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사옥 전경. SH공사 견우혜전(牽牛蹊田). 소를 끌고 남의 밭 지름길로 간다는 말로,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취임 3년차로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3기 신도시 이슈로 정치적 명운을 걸었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 국토교통부, 윤석열 정부와 수면 아래에서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3기 신도시 개발에 SH공사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여론은 부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의 외도 공식화를 두고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시기상조'라고 못을 박았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메가시티와 결을 같이하는 정치적 행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 SH공사, 3기 신도시 참여 공론화 배경 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SH공사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명분도 없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 11월 21일 SH공사가 3시 신도시 사업 참여를 국토부에 공식 건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명분은 좋다. 경기도 시흥과 광명 등지에 '반값아파트'를 SH공사가 지으면 서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뉴:홈' 50만호 공급 계획을 적기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SH공사는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참여를 건의하면서 정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중 서울과 가장 인접한 구리 토평2지구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의 개발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SH공사는 사업시행자 지정권자인 국토부에 광명·시흥을 포함한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 4개 지구에 사업시행자 참여를 통한 공공주택(임대주택 등) 용지 확보를 제안한 바 있다. 아울러, 3시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이 필요없는 은퇴자 중심의 '골드타운'도 조성할 것이란 계획도 내놨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및 조속한 개발은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과 공기업 간 경쟁을 통해 서울시·경기도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H공사 역할 확대는 "공룡 두 마리 만드는 것" 하지만 SH공사의 신도시 3기 참여 건의 시점이 공교롭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LH사태로 그 역할 일부를 SH공사로 이관하는 것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SH공사의 사세 확장 행보가 LH 임직원 및 가족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땅투기, 철근누락 등 부실시공에 따른 주차장 붕괴, 퇴직 직원의 전관예우 사태 등 일련의 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김 사장 취임 이후 LH 기득권에 대해 SH공사는 비판을 계속했다. SH공사가 2021년 김 사장 취임 이후 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자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분양원가 공개를 LH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여러번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LH가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SH공사로 이관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특히, 3기 신도시 총사업비에 있어 LH 지분이 65~90% 수준인데 LH가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고도 보상·착공 지연 등으로 당초 목표로 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을 지적하며, SH공사가 3기 신도시 내 임대주택 등 용지를 확보하면 공공주택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H공사 역할 확대에 따른 공사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전 SH공사 비리들을 감안할 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참고로 SH공사 한 직원은 지난 2018년 서울 강동구 일대 공공주택 1만1000여호를 조성하는 사업의 토지보상금 집행을 담당했는데, 아내 이름으로 서류를 위조해 15억원 달하는 공금을 가로챘다 구속됐다. 그는 당시 한 토지주에게 토지보상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며, 그 댓가로 뇌물 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SH공사 보상본부 직원이 서울 송파 문정지구 보상 부적격자에게 허위 조서를 써주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보금자리 건설예정지였던 강남 세곡2지구에서 보상금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의 비닐하우스 설치를 알선해 준 것도 드러났다. 2009년에는 강남 세곡지구 국민임대주택 건설시 시설물 소유자들에게 보상 정보를 제공한 SH공사의 간부 및 직원들이 대거 경찰에 잡혀 구속되기도 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건설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여러 이슈가 있긴 했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할 분담의 측면에서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SH공사 자체는 원래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영역이나 입지를 고려할 때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경우 3기 신도시가 경기도 땅이니까 역할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SH공사는 서울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만약 3기 신도시 사업을 촉진하고 사업의 규모가 너무 크고, LH가 전부다 하기 힘들 경우 이런 맥락의 경우 SH공사가 일정 부분 역할 분담을 할 게 있다면 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LH 등이 지금 문제가 있으니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SH공사가 LH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각 공사와 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국에 약 300개에 달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소속이 다 다른데 각각의 설립된 목적과 사업의 영역은 구분이 돼 있다"면서 "SH공사가 3기 신도시 사업 진출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선 설립 목적에 맞는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LH의 경우 중앙정부 소속기관이고, 지방에서 택지도 하고 동시에 주택도 하고, 수도권과 지방도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손실과 수익이 낮을 때 교차보존이 가능한데, SH공사의 경우 3기 신도시가 다 서울에만 몰려있는 게 아니고, 경기권에 많아 제도 등 법률적 측면에서 GH와 풀어야 할 관계도 있다. SH공사가 진정 어떤 목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복잡한 사안들이 많아 현실성이 있는지 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국토부 진현환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12월 12일 열린 'LH 혁신안' 브리핑에서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시내 주택공급을 먼저 충실히 하고 그 다음에 경기도 내 3기 신도시 참여 여부를 논의해야지, 지금은 건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3기 신도시 팽창욕…공사 간 이전투구될까?

