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얼큰순후추돼지국밥'. 사진=김성준 기자 몇년 전만 해도 국밥은 저렴한 한끼의 대명사였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뜨끈한 국밥 한그릇 하지”라는 밈이 유행할 만큼, 다른 음식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정도였죠. 밥심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국물과 함께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은 라면과는 또 다른 ‘소울 푸드’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가파른 물가 상승이 닥치자 국밥의 ‘가성비’도 옛말이 됐습니다. 이제는 8000원대 가격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프랜차이즈 국밥 메뉴도 1만원이 기본인 시대가 됐죠. 이런 와중에 오뚜기에서 돼지국밥을 간편식으로 선보였습니다. 컵밥 신제품 ‘얼큰순후추돼지국밥’입니다. 컵밥 형태라 어디서든 간편히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식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간편식으로나마 옛 가격을 되찾은 국밥이 어떤 맛을 보여줄지 살펴보겠습니다. ◆돼지국밥으로 다시 선보인 ‘순후추’ 컵밥 '얼큰순후추돼지국밥' 구성물(왼쪽)과 '얼큰돼지국밥소스'에 포함된 건더기(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신제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순후추’를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오뚜기는 컵밥 시장에서 이색 협업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순후추를 활용한 컵밥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하는데요. 이전에도 순후추라면 매운맛과 사골곰탕맛, 순후추 떡볶이 등 다양한 순후추 활용 제품을 출시해왔죠. ‘얼큰순후추돼지국밥’에 앞서 ‘순후추순대국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제품은 컵밥 용기 안에 20% 증량한 오뚜기밥, 얼큰돼지국밥소스, 파고명 건더기스프와 순후추 분말로 구성돼 있습니다. 별도 식기가 필요 없도록 플라스틱 스푼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제품 핵심은 국밥 소스인데요. 국물맛을 내줄 돈골농축액에 오소리감투와 돼지고기 등 건더기가 더해졌습니다. 소스는 옅은 주황색을 띄고 있는데 레토르트 제품 특유의 인공적인 냄새가 강한 편입니다. 고기 건더기는 오소리감투 두어 점을 포함해 대략 10여 점 정도가 들어있네요. 컵밥임을 고려하면 나름 충실한 편입니다. 용기 겉면에 적힌 조리법에는 전자레인지 조리와 끓는 물 조리 두 가지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컵밥인 만큼 간편한 전자레인지 조리를 선택했습니다. 용기 안에 오뚜기밥과 국밥소스, 파고명 등을 넣고 끓는 물을 부으니 이제야 국밥 티가 조금 나기 시작합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하고 나면 뽀얀 국물에 돼지기름이 떠오르면서 돼지육수 냄새도 옅게 배어납니다. ◆컵밥 고려하면 완성도 높은 맛…‘가심비’는 아쉬워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얼큰순후추돼지국밥' 사진=김성준 기자 후추를 뿌리기 전에 맛본 국물은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전형적인 국밥 맛입니다. 간편식이다보니 직접 끓인 국물맛만큼은 못했지만, 국밥이라는 맛의 결은 확실히 담아냈습니다. 전작인 ‘순후추순대국밥’의 경우 순대 특유의 돼지 잡내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호불호가 갈렸었는데요. 이번 신제품은 돼지 특유의 냄새가 은은하게 감돌긴 하지만 비위가 상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소스에서부터 느껴졌던 인공 향이 조금은 남아있었는데요. 동봉된 후추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후추를 가득 뿌리고 난 뒤엔 후추 향 덕분에 잡내 등 거부감이 들만한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품명에 ‘얼큰’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 특별히 매운맛은 없었는데요. 후추가 뜨끈한 국물과 더해지면서 특유의 알싸한 얼큰함을 만들어 냅니다. ‘맵다’ 보다는 ‘화하다’에 좀 더 가깝긴 합니다. 그래도 이마와 등에서 땀이 조금씩 배어날 정도로 국밥을 먹는 느낌 자체는 제대로 살렸습니다. 간편식, 그것도 용기에 바로 먹는 컵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후한 점수를 매길 정도로 국밥 맛을 잘 구현했습니다. 다만 비교 대상을 음식점으로 올려 잡으면 건더기 양에서부터 국물맛까지 모두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간편식을 전문점 음식과 비교하는 게 부당할 순 있지만, 제품 가격이 4800원으로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죠. 식당 국밥과 비교하면 ‘고작 반값’이지만, 다른 용기면이나 도시락 등과 비교하면 ‘무려 4800원’으로 다가오니까요. 물론 유사 제품이 정가 기준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현재 제품을 판매중인 편의점 채널에서도 2+1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여러 개를 구매할 경우 체감 가격을 낮출 순 있긴 합니다. 하지만 컵밥의 주요 소비층이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학생과 직장인인 만큼 가격 대비 만족도는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한 끼’로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 어디서나 간편히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을 고려하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김성준의 도시락] 1만원 넘어선 국밥, 오뚜기 간편식으로 반값에

