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등 연기력으로 이견이 없을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들 배우가 모인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인 탓이다. 

“이제훈, 박정민 배우는 ‘파수꾼’ 때 함께 작업하면서 ‘꼭 다시 한 번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들도 나와의 인연으로 출연에 흔쾌히 임했다. 안재홍 배우는 ‘응답하라 1988’ 방송 전이었기 때문에 나도 정확히 몰랐지만 영화 ‘족구왕’을 추천 받아서 본 후 ‘이 배우가 꼭 장호를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우식 배우도 ‘기생충’ 전에 우연 찮게 이 배우가 출연한 단평 영화를 보면서 욕심을 냈던 인물이다. 사실 배우들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캐스팅이 됐었고, 워낙 재능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배우들 각각은 촬영 내내 감독에게 영감과 감흥을 주었다. 이제훈은 ‘파수꾼’ 때보다 훨씬 좋은 연기적 기술을 보여주었고, 안재홍은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감독에게 믿음을 주었다. 박해수는 말을 할지 않아도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주었고, 최우식은 오롯히 상황에 몰입해 본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제훈이 맡은 준석을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려고 했다. 지옥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생존을 보여주기에는 준석이 적합한 인물이었다. 메시지적인 영역은 준석을 통해서 많은 전달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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