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뉴와퍼' 겉포장. 사진=김성준 기자 “어떤 햄버거가 가장 맛있는가?”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만큼 정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정답이 없는 만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기도 하죠. 샐러드가 가득 들어간 ‘시장 햄버거’부터 고급스러운 ‘수제 버거’ 등 다양한 햄버거가 있지만, 대개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버거킹’도 이런 논쟁이 벌어질 때면 으레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버거킹을 상징하는 메뉴인 ‘와퍼’가 갑작스럽게 단종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많은 분들이 아우성을 쳤었죠. 이 청천벽력같은 소식은 곧 ‘뉴와퍼’로 와퍼가 새로워진다는 의미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와퍼 단종’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놀란 소비자들은 버거킹이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며 도끼눈을 뜨고 있습니다. ‘와퍼’가 바뀐다는 사실 자체는 넘칠 정도로 알려졌으니, 이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면 ‘뉴와퍼’의 맛에 승부를 걸어야겠죠. ◆‘불맛 프로젝트’ 첫 주자 ‘뉴와퍼’, 뭐가 바뀌었나 버거킹 '뉴와퍼' 제품 외관과 토핑. 사진=김성준 기자 ‘뉴와퍼’는 버거킹이 한국 진출 40주년을 기념해 기존보다 개선된 메뉴를 선보이는 ‘불맛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자입니다. 버거킹은 직화로 구운 순 쇠고기 패티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재료와 조리법을 개선하고 불맛도 한층 강조하는 ‘불맛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뉴와퍼’에서 바뀌는 점은 크게 3가지인데요. 감칠맛과 육향을 강화하기 위해 소금과 후추 시즈닝이 더해졌고, 고기 사이 공간을 육즙으로 채우는 ‘텐더폼(Tender-formed)’ 공법을 적용해 패티 식감을 개선했습니다. 또 햄버거 번(Bun)에 ‘글레이즈드(Glazed)’ 코팅을 입혀 수분 증발도 줄였습니다. 시즈닝으로 불맛 풍미를 높이면서도 풍성한 육즙을 담은 패티와 촉촉해진 번을 사용해 ‘더 맛있어진’ 제품이라는 설명입니다. 제품 외관상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포장지에는 기존 ‘리얼(REAL)’ 문구를 대신해 ‘불맛’이 강조된 점, 각종 야채 대신 불꽃이 형상화된 점 정도가 차이점입니다. 제품명 와퍼(WHOPPER)는 그대로, 전반적인 색감도 그대로입니다. 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햄버거 번이 좀 더 윤기가 나게 바뀌었고, 흩어져 나온 후추 알갱이가 눈에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패티나 야채 등에선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확연하게 세진 짠맛, 옅은 후추향…패티·번 변화는 ‘글쎄’ 버거킹 '뉴와퍼' 제품 단면. 사진=김성준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상당히 변했습니다. 일단 소금과 후추 시즈닝이 더해졌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패티에서 야채까지 소금간이 됐다는 걸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파에서는 기존 아삭하고 알싸한 맛 대신 숨이 조금 죽은 짭짤한 맛을, 패티에서는 심심한 쇠고기 맛 대신 자극적인 짠맛이 났습니다. 토마토 토핑과 함께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짠맛이 크게 튀진 않았는데, 버거 테두리 부분에서 패티와 빵만 있는 부분을 먹으면 ‘짜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습니다. 소금과 비교하면 후추 맛과 향은 크게 드러나는 편은 아닙니다. 자극적인 맛들이 다 지나가고 난 뒤 끝맛에 가서야 향이 살짝 나는 정도였고, 후추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은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패티와 번의 변화는 더 적게 다가옵니다. 패티 사이사이 공간에 육즙을 충전했다고 하지만, 패티가 아주 두꺼운 편이 아닌지라 큰 변화를 느끼긴 힘들었습니다. 번 역시 여전히 쫄깃하고 촉촉하다기보다는 퍼석한 편에 더 가까웠는데요. 기존 번에 글레이즈드 코팅만 입힌 정도로는 맛이 크게 뒤바뀌진 않았습니다. ‘뉴와퍼’는 전체적으로 ‘과감한 변화’보다는 ‘보장된 맛’을 기반으로 변주를 준 인상입니다. 익숙한 와퍼 맛을 바탕으로 간이 좀 더 세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짠맛이 강화되면서 기존 와퍼보다 묵직해진 맛이 됐지만, 와퍼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느껴지진 않았죠. 리뉴얼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변화지만, 정작 강조했던 ‘불맛’이 ‘짠맛’에 묻혀버린 감이 있습니다. 나트륨 함량이 기존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는 점 역시 ‘건강함’을 추구하는 추세에선 족쇄가 될 수 있죠. 한층 ‘자극적인 맛’이 된 와퍼가 맛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성준의 도시락] 40년만에 바뀐 버거킹 '뉴와퍼', 달라진 맛은?

