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나에게 모두 다 큰 영화에요”  영화 ‘4등’에서 찰진 사투리 연기로 대종상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던 신예 정가람이 상업영화로 본격 발걸음을 내딛었다. 독특한 코미디 영화인 ‘기묘한 가족’의 흥행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 영화가 정가람의 발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상업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것은 ‘기묘한 가족’이 처음이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다. 정가람은 영화의 시작점인 마을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 쫑비 역을 맡았다. 좀비 코미디라는 신선함에 매료된 정가람은 이민재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강력하게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쫑비 역을 제안 받고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과 만나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너무 재밌었거든요. 감독님과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죠. 과장 섞어서 ‘목숨 걸고 할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좀비물도 흔치 않은데 모든 캐릭터가 개성이 있고 시골 한 적한 곳에 좀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좀비 역을 맡았기 때문에 정가람은 제대로 된 대사 한 마디도 없다. 관절을 꺾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채식주의 좀비라는 설정 덕분에 시종일관 양배추를 먹는다. 덕분에 위는 좋아졌지만 한 동안 치아 때문에 고통도 겪어ㅑ야 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대사와 표정 없이 쫑비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일이었다.  “말을 안 하고 표정도 웃거나 화를 낼 수도 없잖아요. ‘으~어’라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로 그 때 그 때 감정을 전달해야 했어요. 크게 차이는 없겠지만 ‘으어에’ 라는 소리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서 내보냈던 것 같아요(웃음)” 대사도 감정 표현도 없지만 ‘기묘한 가족’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쫑비와 해걸(이수경)의 로맨스다. 쫑비를 이용하는 준걸(정재영)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쫑비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게 해걸이다. 마치 두 사람의 풋풋한 로맨스는 영화 ‘웜바디스’를 떠올리게도 한다.  “찍을 땐 ‘웜바디스’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보인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로맨스라는 게 둘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둘 다 낯을 가리거든요. 거기다가 한 명은 말은 안 하지(웃음) 그게 어떻게 보여질까 했는데 수경이가 잘 해줬어요”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사투리 고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영화 ‘4등’ ‘시인의 사랑’이나 드라마 ‘미스트리스’의 정가람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생각보다 연기 시작은 빨랐다. 2012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그의 필모그래피의 가장 첫 줄에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 곁에서 함께 영화를 보며 막연하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맨날 비디오를 빌려오셨어요. 저녁에 가족끼리 앉아서 다 같이 영화를 봤었죠. 그러면서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밀양 출신인데 그 지역에 연기학원도 없고 배우로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없었어요. 20살이 되고 나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을 했죠.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까 머리가 하얗게 되고 심장이 떨렸어요. 그런데 살아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책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신기했고 다른 사람의 직업을 내가 해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익숙해진 말투로 고민도 많이 했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서울말을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고 있지만 정가람은 아직도 화를 낼 땐 사투리가 튀어 나온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투리 고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20살, 당장 이 일을 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되게 아팠어요.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혼나게 되니까 아예 말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고쳐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정가람을 힘들게 했던 사투리가 득이 댔다. 2016년 영화 ‘4등’에서 정가람은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펼치며 대중들에게 발견됐다. 그 해의 신인상도 두 개나 차지했다.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상을 받았다고 바뀐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책임감 있게 이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기분은 묘했죠. 살면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웃음) 부모님이 뿌듯해 하시더라고요” ‘4등’이 정가람의 발견이었다면 ‘기묘한 가족’을 그에게 더 큰 길을 열어줄 발판이 될 작품이다. 역할의 크기와 분량에 상관없이 ‘기묘한 가족’을 통해서 정가람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고 판단은 관객분들이 해주시는 거죠. 상업영화라서 부담이 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작품이 나에겐 다 큰 영화에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한 영화, 한 영화 다 소중해요. 처음 연기를 했을 때 재미있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죠. 그땐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했어요. 지금도 몇 작품 하지 않은 신입이지만 조금씩 방향성을 잡고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입으로 잘 가고 있다고 하긴 그렇지만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재미있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정가람 “‘4등’ 신인상 후 가장 달라진 건…”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2.18 09:37 | 최종 수정 2138.04.07 00:00 의견 0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나에게 모두 다 큰 영화에요” 

