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금값이 쉽게 꺾일 기세가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15% 가량 올랐음에도 투자 수요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거침없는 상승세다. 다만 단기 상승폭이 큰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399달러대를 기록했다. 지난 13일에는 사상 최초로 장중 온스당 2400달러선을 돌파했다.
국내 금가격도 오름세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일대비 3.12% 높은 10만7146원선까지 올랐다. 최고치는 지난 12일 장중 기록한 10만7580원.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동반 확대 추세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금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은 한달새 19.7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특히 개인들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 들어 5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개인 순매수 추세다. 매수 규모 역시 만주 단위에서 15일 기준 23만5000주 수준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금 채굴기업에 투자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채굴기업’은 1개월 수익률 17.35%를 기록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골드선물(H)’도 동기간 10.62% 올랐다.
■ 높아지는 전망치 상단..."상승 압력 높아"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 가격 상승세는 통상적으로 보이던 패턴과도 사뭇 다르다. 앞서 금 가격은 달러와 상반된 흐름을 보여왔다. 달러화 강세 흐름에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달러로 집중되면서 금값은 약세를 나타냈다.
또한 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실질금리인데 2022년 이후 실질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 상승세는 지속 중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등에 따른 영향과 상승세 장기화로 인한 투자 저변층 확대 등이 더해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 가격 상승은 중국 등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요인”이라며 “2018년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의 금 보유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정학적 구도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금 가격의 상승 압력은 높다”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금 시세와 관련해 전망치 상단을 높여가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기준 금 가격이 온스당 27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더불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확대가 그 동력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UBS 역시 금값 전망치를 기존 2250달러에서 2500달러로 높여 잡았다.
다만 단기 상승폭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 대안이 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조언 역시 꽤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디플레이션 및 긴축 장기화 등 다양한 변수와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와 더불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요까지 몰리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이라는 본래 목적으로선 달러 보유를 더 권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