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태현 산업부 기자) 최근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지난 3월 실시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실시됨에 따라 게임사 자율규제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잇따라 '표기 오류'라며 아이템 획득 확률 변경을 알렸고, 공교롭게도 그 중 게임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이용자들은 분노했다. 집단 단체소송, 소비자보호원 구제 신청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요동쳤다. 정부 역시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공정위는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게임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섯고, 국회에는 게임사 확률 조작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용자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는 이러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소송 특례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게임사가 직접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최대 2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은 덤이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는 게임사와 이용자 간 대립이 격화된다는 부작용이 남는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 대신, 성난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게임사에 규제 울타리를 씌우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그간 업계가 강하게 요구해왔던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 및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이슈는 해결을 뒤로 미뤘다. 문체부는 세액 공제의 경우 향후 연구 용역을 거쳐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며, 역차별과 관련해서는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법안을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안 모두 대책 마련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업계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행된 후 국내 게임사에는 '악(惡)'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러나 여기엔 국내 게임의 과도한 과금 유도에 지쳐버린 이용자들의 조용한 푸념이 담겨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제발 게임사들이 변화하길 바라는 이용자들의 쓴소리인 셈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규제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며,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자 권익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산업에 활력이 돌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번 진흥 계획이 게임산업 재도약의 첫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수첩] '이용자 보호' vs '게임산업 진흥', 무엇이 먼저인가

정부, 규제 통해 '이용자 보호' 우선…게임업계 요구 뒷전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 병행돼야

김태현 기자 승인 2024.05.04 08:00 의견 0
(사진=김태현 산업부 기자)

최근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지난 3월 실시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실시됨에 따라 게임사 자율규제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잇따라 '표기 오류'라며 아이템 획득 확률 변경을 알렸고, 공교롭게도 그 중 게임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이용자들은 분노했다. 집단 단체소송, 소비자보호원 구제 신청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요동쳤다. 정부 역시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공정위는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게임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섯고, 국회에는 게임사 확률 조작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용자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는 이러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소송 특례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게임사가 직접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최대 2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은 덤이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는 게임사와 이용자 간 대립이 격화된다는 부작용이 남는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 대신, 성난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게임사에 규제 울타리를 씌우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그간 업계가 강하게 요구해왔던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 및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이슈는 해결을 뒤로 미뤘다. 문체부는 세액 공제의 경우 향후 연구 용역을 거쳐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며, 역차별과 관련해서는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법안을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안 모두 대책 마련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업계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행된 후 국내 게임사에는 '악(惡)'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러나 여기엔 국내 게임의 과도한 과금 유도에 지쳐버린 이용자들의 조용한 푸념이 담겨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제발 게임사들이 변화하길 바라는 이용자들의 쓴소리인 셈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규제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며,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자 권익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산업에 활력이 돌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번 진흥 계획이 게임산업 재도약의 첫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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