영화 ‘4등’에서 찰진 사투리 연기로 대종상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던 신예 정가람이 상업영화로 본격 발걸음을 내딛었다. 독특한 코미디 영화인 ‘기묘한 가족’의 흥행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 영화가 정가람의 발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상업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것은 ‘기묘한 가족’이 처음이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다. 정가람은 영화의 시작점인 마을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 쫑비 역을 맡았다. 좀비 코미디라는 신선함에 매료된 정가람은 이민재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강력하게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쫑비 역을 제안 받고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과 만나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너무 재밌었거든요. 감독님과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죠. 과장 섞어서 ‘목숨 걸고 할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좀비물도 흔치 않은데 모든 캐릭터가 개성이 있고 시골 한 적한 곳에 좀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좀비 역을 맡았기 때문에 정가람은 제대로 된 대사 한 마디도 없다. 관절을 꺾고 움직이는 것은 물론 채식주의 좀비라는 설정 덕분에 시종일관 양배추를 먹는다. 덕분에 위는 좋아졌지만 한 동안 치아 때문에 고통도 겪어ㅑ야 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대사와 표정 없이 쫑비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일이었다. 

“말을 안 하고 표정도 웃거나 화를 낼 수도 없잖아요. ‘으~어’라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로 그 때 그 때 감정을 전달해야 했어요. 크게 차이는 없겠지만 ‘으어에’ 라는 소리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서 내보냈던 것 같아요(웃음)”

대사도 감정 표현도 없지만 ‘기묘한 가족’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쫑비와 해걸(이수경)의 로맨스다. 쫑비를 이용하는 준걸(정재영)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쫑비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게 해걸이다. 마치 두 사람의 풋풋한 로맨스는 영화 ‘웜바디스’를 떠올리게도 한다. 

“찍을 땐 ‘웜바디스’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보인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로맨스라는 게 둘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둘 다 낯을 가리거든요. 거기다가 한 명은 말은 안 하지(웃음) 그게 어떻게 보여질까 했는데 수경이가 잘 해줬어요”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사투리 고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영화 ‘4등’ ‘시인의 사랑’이나 드라마 ‘미스트리스’의 정가람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생각보다 연기 시작은 빨랐다. 2012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그의 필모그래피의 가장 첫 줄에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 곁에서 함께 영화를 보며 막연하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맨날 비디오를 빌려오셨어요. 저녁에 가족끼리 앉아서 다 같이 영화를 봤었죠. 그러면서 연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밀양 출신인데 그 지역에 연기학원도 없고 배우로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없었어요. 20살이 되고 나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을 했죠.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까 머리가 하얗게 되고 심장이 떨렸어요. 그런데 살아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책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신기했고 다른 사람의 직업을 내가 해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익숙해진 말투로 고민도 많이 했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서울말을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고 있지만 정가람은 아직도 화를 낼 땐 사투리가 튀어 나온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투리 고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20살, 당장 이 일을 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되게 아팠어요.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혼나게 되니까 아예 말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고쳐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정가람을 힘들게 했던 사투리가 득이 댔다. 2016년 영화 ‘4등’에서 정가람은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펼치며 대중들에게 발견됐다. 그 해의 신인상도 두 개나 차지했다.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정가람(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상을 받았다고 바뀐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책임감 있게 이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기분은 묘했죠. 살면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웃음) 부모님이 뿌듯해 하시더라고요”

‘4등’이 정가람의 발견이었다면 ‘기묘한 가족’을 그에게 더 큰 길을 열어줄 발판이 될 작품이다. 역할의 크기와 분량에 상관없이 ‘기묘한 가족’을 통해서 정가람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고 판단은 관객분들이 해주시는 거죠. 상업영화라서 부담이 되는 건 아니에요. 모든 작품이 나에겐 다 큰 영화에요.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한 영화, 한 영화 다 소중해요. 처음 연기를 했을 때 재미있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죠. 그땐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했어요. 지금도 몇 작품 하지 않은 신입이지만 조금씩 방향성을 잡고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입으로 잘 가고 있다고 하긴 그렇지만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재미있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