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이 신제품 ‘A2+ 우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협동조합이 ‘A2 우유’를 출시하며 국내 우유 품질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도전에 나선다. 지난 87년간 끊임없는 혁신으로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만큼, 위기에 처한 국내 낙농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연다는 포부다. 24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조합 원유생산량 전량을 A2 원유로 대체한다. 장차 ‘서울 우유’가 곧 ‘A2 우유’로 인식되게끔 한다는 청사진이다. 우선 올해부터 하루 평균 생산되는 원유 약 1900톤 중 3%에 해당하는 50톤을 A2 원유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량이 한정된 만큼 당장은 ‘A2+ 우유’로 프리미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처음 조합장으로 당선됐던 2019년 당시 서울우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며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그 결과 서울우유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좋은 우유를 더 좋게 만들어가자고 결심했다”면서 “4년간의 준비를 거쳐 선보인 A2+ 우유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고 대한민국 낙농과 우유를 다시 한번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혁신으로 국내 낙농업 이끌어…시장 1위 원동력은 품질 개선 우유 자동충전기를 도입한 서울우유 공장.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는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우리나라 낙농업을 이끌어 온 유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우유의 역사가 곧 한국 낙농업의 역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우유는 1937년 직접 목장을 운영하는 낙농인 21명이 조합을 이룬 ‘경성우유동업조합’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 우유 시장은 대부분 일본인이 독점하고 있었다. 유통제도조차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경성우유는 우유를 가마솥에 끓인 뒤 병에 담아 가정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우유 유통을 시작했다. 해방 후에는 ‘서울우유동업조합’으로 개칭하고 본격적인 우유 판매에 나섰다. 6.25 전쟁으로 국내 낙농업 기반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서울우유는 낙농업 살리기에 앞장서며 한국 우유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서울우유의 성장 배경에는 항상 한발 앞선 혁신이 있었다. 서울우유는 1961년 유지방 소화를 돕고 지방이 뜨는 부유 현상을 없애기 위해 균질기를 도입했다. 이후 1962년 국내 최초로 선진화된 고급 균질우유를 가정으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를 발판 삼아 서울우유는 근대적 중랑교 공장을 건설하고 우유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연유를 생산하여 최신 유가공 기술을 축적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서울우유는 우유 품질 개선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최초’ 타이틀을 갱신해왔다. ‘신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84년에는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해 목장에서부터 중간유통 전 과정을 냉장 상태로 이뤄지도록 하며 우유 고급화 시대를 열었다. 2009년에는 ‘제조일자 병행 표기제’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이 신선도 높은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2016년에는 세균수 1A등급 및 체세포수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한 ‘나100%’를 선보였다. 각각 원유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되는지, 얼마나 건강한 젖소에게서 생산되는지 나타내는 지표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프리미엄 우유다. 기존 세균수만으로 가늠하던 우유 위생 품질 기준에 체세포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더해 우유 품질을 한 단계 더 개선했다. 이러한 ‘품질 고급화 전략’은 서울우유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우유는 국내 유업체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46%에 달했다. ◆국내 낙농업 위기 해법, ‘A2 우유 대중화’ 혁신에서 찾는다 서울우유 'A2+ 우유' 3종 제품 이미지.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는 ‘A2 우유 대중화’로 국내 유업계에 또 한 번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 국내 낙농 산업은 저출산 여파와 대체음료 증가로 인한 우유 소비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한 수입 유제품 관세철폐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서울우유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 낙농 산업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무기가 A2 우유인 셈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만을 함유해 일반 제품 대비 배앓이 염려를 덜어낸 우유다. 같은 목적으로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에 비해 우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2003년부터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2008년 처음 소개됐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었다. A2 단백질 형질을 보유한 젖소만 따로 모아 전용목장을 만들어야 하는 등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A2 우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가구를 중심으로 ‘모유와 흡사한 구조로 마신 뒤 속이 편하다’고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서울우유는 이러한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 주목했다.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항해 국산 우유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기존 우유를 소비하지 않던 성인들도 새로운 수요층으로 끌어안는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4년간 80억원을 투자해 A2 우유 전용 목장을 만들고, 집유 단계부터 제품 생산까지 4단계 검사를 거쳐 100% A2 원유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문제는 A2 우유의 높은 가격이다. 서울우유가 선보인 ‘A2+ 우유’는 기존 ‘나100% 우유’와 비교해 70% 가량 더 비싸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서울우유는 A2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고품질 A2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은 ‘A2+ 우유’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먼저 운영하되, 앞으로 일반 제품군으로도 A2 우유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우유가 가진 장점에도 높은 가격과 생산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일반 시장으로 확대되지 못해 소수 소비자만 접할 수 있었다”면서 “어느 업체도 해내지 못했던 A2 우유로의 전면 전환을 통해 프리미엄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Biz뷰] ‘좋은 우유’ 매진한 87년, 우유 기준 다시 높이는 서울우유

서울우유, ‘A2 우유’ 출시로 프리미엄 우유 시장 활짝 열어
국내 낙농업 역사 써온 서울우유, 한발 앞선 혁신으로 ‘최초’ 갱신
‘A2 우유’ 대중화로 위기 돌파 모색…“고품질 우유 합리적인 가격에”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4.24 16:57 의견 0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이 신제품 ‘A2+ 우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협동조합이 ‘A2 우유’를 출시하며 국내 우유 품질 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도전에 나선다. 지난 87년간 끊임없는 혁신으로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만큼, 위기에 처한 국내 낙농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연다는 포부다.