오뚜기, ‘순후추’ 활용한 ‘얼큰순후추돼지국밥’ 출시
짭짤하고 담백한 돼지국밥 맛 구현…‘국밥 느낌’ 컵밥에 담아
“저렴한데 비싼 가격”…편의성 고려하면 경쟁력 충분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2.06 16:53 의견 0
오뚜기 '얼큰순후추돼지국밥'. 사진=김성준 기자

몇년 전만 해도 국밥은 저렴한 한끼의 대명사였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뜨끈한 국밥 한그릇 하지”라는 밈이 유행할 만큼, 다른 음식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정도였죠. 밥심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 국물과 함께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은 라면과는 또 다른 ‘소울 푸드’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가파른 물가 상승이 닥치자 국밥의 ‘가성비’도 옛말이 됐습니다. 이제는 8000원대 가격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프랜차이즈 국밥 메뉴도 1만원이 기본인 시대가 됐죠. 이런 와중에 오뚜기에서 돼지국밥을 간편식으로 선보였습니다. 컵밥 신제품 ‘얼큰순후추돼지국밥’입니다. 컵밥 형태라 어디서든 간편히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식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간편식으로나마 옛 가격을 되찾은 국밥이 어떤 맛을 보여줄지 살펴보겠습니다.

◆돼지국밥으로 다시 선보인 ‘순후추’ 컵밥

'얼큰순후추돼지국밥' 구성물(왼쪽)과 '얼큰돼지국밥소스'에 포함된 건더기(오른쪽). 사진=김성준 기자

신제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순후추’를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오뚜기는 컵밥 시장에서 이색 협업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순후추를 활용한 컵밥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하는데요. 이전에도 순후추라면 매운맛과 사골곰탕맛, 순후추 떡볶이 등 다양한 순후추 활용 제품을 출시해왔죠. ‘얼큰순후추돼지국밥’에 앞서 ‘순후추순대국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제품은 컵밥 용기 안에 20% 증량한 오뚜기밥, 얼큰돼지국밥소스, 파고명 건더기스프와 순후추 분말로 구성돼 있습니다. 별도 식기가 필요 없도록 플라스틱 스푼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제품 핵심은 국밥 소스인데요. 국물맛을 내줄 돈골농축액에 오소리감투와 돼지고기 등 건더기가 더해졌습니다. 소스는 옅은 주황색을 띄고 있는데 레토르트 제품 특유의 인공적인 냄새가 강한 편입니다. 고기 건더기는 오소리감투 두어 점을 포함해 대략 10여 점 정도가 들어있네요. 컵밥임을 고려하면 나름 충실한 편입니다.

용기 겉면에 적힌 조리법에는 전자레인지 조리와 끓는 물 조리 두 가지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컵밥인 만큼 간편한 전자레인지 조리를 선택했습니다. 용기 안에 오뚜기밥과 국밥소스, 파고명 등을 넣고 끓는 물을 부으니 이제야 국밥 티가 조금 나기 시작합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하고 나면 뽀얀 국물에 돼지기름이 떠오르면서 돼지육수 냄새도 옅게 배어납니다.

◆컵밥 고려하면 완성도 높은 맛…‘가심비’는 아쉬워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얼큰순후추돼지국밥' 사진=김성준 기자

후추를 뿌리기 전에 맛본 국물은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전형적인 국밥 맛입니다. 간편식이다보니 직접 끓인 국물맛만큼은 못했지만, 국밥이라는 맛의 결은 확실히 담아냈습니다. 전작인 ‘순후추순대국밥’의 경우 순대 특유의 돼지 잡내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호불호가 갈렸었는데요. 이번 신제품은 돼지 특유의 냄새가 은은하게 감돌긴 하지만 비위가 상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소스에서부터 느껴졌던 인공 향이 조금은 남아있었는데요. 동봉된 후추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후추를 가득 뿌리고 난 뒤엔 후추 향 덕분에 잡내 등 거부감이 들만한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품명에 ‘얼큰’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 특별히 매운맛은 없었는데요. 후추가 뜨끈한 국물과 더해지면서 특유의 알싸한 얼큰함을 만들어 냅니다. ‘맵다’ 보다는 ‘화하다’에 좀 더 가깝긴 합니다. 그래도 이마와 등에서 땀이 조금씩 배어날 정도로 국밥을 먹는 느낌 자체는 제대로 살렸습니다.

간편식, 그것도 용기에 바로 먹는 컵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후한 점수를 매길 정도로 국밥 맛을 잘 구현했습니다. 다만 비교 대상을 음식점으로 올려 잡으면 건더기 양에서부터 국물맛까지 모두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간편식을 전문점 음식과 비교하는 게 부당할 순 있지만, 제품 가격이 4800원으로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죠. 식당 국밥과 비교하면 ‘고작 반값’이지만, 다른 용기면이나 도시락 등과 비교하면 ‘무려 4800원’으로 다가오니까요.

물론 유사 제품이 정가 기준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현재 제품을 판매중인 편의점 채널에서도 2+1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여러 개를 구매할 경우 체감 가격을 낮출 순 있긴 합니다. 하지만 컵밥의 주요 소비층이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학생과 직장인인 만큼 가격 대비 만족도는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한 끼’로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 어디서나 간편히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을 고려하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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