김헌동 사장 SH공사 사업 경기도로 확장 '시도'
명분없는 3기 신도시 진출 공론화에 여론 '싸늘'
"LH 위기 틈타 SH공사 사세 확장 노려"…"명분없어"

김지형 기자 승인 2024.03.04 10:04 | 최종 수정 2024.03.04 11:36 의견 0
SH공사 사옥 전경. SH공사

견우혜전(牽牛蹊田). 소를 끌고 남의 밭 지름길로 간다는 말로,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취임 3년차로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3기 신도시 이슈로 정치적 명운을 걸었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 국토교통부, 윤석열 정부와 수면 아래에서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3기 신도시 개발에 SH공사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여론은 부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의 외도 공식화를 두고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시기상조'라고 못을 박았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메가시티와 결을 같이하는 정치적 행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 SH공사, 3기 신도시 참여 공론화 배경

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SH공사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명분도 없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 11월 21일 SH공사가 3시 신도시 사업 참여를 국토부에 공식 건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명분은 좋다. 경기도 시흥과 광명 등지에 '반값아파트'를 SH공사가 지으면 서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뉴:홈' 50만호 공급 계획을 적기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SH공사는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참여를 건의하면서 정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중 서울과 가장 인접한 구리 토평2지구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의 개발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SH공사는 사업시행자 지정권자인 국토부에 광명·시흥을 포함한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 4개 지구에 사업시행자 참여를 통한 공공주택(임대주택 등) 용지 확보를 제안한 바 있다.

아울러, 3시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이 필요없는 은퇴자 중심의 '골드타운'도 조성할 것이란 계획도 내놨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및 조속한 개발은 서울시민과 경기도민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과 공기업 간 경쟁을 통해 서울시·경기도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H공사 역할 확대는 "공룡 두 마리 만드는 것"

하지만 SH공사의 신도시 3기 참여 건의 시점이 공교롭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LH사태로 그 역할 일부를 SH공사로 이관하는 것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SH공사의 사세 확장 행보가 LH 임직원 및 가족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땅투기, 철근누락 등 부실시공에 따른 주차장 붕괴, 퇴직 직원의 전관예우 사태 등 일련의 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김 사장 취임 이후 LH 기득권에 대해 SH공사는 비판을 계속했다. SH공사가 2021년 김 사장 취임 이후 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자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분양원가 공개를 LH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여러번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LH가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SH공사로 이관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특히, 3기 신도시 총사업비에 있어 LH 지분이 65~90% 수준인데 LH가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고도 보상·착공 지연 등으로 당초 목표로 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을 지적하며, SH공사가 3기 신도시 내 임대주택 등 용지를 확보하면 공공주택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H공사 역할 확대에 따른 공사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전 SH공사 비리들을 감안할 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참고로 SH공사 한 직원은 지난 2018년 서울 강동구 일대 공공주택 1만1000여호를 조성하는 사업의 토지보상금 집행을 담당했는데, 아내 이름으로 서류를 위조해 15억원 달하는 공금을 가로챘다 구속됐다. 그는 당시 한 토지주에게 토지보상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며, 그 댓가로 뇌물 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SH공사 보상본부 직원이 서울 송파 문정지구 보상 부적격자에게 허위 조서를 써주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보금자리 건설예정지였던 강남 세곡2지구에서 보상금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의 비닐하우스 설치를 알선해 준 것도 드러났다.

2009년에는 강남 세곡지구 국민임대주택 건설시 시설물 소유자들에게 보상 정보를 제공한 SH공사의 간부 및 직원들이 대거 경찰에 잡혀 구속되기도 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건설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여러 이슈가 있긴 했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할 분담의 측면에서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SH공사 자체는 원래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영역이나 입지를 고려할 때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경우 3기 신도시가 경기도 땅이니까 역할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SH공사는 서울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만약 3기 신도시 사업을 촉진하고 사업의 규모가 너무 크고, LH가 전부다 하기 힘들 경우 이런 맥락의 경우 SH공사가 일정 부분 역할 분담을 할 게 있다면 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LH 등이 지금 문제가 있으니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SH공사가 LH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각 공사와 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국에 약 300개에 달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소속이 다 다른데 각각의 설립된 목적과 사업의 영역은 구분이 돼 있다"면서 "SH공사가 3기 신도시 사업 진출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선 설립 목적에 맞는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LH의 경우 중앙정부 소속기관이고, 지방에서 택지도 하고 동시에 주택도 하고, 수도권과 지방도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손실과 수익이 낮을 때 교차보존이 가능한데, SH공사의 경우 3기 신도시가 다 서울에만 몰려있는 게 아니고, 경기권에 많아 제도 등 법률적 측면에서 GH와 풀어야 할 관계도 있다. SH공사가 진정 어떤 목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 복잡한 사안들이 많아 현실성이 있는지 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국토부 진현환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12월 12일 열린 'LH 혁신안' 브리핑에서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시내 주택공급을 먼저 충실히 하고 그 다음에 경기도 내 3기 신도시 참여 여부를 논의해야지, 지금은 건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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