24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조합 원유생산량 전량을 A2 원유로 대체한다. 장차 ‘서울 우유’가 곧 ‘A2 우유’로 인식되게끔 한다는 청사진이다. 우선 올해부터 하루 평균 생산되는 원유 약 1900톤 중 3%에 해당하는 50톤을 A2 원유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량이 한정된 만큼 당장은 ‘A2+ 우유’로 프리미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처음 조합장으로 당선됐던 2019년 당시 서울우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며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그 결과 서울우유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좋은 우유를 더 좋게 만들어가자고 결심했다”면서 “4년간의 준비를 거쳐 선보인 A2+ 우유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고 대한민국 낙농과 우유를 다시 한번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혁신으로 국내 낙농업 이끌어…시장 1위 원동력은 품질 개선

우유 자동충전기를 도입한 서울우유 공장.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는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우리나라 낙농업을 이끌어 온 유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우유의 역사가 곧 한국 낙농업의 역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우유는 1937년 직접 목장을 운영하는 낙농인 21명이 조합을 이룬 ‘경성우유동업조합’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 우유 시장은 대부분 일본인이 독점하고 있었다.

유통제도조차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경성우유는 우유를 가마솥에 끓인 뒤 병에 담아 가정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우유 유통을 시작했다. 해방 후에는 ‘서울우유동업조합’으로 개칭하고 본격적인 우유 판매에 나섰다. 6.25 전쟁으로 국내 낙농업 기반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서울우유는 낙농업 살리기에 앞장서며 한국 우유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서울우유의 성장 배경에는 항상 한발 앞선 혁신이 있었다.

서울우유는 1961년 유지방 소화를 돕고 지방이 뜨는 부유 현상을 없애기 위해 균질기를 도입했다. 이후 1962년 국내 최초로 선진화된 고급 균질우유를 가정으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를 발판 삼아 서울우유는 근대적 중랑교 공장을 건설하고 우유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연유를 생산하여 최신 유가공 기술을 축적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서울우유는 우유 품질 개선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최초’ 타이틀을 갱신해왔다. ‘신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84년에는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해 목장에서부터 중간유통 전 과정을 냉장 상태로 이뤄지도록 하며 우유 고급화 시대를 열었다. 2009년에는 ‘제조일자 병행 표기제’를 도입하며 소비자들이 신선도 높은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2016년에는 세균수 1A등급 및 체세포수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한 ‘나100%’를 선보였다. 각각 원유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되는지, 얼마나 건강한 젖소에게서 생산되는지 나타내는 지표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프리미엄 우유다. 기존 세균수만으로 가늠하던 우유 위생 품질 기준에 체세포수라는 새로운 기준을 더해 우유 품질을 한 단계 더 개선했다. 이러한 ‘품질 고급화 전략’은 서울우유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우유는 국내 유업체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46%에 달했다.

◆국내 낙농업 위기 해법, ‘A2 우유 대중화’ 혁신에서 찾는다

서울우유 'A2+ 우유' 3종 제품 이미지.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서울우유는 ‘A2 우유 대중화’로 국내 유업계에 또 한 번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 국내 낙농 산업은 저출산 여파와 대체음료 증가로 인한 우유 소비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한 수입 유제품 관세철폐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서울우유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 낙농 산업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무기가 A2 우유인 셈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만을 함유해 일반 제품 대비 배앓이 염려를 덜어낸 우유다. 같은 목적으로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에 비해 우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2003년부터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2008년 처음 소개됐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었다. A2 단백질 형질을 보유한 젖소만 따로 모아 전용목장을 만들어야 하는 등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A2 우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가구를 중심으로 ‘모유와 흡사한 구조로 마신 뒤 속이 편하다’고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서울우유는 이러한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 주목했다.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항해 국산 우유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기존 우유를 소비하지 않던 성인들도 새로운 수요층으로 끌어안는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4년간 80억원을 투자해 A2 우유 전용 목장을 만들고, 집유 단계부터 제품 생산까지 4단계 검사를 거쳐 100% A2 원유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문제는 A2 우유의 높은 가격이다. 서울우유가 선보인 ‘A2+ 우유’는 기존 ‘나100% 우유’와 비교해 70% 가량 더 비싸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서울우유는 A2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고품질 A2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은 ‘A2+ 우유’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먼저 운영하되, 앞으로 일반 제품군으로도 A2 우유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우유가 가진 장점에도 높은 가격과 생산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일반 시장으로 확대되지 못해 소수 소비자만 접할 수 있었다”면서 “어느 업체도 해내지 못했던 A2 우유로의 전면 전환을 통해 프리미엄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