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하루만에 16% 가량 급등하며 몸값을 320조원 가량 끌어올렸다. 엔비디아는 1년 전 S&P 500 편입종목 중에 시가총액 7위였으나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 금융위기 이후 성장주를 상징했던 FAANG의 대표 주자들을 이미 앞지르며 시총 3위에 올라있다. 2위 애플의 시총은 엔비디아의 약 1.5배.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올해에만 엔비디아가 58.6% 상승한 걸 감안하면 연내 추월도 가능한 거리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증권가에서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여전히 비싸지 않다는 판단이다.
KB증권은 23일 엔비디아에 대해 "여전히 낮은 주가 멀티플과 강력한 독점력, 아직 쓸 기미도 보이지 않는 자사주 매입 카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어제만 16.4% 상승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770억 달러 증가했다. 이전에 메타가 세운 기록(1970억 달러)도 훌쩍 뛰어넘었다. 어제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총의 약 85%가 하루 만에 늘었다.
김일혁 스트레티지스트는 이에 대해 "주가 상승세가 눈부시지만 주가 멀티플은 여전히 높지 않다"면서 "전일 16% 급등했음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P/E)은 5% 밖에 오르지 않았고 Magnificent 7 (M7) 종목 중에 네 번째로 딱 중간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어제 하루새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10.86% 상승하면서 주가 멀티플 상승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최근 엔비디아 차기주자를 찾으려는 시장 일각의 노력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도 전했다.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 전망 상향 조정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김 스트레티지스트는 "엔비디아의 독점력이 약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엔비디아 다음 주자를 찾는 것보다 엔비디아에 집중하는 전략이 아직은 효과적"이라며 "특히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을 내려고 경주하는데, 이 노력의 결실을 엔비디아가 먼저 거두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즉 엔비디아가 AI GPU 시장에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면, 대형 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수혜를 엔비디아가 모두 누리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이들 기업 모두 엔비디아의 AI GPU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자사주 매입 카드도 추후 주가의 추가 상승동력으로 남아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향후 AMD나 인텔과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엔비디아 역시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많이 쌓인 자기자본 때문에 ROE가 점차 낮아질텐데 이럴 때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기자본을 줄이고 ROE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김 스트레티지스트는 "자사주매입은 수익성이 약해진 기업의 주가가 한 번 더 달리는 힘이 됐는데, 그것까지 고려하면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하는 건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 전망을 기준으로 보면 엔비디아의 ROE가 AI 열풍 이전으로 복귀하는 데만 3년이 걸릴 것 같다. 자사주 매입은 그 다음에나 나올 수 있는 카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