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가 내년부터 민간 아파트로 확대된다. 이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정책적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공사비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높아지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얘기다. 이에 부담 완화를 위해 추가 용적률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시스템에 따르면 6일 기준 ZEB 인증을 받은 전체 건물 4202건 가운데 ZEB 최저 등급인 5등급에 해당하는 건물 비율은 61%를 넘어섰다. ZEB 인증 건물 중 절반 이상이 최소 기준 수준만 사실상 구색 맞추기식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주거용 건물은 최저 등급 비율이 더 높다. ZEB 인증을 받은 주거용 건물 81건 중 5등급이 54건으로 67%에 이른다. 1등급을 받은 건물은 6건에 불과하다. ZEB 인증의 질적 성과가 미흡한 배경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ZEB 조성은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공사비용이 30∼40% 이상 추가 투입된다. 공동주택도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건설사가 이미 창호와 바닥 등 패시브적인 시스템에는 우수한 단열재나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면서도 "태양열 패널이나 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 설비 도입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공사 비용이 부담 될 수밖에 없고 유지와 관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태양열 패널 설비를 단지에 도입한 적 있으나 한 동에 엘리베이터 하나 운영할 수준에 전력 생산에 그치는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ZEB 인증 의무 적용 대상인 공공 건축물에서도 비용 문제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ZEB 인증 의무화에 따라 설계사와 시공사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지난 5월과 7월에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설계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두 차례 개최했다. 과도한 비용 예상으로 민간 건설사의 공공주택 사업 참여 저조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LH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주택관련 정보, 이해부족에 따른 과설계를 예방하고 경제적인 설계가 가능하도록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ZEB 인증이 민간 건설사를 대상으로 까지 확대되는 만큼 민간 건설사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이나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ZEB 인증을 의무화한다. 사업계획 승인을 새롭게 신청하는 모든 민간 아파트가 적용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이 최소 20~40% 수준을 도달해야한다.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의 매출 원가율은 90% 안팎이다. 이에 주택 사업이 움츠려든 모습이다. 올 상반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약 8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18억원) 대비 절반 이상이 줄었다. 자재값 안정화 전망도 밝지 않다. 레미콘 매입 단가는 지난해 ㎥당 8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8만 70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 가격도 연내 t(톤)당 10% 이상 추가 인상이 예정됐다. 원가 문제에 예민한 건설사의 움직임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도 ZEB 인증 제도 확대를 위해서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에너지 생산 외에 에너지 절감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나 태양광 등 자체적인 에너지 생산 시설은 설계를 통해 도입할 수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비용 효율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각 건설사들은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고 열차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실질적인 에너지 생산 설비를 ZEB 인증 고등급 기준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단열과 같은 에너지 절감은 기존 기술력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나 자립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는 효율화가 더 필요하다는 거다. 유정현 LH토지주택 수석연구원은 "지속적인 단열성능 강화에 따라 난방 에너지 소비량은 설계 수준 대비 약 50% 수준이며, 급탕과 전력 소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비 측면에서 고단열, 고기밀과 같은 난방 부하 대응 중심에서 전력과 급탕 소비량 절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도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ZEB 인증, 녹색건축 및 에너지 효율 인증 등을 적용한 사전협상 대상지에는 최대 약 60%p의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 등을 포함한 '탄소제로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ZEB 인증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이어도 에너지 절감률이 입증되면 에너지 자립률 총량에 포함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 확대...치솟는 공사비 ‘어떡해’

ZEB 인증 받은 건물 중 61%가 5등급으로 최소 기준 충족
에너지 생산 설비 따른 비용 부담…에너지 절감률도 ZEB 인증에 반영 필요 목소리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9.06 15:44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가 내년부터 민간 아파트로 확대된다. 이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정책적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공사비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높아지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얘기다. 이에 부담 완화를 위해 추가 용적률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시스템에 따르면 6일 기준 ZEB 인증을 받은 전체 건물 4202건 가운데 ZEB 최저 등급인 5등급에 해당하는 건물 비율은 61%를 넘어섰다.

ZEB 인증 건물 중 절반 이상이 최소 기준 수준만 사실상 구색 맞추기식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주거용 건물은 최저 등급 비율이 더 높다. ZEB 인증을 받은 주거용 건물 81건 중 5등급이 54건으로 67%에 이른다. 1등급을 받은 건물은 6건에 불과하다.

ZEB 인증의 질적 성과가 미흡한 배경에는 비용 문제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ZEB 조성은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공사비용이 30∼40% 이상 추가 투입된다. 공동주택도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건설사가 이미 창호와 바닥 등 패시브적인 시스템에는 우수한 단열재나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면서도 "태양열 패널이나 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 설비 도입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공사 비용이 부담 될 수밖에 없고 유지와 관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태양열 패널 설비를 단지에 도입한 적 있으나 한 동에 엘리베이터 하나 운영할 수준에 전력 생산에 그치는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ZEB 인증 의무 적용 대상인 공공 건축물에서도 비용 문제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ZEB 인증 의무화에 따라 설계사와 시공사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지난 5월과 7월에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설계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두 차례 개최했다. 과도한 비용 예상으로 민간 건설사의 공공주택 사업 참여 저조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LH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주택관련 정보, 이해부족에 따른 과설계를 예방하고 경제적인 설계가 가능하도록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ZEB 인증이 민간 건설사를 대상으로 까지 확대되는 만큼 민간 건설사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이나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ZEB 인증을 의무화한다. 사업계획 승인을 새롭게 신청하는 모든 민간 아파트가 적용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이 최소 20~40% 수준을 도달해야한다.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의 매출 원가율은 90% 안팎이다. 이에 주택 사업이 움츠려든 모습이다. 올 상반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약 8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18억원) 대비 절반 이상이 줄었다. 자재값 안정화 전망도 밝지 않다. 레미콘 매입 단가는 지난해 ㎥당 8만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8만 70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 가격도 연내 t(톤)당 10% 이상 추가 인상이 예정됐다. 원가 문제에 예민한 건설사의 움직임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도 ZEB 인증 제도 확대를 위해서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에너지 생산 외에 에너지 절감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나 태양광 등 자체적인 에너지 생산 시설은 설계를 통해 도입할 수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비용 효율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각 건설사들은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고 열차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실질적인 에너지 생산 설비를 ZEB 인증 고등급 기준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단열과 같은 에너지 절감은 기존 기술력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나 자립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는 효율화가 더 필요하다는 거다.

유정현 LH토지주택 수석연구원은 "지속적인 단열성능 강화에 따라 난방 에너지 소비량은 설계 수준 대비 약 50% 수준이며, 급탕과 전력 소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비 측면에서 고단열, 고기밀과 같은 난방 부하 대응 중심에서 전력과 급탕 소비량 절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도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ZEB 인증, 녹색건축 및 에너지 효율 인증 등을 적용한 사전협상 대상지에는 최대 약 60%p의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 등을 포함한 '탄소제로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ZEB 인증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이어도 에너지 절감률이 입증되면 에너지 자립률 총량에 포함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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