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는 이미 겨울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문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이미 생산을 줄이거나 투자를 축소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만이 꿋꿋하게 “감산은 없다”고 외친다. 이에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메모리 고정거래가격, 추락…반도체 기업들 “감산·투자축소”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DDR4 1Gb(기가바이트)x8’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2.85달러) 대비 22.46%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 7월에는 4.1달러나 했던 가격이 반토막났다. 고정거래 가격은 기업 간 계약 거래 금액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계약 협상 경쟁이 3분기보다 치열했다”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향세다. 지난 6월부터 하향 추세다. 메모리카드용 ‘128Gb 16Gx8 MLC’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4.14달러였다. 전월 대비 3.73%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4.1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공급 과잉 상태”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아무리 원가를 절감해도 낙폭이 너무 크다보니 팔면 팔수록 손해여서 감산을 결정하고 나섰다. 앞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이 감산 혹은 투자 축소를 발표했다. ■ 삼성전자 “감산 없고, 투자도 지속”…출혈경쟁 ‘치킨게임’ 재현 우려 나와 삼성전자는 달랐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공급이 과잉 상태라도 원가 절감을 이미 해놨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생산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예정된 투자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들처럼 감산을 통해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이룬 원가 경쟁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거 독일과 일본 반도체 기업을 망하게 했던 ‘치킨게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과거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공급과잉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D램 가격은 폭락했다. 이로 인해 당시 시장 점유율 2위였던 독일 D램 제조사 키몬다는 파산했다. 2010년에도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일본 기업들이 생산설비 투자를 선언하며 증산을 했다. 당시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D램 가격 하락과 엔고가 겹쳐 결국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캠퍼스 모습 (사진=SK하이닉스) ■ “치킨게임 아닐 것” 분석…삼성·SK, 고부가제품으로 ‘반도체 한파 극복’ 전망 반면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공격적인 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의 고도화를 위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는 가진 자의 여유를 누리는 정도에 그칠뿐 그 이상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낸드의 경우 다소 공격적인 캐펙스(설비투자) 정책과 출하 기조로 비춰질 수 있지만, 2018년 전후 초기 투자 설비의 감가상각 종료 효과와 V8 낸드에서 본격화될 원가절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시안 낸드 공장에 대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불투명해졌다”며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국내 투자는 당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진만 부사장은 이번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나 내년의 캐펙스는 직접적으로 내년 비트 생산으로 직결되진 않는다”며 “캐펙스 숫자만으로 단기 생산이나 공급을 전망하는 것은 예전만큼은 의미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를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한파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DDR5 등 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은 DDR5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LPDDR5, HBM3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해 관련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DDR5, LPDDR5X 등 신규 고용량 제품 수요에 발맞춰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에도 집중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공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한 부사장은 “전기차 시장 등이 확대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2030년 이후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서버와 모바일 등과 함께 3대 응용 시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치킨게임’ 진심일까…모두 움츠릴때 “감산 없다”는 삼성

메모리 가격 하락에 업계, 감산·축소 예고…삼성만 꿋꿋해 ‘치킨게임’ 우려
“공격적 증산·투자는 아닐 것” 분석…삼성·SK, 고부가제품으로 한파 극복

손기호 기자 승인 2022.11.06 07:40 | 최종 수정 2022.11.06 08:24 의견 0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는 이미 겨울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이 문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이미 생산을 줄이거나 투자를 축소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만이 꿋꿋하게 “감산은 없다”고 외친다. 이에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메모리 고정거래가격, 추락…반도체 기업들 “감산·투자축소”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DDR4 1Gb(기가바이트)x8’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2.85달러) 대비 22.46%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 7월에는 4.1달러나 했던 가격이 반토막났다. 고정거래 가격은 기업 간 계약 거래 금액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계약 협상 경쟁이 3분기보다 치열했다”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향세다. 지난 6월부터 하향 추세다. 메모리카드용 ‘128Gb 16Gx8 MLC’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4.14달러였다. 전월 대비 3.73%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4.1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공급 과잉 상태”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아무리 원가를 절감해도 낙폭이 너무 크다보니 팔면 팔수록 손해여서 감산을 결정하고 나섰다. 앞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이 감산 혹은 투자 축소를 발표했다.

■ 삼성전자 “감산 없고, 투자도 지속”…출혈경쟁 ‘치킨게임’ 재현 우려 나와

삼성전자는 달랐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공급이 과잉 상태라도 원가 절감을 이미 해놨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생산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예정된 투자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들처럼 감산을 통해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이룬 원가 경쟁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거 독일과 일본 반도체 기업을 망하게 했던 ‘치킨게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과거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공급과잉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D램 가격은 폭락했다. 이로 인해 당시 시장 점유율 2위였던 독일 D램 제조사 키몬다는 파산했다.

2010년에도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일본 기업들이 생산설비 투자를 선언하며 증산을 했다. 당시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D램 가격 하락과 엔고가 겹쳐 결국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캠퍼스 모습 (사진=SK하이닉스)


■ “치킨게임 아닐 것” 분석…삼성·SK, 고부가제품으로 ‘반도체 한파 극복’ 전망

반면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공격적인 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의 고도화를 위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는 가진 자의 여유를 누리는 정도에 그칠뿐 그 이상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낸드의 경우 다소 공격적인 캐펙스(설비투자) 정책과 출하 기조로 비춰질 수 있지만, 2018년 전후 초기 투자 설비의 감가상각 종료 효과와 V8 낸드에서 본격화될 원가절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시안 낸드 공장에 대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불투명해졌다”며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국내 투자는 당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진만 부사장은 이번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나 내년의 캐펙스는 직접적으로 내년 비트 생산으로 직결되진 않는다”며 “캐펙스 숫자만으로 단기 생산이나 공급을 전망하는 것은 예전만큼은 의미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를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한파 속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DDR5 등 고용량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은 DDR5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LPDDR5, HBM3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해 관련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DDR5, LPDDR5X 등 신규 고용량 제품 수요에 발맞춰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에도 집중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공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한 부사장은 “전기차 시장 등이 확대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2030년 이후에는 차량용 반도체가 서버와 모바일 등과 함께 3대 응용 시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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