한국 진출 40주년 맞아 대표 메뉴 ‘와퍼’ 개선한 ‘뉴와퍼’ 선봬
‘불맛 프로젝트’ 첫 주자…시즈닝 더하고 육즙 강화, 햄버거 번도 개선
강해진 ‘짠맛’ 대비 흐릿한 ‘불맛’…체감 적은 리뉴얼, 방향성은 아쉬움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4.29 08:34 의견 0
버거킹 '뉴와퍼' 겉포장. 사진=김성준 기자

“어떤 햄버거가 가장 맛있는가?”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만큼 정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정답이 없는 만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기도 하죠. 샐러드가 가득 들어간 ‘시장 햄버거’부터 고급스러운 ‘수제 버거’ 등 다양한 햄버거가 있지만, 대개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버거킹’도 이런 논쟁이 벌어질 때면 으레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버거킹을 상징하는 메뉴인 ‘와퍼’가 갑작스럽게 단종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많은 분들이 아우성을 쳤었죠. 이 청천벽력같은 소식은 곧 ‘뉴와퍼’로 와퍼가 새로워진다는 의미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와퍼 단종’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놀란 소비자들은 버거킹이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며 도끼눈을 뜨고 있습니다. ‘와퍼’가 바뀐다는 사실 자체는 넘칠 정도로 알려졌으니, 이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면 ‘뉴와퍼’의 맛에 승부를 걸어야겠죠.

◆‘불맛 프로젝트’ 첫 주자 ‘뉴와퍼’, 뭐가 바뀌었나

버거킹 '뉴와퍼' 제품 외관과 토핑. 사진=김성준 기자

‘뉴와퍼’는 버거킹이 한국 진출 40주년을 기념해 기존보다 개선된 메뉴를 선보이는 ‘불맛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자입니다. 버거킹은 직화로 구운 순 쇠고기 패티를 핵심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재료와 조리법을 개선하고 불맛도 한층 강조하는 ‘불맛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뉴와퍼’에서 바뀌는 점은 크게 3가지인데요. 감칠맛과 육향을 강화하기 위해 소금과 후추 시즈닝이 더해졌고, 고기 사이 공간을 육즙으로 채우는 ‘텐더폼(Tender-formed)’ 공법을 적용해 패티 식감을 개선했습니다. 또 햄버거 번(Bun)에 ‘글레이즈드(Glazed)’ 코팅을 입혀 수분 증발도 줄였습니다. 시즈닝으로 불맛 풍미를 높이면서도 풍성한 육즙을 담은 패티와 촉촉해진 번을 사용해 ‘더 맛있어진’ 제품이라는 설명입니다.

제품 외관상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포장지에는 기존 ‘리얼(REAL)’ 문구를 대신해 ‘불맛’이 강조된 점, 각종 야채 대신 불꽃이 형상화된 점 정도가 차이점입니다. 제품명 와퍼(WHOPPER)는 그대로, 전반적인 색감도 그대로입니다. 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햄버거 번이 좀 더 윤기가 나게 바뀌었고, 흩어져 나온 후추 알갱이가 눈에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패티나 야채 등에선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확연하게 세진 짠맛, 옅은 후추향…패티·번 변화는 ‘글쎄’

버거킹 '뉴와퍼' 제품 단면. 사진=김성준 기자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맛은 상당히 변했습니다. 일단 소금과 후추 시즈닝이 더해졌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패티에서 야채까지 소금간이 됐다는 걸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파에서는 기존 아삭하고 알싸한 맛 대신 숨이 조금 죽은 짭짤한 맛을, 패티에서는 심심한 쇠고기 맛 대신 자극적인 짠맛이 났습니다. 토마토 토핑과 함께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짠맛이 크게 튀진 않았는데, 버거 테두리 부분에서 패티와 빵만 있는 부분을 먹으면 ‘짜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습니다.

소금과 비교하면 후추 맛과 향은 크게 드러나는 편은 아닙니다. 자극적인 맛들이 다 지나가고 난 뒤 끝맛에 가서야 향이 살짝 나는 정도였고, 후추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은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패티와 번의 변화는 더 적게 다가옵니다. 패티 사이사이 공간에 육즙을 충전했다고 하지만, 패티가 아주 두꺼운 편이 아닌지라 큰 변화를 느끼긴 힘들었습니다. 번 역시 여전히 쫄깃하고 촉촉하다기보다는 퍼석한 편에 더 가까웠는데요. 기존 번에 글레이즈드 코팅만 입힌 정도로는 맛이 크게 뒤바뀌진 않았습니다.

‘뉴와퍼’는 전체적으로 ‘과감한 변화’보다는 ‘보장된 맛’을 기반으로 변주를 준 인상입니다. 익숙한 와퍼 맛을 바탕으로 간이 좀 더 세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짠맛이 강화되면서 기존 와퍼보다 묵직해진 맛이 됐지만, 와퍼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느껴지진 않았죠. 리뉴얼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변화지만, 정작 강조했던 ‘불맛’이 ‘짠맛’에 묻혀버린 감이 있습니다.

나트륨 함량이 기존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는 점 역시 ‘건강함’을 추구하는 추세에선 족쇄가 될 수 있죠. 한층 ‘자극적인 맛’이 된 와퍼가 맛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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