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건설 수주 전망 자체가 그렇게 밝지는 않은데 해외라고 예외일까 싶다. 작년에 초대형 프로젝트 등 해외 먹거리 확보 성과가 있었지만 악화된 건설 경기에 올해도 국내 건설사들이 그런 프로젝트를 따내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목표액에 얽매이다 보면 건설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에 발을 들일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눈높이에 맞춘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각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서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원팀 코리아' 일원으로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않은 모양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전년 수주 실적 대비 약 20% 이상 높힌 400억 달러로 잡았다. 산유국 발주 물량 증가와 국내 건설사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이 깔린 계산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고양시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호기롭게 신년 수주 계획을 짰으나 건설사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대형건설사들은 일제히 목표 수주액을 낮추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 액수를 전년 대비 10.7% 낮춘 28조99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해외 신규수주액은 12조8680억원을 달성했지만 올해 목표는 1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 다른 대형건설사도 줄줄이 전체 신규 수주액을 낮췄다. 삼성물산은 6.3% 줄어든 18조원, 대우건설도 12.9% 낮은 13조2096억원으로 설정했다. DL이앤씨는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2.1%나 낮게 잡았다. 전반적으로 주택사업 분야에서 수주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외 건설 수주를 통해서도 전체 수주액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에 따라 발주 물량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적정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가 까다롭다는 시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좋은 해외 사업장을 뚫을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다"면서 "다만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무턱대고 저가수주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니 수주를 단순히 많이 하기 위한 저가수주 의지는 다들 없어보인다. 이미 금융위기 때의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 해외건설 수주 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의 속도조절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400억 달러 목표를 내세우긴 했으나 국내 건설사의 여건을 고려하면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질적 성장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내 건설사들에게 단순 도급 아닌 투자개발형 도시건설 사업을 늘려달라고 주문하는 등 해외수주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한 지분 투자를 늘리고 기존 도급 방식에서 투자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수주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단순 도급 수주 비중이 90%가 넘는 만큼 하루아침에 이 같은 수주 구조 재정립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에 더해 투자개발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수익 실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등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반면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되는 최근 상황에 맞춰 정부의 금융 지원 방안 논의 및 확립에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해외건설 수주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민관에서 '2인 3각' 경기가 주는 지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명이 앞서간다고 해서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일한 목표점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다. 400억 달러의 수주 목표 달성이 정부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돼서는 안된다. 원팀 코리아가 단기적인 건설경기 회복이나 정부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K-건설'의 전반적인 레벨업을 위한 파트너로 자리잡길 바란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원팀 코리아', 해외건설 '2인3각' 지혜 필요할 때

정부,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 400억 달러…양 보다는 질적 성장 필요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3.08 11:15 의견 0

# "올해 건설 수주 전망 자체가 그렇게 밝지는 않은데 해외라고 예외일까 싶다. 작년에 초대형 프로젝트 등 해외 먹거리 확보 성과가 있었지만 악화된 건설 경기에 올해도 국내 건설사들이 그런 프로젝트를 따내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목표액에 얽매이다 보면 건설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에 발을 들일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눈높이에 맞춘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각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서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원팀 코리아' 일원으로 세일즈맨을 자처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않은 모양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전년 수주 실적 대비 약 20% 이상 높힌 400억 달러로 잡았다. 산유국 발주 물량 증가와 국내 건설사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이 깔린 계산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고양시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호기롭게 신년 수주 계획을 짰으나 건설사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대형건설사들은 일제히 목표 수주액을 낮추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 액수를 전년 대비 10.7% 낮춘 28조99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해외 신규수주액은 12조8680억원을 달성했지만 올해 목표는 1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 다른 대형건설사도 줄줄이 전체 신규 수주액을 낮췄다. 삼성물산은 6.3% 줄어든 18조원, 대우건설도 12.9% 낮은 13조2096억원으로 설정했다. DL이앤씨는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2.1%나 낮게 잡았다.

전반적으로 주택사업 분야에서 수주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외 건설 수주를 통해서도 전체 수주액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에 따라 발주 물량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적정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가 까다롭다는 시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좋은 해외 사업장을 뚫을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다"면서 "다만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무턱대고 저가수주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니 수주를 단순히 많이 하기 위한 저가수주 의지는 다들 없어보인다. 이미 금융위기 때의 경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 해외건설 수주 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의 속도조절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400억 달러 목표를 내세우긴 했으나 국내 건설사의 여건을 고려하면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보다는 질적 성장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내 건설사들에게 단순 도급 아닌 투자개발형 도시건설 사업을 늘려달라고 주문하는 등 해외수주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한 지분 투자를 늘리고 기존 도급 방식에서 투자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수주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단순 도급 수주 비중이 90%가 넘는 만큼 하루아침에 이 같은 수주 구조 재정립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에 더해 투자개발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수익 실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등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반면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되는 최근 상황에 맞춰 정부의 금융 지원 방안 논의 및 확립에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해외건설 수주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민관에서 '2인 3각' 경기가 주는 지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명이 앞서간다고 해서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일한 목표점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다.

400억 달러의 수주 목표 달성이 정부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돼서는 안된다. 원팀 코리아가 단기적인 건설경기 회복이나 정부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K-건설'의 전반적인 레벨업을 위한 파트너로 자리잡길 바란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